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소셜 라이선스, 위기를 막는 보이지 않는 방패

최승호 와이즈파트너즈 대표

입력2026-06-02 17:08

최승호

최승호

와이즈파트너즈 대표

소셜 라이선스의 중요성을 묘사한 AI 이미지.
소셜 라이선스의 중요성을 묘사한 AI 이미지.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사회가 허락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법원이 적법하다고 판결해도, 규제기관이 승인해도,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 사업은 멈춘다. 국가가 내리는 허가와 별개로, 사회가 부여하는 허가가 있다. 이것을 소셜 라이선스(Social License)라 부른다.

소셜 라이선스는 서류로 증명되지 않는다. 관계로 증명된다.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는 그것을 배웠다.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 평판 1위, 충성 고객 수백만 명, 공정거래위원장 표창 등 소비자 중심 경영 우수 기업. 그 모든 자산이 내부실책(Internal Failure)으로 흔들렸다. 주간 결제액이 25% 넘게 떨어졌다. 시가총액 4,000억 원이 증발했다. 충성 고객들이 앱을 지우고, 선불 충전금 환불을 요청하고, 멤버십을 해지했다. 사과가 나왔다. 대표가 해임됐다. 그러나 핵심 이해관계자의 신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소셜 라이선스는 이렇게 작동한다.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잃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신뢰는 빠르게 분노로 바뀐다. 정이 깊을수록 한도 깊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충성 고객들이 그토록 격렬하게 반응한 것은 그 브랜드를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이다. 소셜 라이선스가 두터울수록, 그것이 훼손됐을 때의 충격은 더 크다. 신뢰의 역설이다.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배신감이다. 배신감은 무관심보다 훨씬 오래간다. 배신감을 느낀 이해관계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 비판자로 전환된다. 침묵하던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고, 지켜보던 사람이 행동에 나선다. 소셜 라이선스의 붕괴는 그렇게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소셜 라이선스를 잃는 순간, 위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다. 단순한 사과로 끝나지 않는다. 법적 결론과 무관하게 여론은 계속 재판을 연다. 규제기관이 면죄부를 줘도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다. 소셜 라이선스 없는 기업의 위기는 봉합되지 않는다. 진화된 척하다가 다시 타오른다.

소셜 라이선스는 세 단계로 구분된다. 사회가 기업을 마지못해 허용하는 단계, 조건부로 수용하는 단계, 기업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여기는 단계. 대부분의 기업은 두 번째 단계에 머물면서 이를 안전하다고 착각한다. 두 번째 단계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작은 사건 하나, 보도 한 줄로 첫 번째 단계로 추락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의 차이는 크다. 두 번째 단계의 기업은 위기가 오면 혼자 싸운다. 세 번째 단계의 기업은 이해관계자가 함께 싸워준다. 그 차이가 위기의 생존 여부를 가른다.

세 번째 단계에 있는 기업은 위기의 무게 자체가 다르다. 이해관계자들이 먼저 기업을 지키러 나선다. “이번 일은 고의가 아닐 것이다, 지켜보자”는 반응이 먼저 온다. 여론이 의심보다 신뢰를 기본값으로 설정한다. 그 한 문장이 위기의 크기를 결정한다.

소셜 라이선스를 쌓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위기 때가 아니라 평시에 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를 관리 대상이 아니라 대화 상대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해야 한다. 위기가 터진 뒤에 신뢰를 구축하려 하면 이미 늦다. 불이 난 다음에 소방서를 짓는 것과 같다. 경영자라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 기업의 소셜 라이선스는 어느 단계에 있는가. 위기가 닥쳤을 때, 이해관계자들은 우리 편에 설 것인가.

위기 대응은 위기가 터진 순간에 시작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한 날부터 시작된다. 소셜 라이선스는 그 평온한 날들이 쌓아 올린 결과다. 나무 한 그루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폭풍이 와도 쉽게 뽑히지 않는다. 사회가 허락을 거두면 허가증은 종잇조각이 된다. 그러나 사회의 신뢰를 얻은 기업은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소셜 라이선스다.

최승호의 위기대응의 정석
최승호의 위기대응의 정석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