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위험도 80% 줄였다더니…‘정전기 폭발’은 못걸렀다
■한화 참사 왜 막지 못했나
한화, SIF기법 내세워 대응 강조
노동부, 같은 기법 사고사례 분석
‘세척중 정전기 폭발’ 3차례 언급
스프링클러 설치 미적용 사실도
입력2026-06-03 22:00
수정2026-06-03 23:48
지면 27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에서 고위험요인(SIF) 기법으로 중대재해 위험도를 80% 줄였다고 밝혔지만 정작 해당 기법으로 세척 공정의 정전기 폭발 위험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SIF 기법으로 분석한 사고 사례에는 이번 사고와 유사한 세척 중 폭발 사고가 3차례 포함돼 있어 보고서상 위험 저감이 실제 예방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ESG 보고서에서 SIF 기법을 중대재해 예방책으로 내세웠다. 회사는 “2023년 대전 사업장을 시작으로 위험성 평가에 SIF 기법을 도입했다”며 “모든 공정을 정밀 분석하고 중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을 체계적으로 식별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 7648개의 위험 요인 중 2446개의 SIF 관련 원인을 식별하고 이를 485개로 줄여 전 사업장의 중대재해 위험도를 80% 감소시켰다”고 자평했다.
SIF는 사망이나 중상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위험 요인을 사전에 찾아 관리하는 위험성 평가 기법이다. 노동부도 3월 26일 SIF 기법을 활용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사고 사망 사례 4432건을 분석하고 유해·위험 요인과 감소 대책을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번 사고와 유사한 ‘세척 중 폭발 사고’ 사례 3건과 2018년·2019년 같은 사업장 폭발 사고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노동부 자료에는 2016년 1월 한 석유제품 제조 공장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2020년 2월 의약품 제조 공장에서 반응기 내벽 세척 중 정전기로 다수 근로자가 화상을 입은 사고 등이 주요 사고 사례로 언급됐다.
이번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 역시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정전기가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회사 측은 사고 직후 “화약 성분이 물과 접촉하면 무력화되는 성질이 있어 세척 공정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작업으로 판단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SIF 기법으로 세척 공정의 정전기 폭발 위험을 이미 제시한 만큼 회사가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노동부는 유사 사고 감소 대책으로 비산방지덮개나 용접방화포 구비 등을 제시했지만 이번 사고 현장에는 관련 장비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ESG 보고서에는 SIF 도입과 위험도 감소 성과를 수치로 적시했지만 실제 현장 예방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화재 대응 체계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은 방위사업청 요청으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진행된 군용화약류 제조·저장시설 화재안전조사에서 2년 연속 ‘불량’ 판정을 받았다. 조사는 주요 소방시설이 밀집한 70동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사고가 난 56동은 제외됐다.
56동 세척공실은 면적이 243㎡에 그쳐 자체 점검 결과를 관할 소방서에 보고해야 하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도 빠졌다. 내부에는 대형 소화기 1대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이 세 번째 사고인데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고서상 위험도 감소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위험을 줄이는 예방 조치가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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