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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견] 냉면

안병익 식신 대표

입력2026-06-03 21:50

지면 34면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냉면이 떠오른다. 냉면의 뿌리를 이야기할 때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북녘에서는 평양·함흥·해주·원산·강계 등 지역마다 고유한 냉면이 자리 잡았다.

평양냉면은 메밀 함량이 높은 면발과 동치미 또는 소고기 육수로 낸 맑고 담백한 국물이 특징이다. 자극적인 맛 대신 은은한 감칠맛이 오래 남고 차갑지만 과하지 않은 온도의 육수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정적인 인상을 준다.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을 통해 서울에 정착한 평양냉면은 오늘날 한국 냉면의 기준점이 됐다. 반면 함흥냉면은 정반대의 매력을 지녔다.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면발에 매콤달콤한 양념장을 더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대표 메뉴인 회냉면은 홍어나 가자미회를 곁들여 새콤한 풍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남한 지역의 진주냉면은 화려함으로 단연 눈길을 끈다. 소고기 육전과 달걀지단·배·오이·실고추 등 다채로운 고명이 한 그릇 위를 가득 채우며 시각적인 풍성함을 더한다. 육수 또한 소고기와 해산물 육수를 따로 낸 뒤 섞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산의 밀면은 한국전쟁 직후 부족한 메밀을 대신해 밀가루로 만들어진 대체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냉면과 별개의 독자적 장르로 자리 잡았다. 밀가루와 전분을 섞은 면발에 달큰한 육수가 매력적이다.

냉면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최고의 냉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범할 수도 있다. 올여름, 익숙한 한 그릇에 머무르지 말고 다른 냉면의 개성을 찾아보자. 한 젓가락의 면발과 한 모금의 육수에서 우리는 지역의 역사와 가슴 시린 사람들의 삶의 맛을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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