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결제시장 놓칠라”…온체인 금융 주도권 놓고 합종연횡
■신한, 은행 코인연합 가세
하나-두나무-네이버 삼각동맹에
삼성證 두나무·한투 코인원 투자
“개별대응땐 경쟁 밀려” 위기감 속
은행권 디지털 자산시장 공동대응
코인업계 “논의속도 느려” 비판도
입력2026-06-01 17:47
수정2026-06-01 23:33
지면 4면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토스·지방은행이 디지털자산 시장과 관련해 공동 논의에 나선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 축이 발행 차원을 넘어 거래소·증권사·빅테크를 아우르는 온체인 금융 생태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 투자와 은행권 협력망 구축에 나서고 증권사들까지 주요 가상화폐거래소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자 은행권도 공동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은행권이 1일 공동 논의에 나선 배경에는 하나금융을 중심으로 한 선점 구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나금융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은 데 이어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과의 연결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다른 은행들이 개별 대응만으로는 향후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원화 코인 시장이 열릴 경우 발행 은행의 신뢰도만큼이나 실제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과 거래소·지급결제망 확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주요 가상화폐거래소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는 점도 은행권이 공동 대응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국내 1위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두나무 동맹’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삼성SDS·삼성카드와 함께 두나무 지분 4%(139만 주)를 6128억 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하나금융과 한화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까지 두나무 주주로 합류하게 됐다. 기존 주주인 한화투자증권도 최근 보유 지분을 5.94%에서 9.84%로 확대했다.
투자 열기는 두나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 OKX와 함께 국내 3위 거래소 코인원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한투는 총 15만 9610주를 확보해 코인원 지분 약 20%를 보유하게 됐다. 미래에셋그룹도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국내 4위 거래소 코빗 지분 92%를 인수하며 새로운 대주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금융 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증권사들이 거래소 지분 확보에 나서는 것은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원화 코인 등이 제도권에 들어올수록 금융투자업과 가상화폐거래소의 경계가 옅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20~40대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주요 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만큼 증권사들은 젊은 고객층과 신규 상품 유통 채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화 코인을 매개로 한 지급결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카카오가 추가 변수로 거론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접점과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와 같은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시중은행들의 주요 협력 대상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기업 거래에 강점을 갖춘 우리은행과 탄탄한 전국 영업망을 갖춘 NH농협은행의 행보도 관심사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초 간담회에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향후 사업 협력 가능성을 완전히 닫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권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법제화 논의 속도가 느리고 은행들도 당국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 사이에서도 한국은 홍콩이나 일본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금융권의 온체인 금융 포모(FOMO) 현상이 오면서 협의체 구성과 업무협약 체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블록체인 업계와 함께 실질적인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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