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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핵잠’ 도입 사업, 필요한 3가지 선행 과제는

특별법, 예산 확보·현행법 한계 대응

핵연료 도입, 대미·IAEA 원활한 협상

핵추진잠수함 국책사업단 설치 추진

입력2026-06-02 06: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지난 5월 26일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핵추진잠수함(핵잠)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하고 한국형 핵잠 사업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1번 함 진수와 2030년대 후반 이후 전력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앞서 해군은 합동참모본부(합참)에 핵잠 소요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해군의 소요 제기를 검토해왔으며 최근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핵잠 소요 결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의 소요 결정이 완료되면 선행연구와 타당성 조사, 재정당국과의 총사업비 협의 등을 거쳐 체계개발에 착수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해군은 “핵잠 건조 추진과 관련해 소요를 제기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비닉사업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2년 한화오션과 핵잠 개념설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이 올해 안에 개념설계를 마무리하고 건조 비용 등을 산출하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관련 사업비를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날 한국형 핵잠 사업에 약 28조9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핵잠 사업은 역대 최대 규모의 무기 획득 사업이 될 전망이다. 기존 최대 규모 사업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사업으로, 후속 양산 사업을 포함해 총 18조40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한국형 핵잠 사업의 명칭을 ‘장보고 N사업’으로 정하고 국가 차원의 핵심 전력 획득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사업명에는 한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핵추진(Nuclear Powered)과 차세대 기술(Next Generation·Neo Technology)을 적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 추진돼 온 한국형 핵잠 구상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한국형 핵잠 도입을 위한 공식 절차가 시작되면서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핵심 전력 획득 사업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관련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장기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핵잠 특별법은 원자로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첫 사례인 만큼 기존 방위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만으로는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국방부는 올해 초 ‘안정적 핵잠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군사용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와 대미 핵연료 협상 절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응 방안 등 법적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

다음 과제는 핵잠 개발의 핵심인 핵연료 도입을 위한 대미 협상과 IAEA와의 안전조치 체계 구축이다. 관련 협상과 제도 정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호주도 2021년 오커스(AUKUS) 출범 이후 2024년 핵연료 이전 협정을 체결하고 의회 검토 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 3년여가 걸렸다.

농축우라늄 사용 권한 확보는 핵잠 확보의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정부는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한다는 방침이지만,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는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해당 협정이 민수용 원자력 협력을 전제로 체결된 만큼 군사적 활용을 위해서도 별도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핵연료 제공을 위해서는 미국 원자력법에 따른 추가 협의도 필요하다. 미국 원자력법은 다른 국가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추진할 경우 별도 협정을 체결하고 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순 방한하는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의 이른바 ‘킥오프 회의’를 계기로 관련 협상에 속도를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과제로는 ‘핵추진잠수함 국책사업단’ 설치가 거론된다. 사업단을 대통령실 직속으로 둘지 여부는 향후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핵잠 사업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형 핵잠용 소형 원자로를 비롯한 핵심 기술 개발, 체계통합 설계 및 플랫폼 건조, 핵추진공격잠수함(SSN) 운용 기지 건설과 핵연료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총괄할 전담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핵잠 건조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핵잠 개발이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와의 갈등 심화, 동북아 군비 경쟁 촉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국제사회의 핵비확산 신뢰 확보도 병행해야 할 과제다. 세종연구소는 “한국도 호주처럼 IAEA와의 추가 안전조치 협정 체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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