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같지 않은 내 돈
김병준 마켓시그널부 기자
입력2026-06-03 21:21
지면 34면내 돈을 관리해주겠다는 사람이 자금의 사용처, 사용 계획 등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어떤 과정을 거쳐 돈을 썼는지, 왜 사용했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훌륭하게 관리하더라도 ‘내 돈을 굳이 맡겨야 할까’ 고심하게 된다. 올해도 최대 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이야기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주식시장 강세에 힘입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 수익률과 2000조 원이라는 상징적인 숫자 달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운용 성과 자체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쉬운 점은 투명한 소통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7일 올해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올렸다. 올해 1월 국내 주식 비중 한도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데 이어 중기자산배분안까지 뒤집은 것은 전례가 없다. 정부의 설명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해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국내 주식의 추가 허용 범위인 전략적자산배분(SAA)도 현재 ±3%포인트에서 확대하면서 세부 수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이 맡긴 돈이 어떻게, 얼마나 쓰이는지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1980년대 시작된 국민연금은 국민이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돌려받는 제도다. 주인인 국민의 돈을 대리인인 국민연금이 대신해서 관리할 뿐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확대를 위한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주인인 국민에게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 올해 1월 주식 비중 한도 적용을 유예한 회의록도, 주식 비중을 대폭 확대한 논의조차 국민은 알 길이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 지침이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도 국민에게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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