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이번엔 사내 대출 경쟁, ‘치킨 게임’ 어디까지
입력2026-06-02 00:01
지면 31면
경영 실적 호조를 빌미로 과도한 보상·복지를 요구하는 대기업 노조들의 ‘치킨 게임’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임금 협상을 앞둔 SK하이닉스 노조에서는 1인당 연 1.5% 금리로 1억 원까지 제공되는 사내 대출 한도를 연 1.5% 이하 금리로 5억 원까지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서 1인당 최대 5억 원씩 빌려주는 ‘주택안정대출’ 신설에 합의하자 SK하이닉스 노조가 이에 경쟁하듯 나선 것이다.
철강 업계에서는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노조가 기본급을 7.1% 올려 달라는 요구안을 지난달 사측에 전달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에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달 10일 부분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해외 경쟁사들은 생산성 향상과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 노조는 올해 네 차례의 노사협의회에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작업 효율 개선 의지를 밝혔다.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에 선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가롭게 대기업 초과 이익의 배분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를 주장하고 있다. 자칫 기업의 기술·설비 재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발상이다.
거대 노조의 지나친 임금·복지 요구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무분별한 사내 대출 확대는 가뜩이나 불안정한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천문학적 성과급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 내수 위축, 수출 경쟁력 감소, 경제 양극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여파가 근로자의 고용 불안과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의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거대 노조들은 눈앞의 탐욕에 취해 공멸을 자초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는 균형 잡힌 정책으로 노동계의 폭주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