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밑으로 안 떨어진다”...5월 소비자물가 3.1% 상승
석유류 24.2% 급등하며 물가 상승 주도
항공·숙박·렌터카 가격도 줄줄이 올라...
근원물가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 찍어
한은 “유가發 물가 압력 확산...당분간 3%대 전망”
입력2026-06-03 05:00
지면 6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연휴 기간 여행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다.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항공료와 숙박료 등 서비스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1월 2.0% 수준에 머물렀던 물가 상승률은 3월 2.2%, 4월 2.6%, 5월 3.1%로 점차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가장 큰 상승 요인은 석유류 가격이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24.2% 오르며 전체 물가를 0.92%포인트 끌어올렸다. 상승 폭은 2022년 7월 이후 가장 컸다. 품목별로는 휘발유 가격이 23.1%, 경유 가격이 33.3% 뛰며 국제유가 상승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연휴 특수에 따른 여행 관련 비용 상승도 두드러졌다. 국제항공료는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으로 전년 대비 33.5% 오르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해외단체여행비는 26.3%, 국내항공료는 29.0% 상승했다. 승용차 임차료와 호텔 숙박료도 각각 25.7%, 9.3% 오르면서 개인서비스 물가는 3.7%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올라 2024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이 단순히 에너지 부문에 그치지 않고 물가 전반으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물가 부담도 커졌다. 생활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는 2024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주 구매하는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가계의 체감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먹거리 물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축산물 가격은 5.8%, 수산물 가격은 5.0% 올랐다. 반면 채소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신선식품지수는 1.4% 하락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등이 물가 상승 폭을 일부 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해당 조치가 없었다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 수준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향후 물가 전망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난 물가 상승이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이 반영된 초기 단계라고 보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분이 운송비와 물류비를 거쳐 가공식품과 외식, 각종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영향이 아직 가공식품이나 농축수산물 가격 전반으로 확산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공급 측면의 시차를 고려하면 향후 물가 흐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호 조사국장은 “향후 물가 흐름은 중동 지역 정세와 국제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유가 상승 영향이 점차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면서 당분간 3% 안팎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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