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안전 운전의 원칙
이상재 한국도로공사 사장 직무대행
고속도 배수로 정비 등 사고예방 초점
운전자도 감속·안전거리 2배 확보 노력
성숙한 의식·실천이 소중한 생명 지켜
입력2026-06-03 05:00
수정2026-06-03 05:00
지면 23면
6월 장마철 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의 장마는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가 잦고 강수량도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고속도로 교통안전에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빗길 운전은 작은 방심 하나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속 100㎞ 안팎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순간적인 판단 착오는 곧 인명 손실과 직결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빗길 교통사고는 6만 647건에 달했다. 고속도로 빗길 사고는 전체의 3.2%에 불과하나 치사율은 100명당 4.7명으로 전체 평균(100명당 1.7명)보다 3배가량 높았다. 교통사고는 인명 피해는 물론 장시간 정체를 유발해 물류 지연과 산업 생산 차질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교통안전 비용은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라는 점에서 공공의 역할은 중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이에 사고 발생 후 수습 방식에서 사고 발생 전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고속도로의 배수 시설과 비탈면·교량·터널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진행했고 침수 우려 구간은 배수로 정비와 시설 보강을 통해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 또 집중호우를 대비해 도로전광표지, 교통방송, 내비게이션 연계 안내 등으로 감속 운행과 우회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체계를 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 관리 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차량형 라이다(LiDAR) 장비를 활용한 ‘디지털 도로 안전 진단’을 통해 수막현상 및 배수 취약 구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AI 기반 도로파손(포트홀) 자동 탐지 시스템으로 위험을 사전에 발견·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도 사고를 막는 가장 큰 힘은 운전자 개개인의 안전 의식이다. 현재 고속도로 사망 사고의 주요 원인은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 졸음운전이다. 빗길 사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노면은 미끄럽고 제동 거리는 길어진다. 집중호우 때는 시야 확보도 어렵다. 또 타이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차량이 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오르면서 핸들과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수막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화물차의 경우 무리한 차선 변경이나 급제동 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마철 안전 운전의 원칙은 복잡하지 않다. 평소보다 속도를 20~50% 줄이고 안전거리도 2배 이상 확보해야 한다. 급가속과 급제동은 피하고 장거리 운전 시에는 졸음과 피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 집중호우 상황에서는 휴게소나 졸음 쉼터에서 쉬어 가는 여유도 필요하다. 차량 점검 역시 중요하다. 타이어 공기압과 마모 상태, 와이퍼와 전조등 같은 기본 장비만 사전 점검해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안전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감속 운행과 양보, 충분한 휴식 같은 기본적인 실천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다.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역대 최저인 147명에 그쳤던 것은 국민의 성숙한 안전 운전 의식과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도 서두름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운전 문화가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기를 기대하며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위 모든 여정이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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