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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동’ 빌미로 12.5% 관세 부과…‘슈퍼 301조’ 체제 본격화

■ 美 USTR, 새 관세체계 발동

강제노동 상품 유입 안 막을땐 부과

日·中·대만·호주 등 60개국 조사

품목관세 대상 수입품엔 적용 안돼

2.5% 최혜국 대우 가산여부 주목

靑 “美과 소통…이익균형 지킬 것”

입력2026-06-04 05:30

수정2026-06-04 05:30

지면 12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15일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T연합뉴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15일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T연합뉴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슈퍼 301조’를 활용한 보편 관세 체계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앞세워 한국에 최대 1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은 2월 연방대법원 판결로 15%의 보편관세 부과가 어려워지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등 무역 불균형 문제를 조사해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2일(현지 시간) 미 CNBC방송에 출연해 “70개 넘는 나라의 특정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 중”이라며 “몇 주 안에 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앞서 대법원 판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보편관세가 무산되자 이를 대신하기 위해 임시로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10%의 관세를 부과해둔 상황이다. 다만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는 최대 150일까지만 부과할 수 있어 기한이 만료되는 7월 24일께에는 새로운 관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슈퍼 301조’라고 불리는 무역법 301조다.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하려면 별도의 조사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몇 주 내에 마무리짓고 보편관세 체계를 복구하겠다는 이야기다.

USTR이 무역법 301조 조사 근거로 삼고 있는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차단 미흡’ 문제 중 강제노동 조사 결과는 윤곽이 나왔다. USTR은 60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6개국은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를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1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뉴질랜드·싱가포르·인도·베트남 등이 포함된다.

USTR은 이들을 제외한 유럽연합(EU)과 캐나다·멕시코·대만·인도네시아 등 14개국에는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제도가 이미 존재하거나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유사한 제도를 만들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해 10%의 관세를 매긴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강제노동으로 만든 원재료·부품·섬유나 이를 바탕으로 만든 상품의 수입을 금지해왔다. 강제 노동이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노동 비용을 0으로 만들어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USTR은 이번 조사에서 한국과 같은 미국의 교역 대상국이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자국 시장 내 유입을 충분히 막지 않는 것도 불공정 무역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데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원단이 한국에 수입돼 의류 제품으로 가공된 뒤 미국에 수출되면 미국의 기업이 강제 노동 상품과 경쟁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강제 노동 상품 수입 차단에 적극적이지 않은 나라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USTR의 논리다.

슈퍼 301조에 근거해 새로 부과될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별도의 품목관세가 부과 중인 수입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별도의 품목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철강 및 자동차 업계는 301조에 의해 추가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을 우려했는데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USTR은 농축산물, 핵심 광물, 석유와 천연가스, 화학 및 배터리 원료 등 미국의 물가와 직결되거나 경제안보와 밀접한 품목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제안한 최대 관세율이 15%가 아니라 12.5%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IEEPA에 근거한 보편관세는 기존 관세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누리던 약 2.5% 내외의 관세 이익이 사라지는 방식이었다. 만약 슈퍼 301조에 근거한 보편관세가 미국의 최혜국대우관세(MFN) 2.5%에 슈퍼 301조 관세 12.5%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면 한미 FTA의 이익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행정명령이 나온 것이 아니어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며 “최대한 국익에 부합하도록 미국 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USTR은 이날 제안한 방침을 중심으로 7월까지 각국의 의견서를 받고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미국과 적극 소통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을 최대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금명간 그리어 대표와 접촉해 이번 발표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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