엄격해진 증시 퇴출기준 이제는 거버넌스 문제다
■정성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시총기준 상향·합동 감시 등 전방위 강화
재무·공시 관리, 이사회 평시 점검이 필수
입력2026-05-31 17:46
지면 23면
올해 1월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상장 유지 요건이 크게 달라졌다. 코스닥 기준 시가총액 하한은 기존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대폭 높아졌고, 올해 7월에는 200억 원, 내년 1월에는 300억 원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코스피 역시 같은 흐름에 따라 내년 1월에는 기준이 500억 원까지 오른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퇴출 요건도 새로 생겼고, 반기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추가된다. 공시 위반에 대한 누적벌점 기준 역시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지고, 중대하거나 고의적인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 요건도 신설된다. 이른바 ‘좀비기업’의 적시 퇴출을 통해 자본시장 전반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제도 곳곳에 촘촘히 반영된 결과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 공시심사, 회계감리를 담당하는 세 부서를 연계한 합동 대응체계를 공식 가동했다. 이전까지 각 부서가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던 영역들이 이제는 하나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모니터링된다. 유상증자 과정에서의 자금 조달 배경과 사용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실질, 주요 공시 전후 내부자의 주식 매매 흐름 등이 입체적으로 포착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회계감리 심사 대상 선정도 올해 기준 전년 대비 30%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투명하게 운영해온 기업에는 시장의 공정성이 높아지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내부통제가 느슨한 기업에는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규제 환경의 변화는 한계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적이 안정적인 상장사라도 공시 절차상의 사소한 부주의, 회계 처리의 작은 오류, 내부통제 체계의 미비로 인해 뜻밖의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특수관계자 거래가 많거나 자금 조달 구조가 복잡한 기업,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했거나 계획 중인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새로운 합동 감시체계 아래에서는 이러한 거래들이 공시심사, 회계감리, 불공정거래 조사의 관점에서 동시에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제도 변화가 상장사 경영진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재무구조 관리와 공시 대응은 위기가 닥쳤을 때 수습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 등 회사의 내부통제 기구가 평시부터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거버넌스의 문제라는 것이다. 상장 유지 요건의 충족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하며, 중요 거래에 앞서 전문가의 사전 검토를 거치는 것이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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