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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 반도체 거인들

입력2026-06-02 19:09

지면 23면
서정명

서정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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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의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반도체 업계의 나폴레옹’으로 불린다. 1963년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난 황 CEO는 9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가 30세에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특화된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3년 뒤 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초고속 인터넷과 비디오게임 분야에서 당신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끈끈한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엔비디아·인텔과 경쟁하며 AMD를 GPU 업계 2위로 키운 리사 수 CEO도 대만 태생이다. 황 CEO는 수 CEO의 오촌 당숙이다. 대만인은 이들에게 ‘대만이 낳은 두 천재’라는 별명을 붙였다. 3세 때 미국 뉴욕에 건너온 수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거쳐 IBM 반도체 연구센터장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반도체 배선 물질의 소재를 알루미늄에서 구리로 교체한 일은 반도체 역사를 바꾼 업적으로 꼽힌다. 수 CEO는 투자 부적격 등급의 AMD를 맡아 일류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는 대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창업자 모리스 창은 1931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나 국공 내전과 일본의 침략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가 MIT에서 공부를 마치고 TI에서 근무했다. 그는 대만 정부의 간곡한 요청과 투자 지원 약속에 54세의 나이에 대만으로 건너가 TSMC를 설립했다. 훗날 황 CEO는 “TSMC 없이는 엔비디아도 불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이번 주 황 CEO가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현대차·LG전자·두산 등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AI로의 산업 전환기에 개별 기업 혼자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대기업 총수들과 황 CEO의 ‘2차 깐부 회동’이 공급망 결속의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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