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국정 안정’ 선택…민생정치로 화답해야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 바꾸고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자
입력2026-06-04 00:06
수정2026-06-04 00:43
지면 35면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안정’을, 국민의힘은 ‘견제·균형론’을 앞세운 가운데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시도지사 16명, 시장·군수·구청장 227명, 시도 의원 3968명, 교육감 16명 등 4227명의 지역 일꾼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뒀다. 14곳에서 동시에 치러져 사실상 ‘미니 총선’이라 불릴 만했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여당은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61%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 등에 비춰 유권자들이 높은 주인의식을 보여 준 선거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올해 지방선거도 중앙 정치 대리전과 편가르기 구태를 반복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정책과 인물 검증은 뒷전인 채 여야 간 흠집 내기식 공방과 포퓰리즘 공약 경쟁, 고소·고발전 등이 난무했다. 더구나 서울 시내 14개 투표소에서 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투표권 침해이자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한 중대 사안이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 주려는 민심이 확인됐다”고 자평했다. 물론 중동 전쟁, 환율·물가 상승 등 대내외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여당의 ‘국정 안정론’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래도 여당은 대통령·국회 권력에다 지방 권력까지 쥐었다고 자만하지 말고 민생 정치와 경제 성과로 화답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실은 겉보기에 화려한 ‘외화내빈’의 상황이 아닌가 우려된다. 올해 2%대 이상의 성장이 전망되지만 대다수 제조업이 활력을 잃으면서 수출·실질소득 등이 ‘K자형 양극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고루 잘사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이루려면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안주해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대로 2030년대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여러 차례 “최대 당면 과제는 잠재성장률 반등”이라며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구조 개혁을 주문했다. 하지만 외형상의 성장 회복에 취하고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해 실행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간 처리해야 할 난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2일 국무회의에서 “임기 2년 차부터는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더 크게 만들고, 더 속도를 높이고, 더 폭을 넓혀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려면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조 개혁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당정은 반도체를 이을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 혁파와 노동 유연성 확보, 교육제도 수술 등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주52시간제 등 기업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규제 법안은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물론 경제의 체질 개선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예상되는 험난한 작업이다. 이를 돌파하려면 국민 통합의 정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론 결집은 삼권분립·시장경제·법치주의 등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탱하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할 때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본격화할 개헌 논의는 국회가 초당적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순리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문제, 공소 취소 특검법 입법 등 쟁점 사안들도 국민 눈높이에서 결정돼야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와 절연하지 못하고 당내 권력 다툼에만 몰두했던 잘못을 깊이 자성하고 건전한 야당으로서 미래를 위한 경제 체질 개선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구조 개혁 외에도 위험 수위에 이른 가계 부채, 미국의 비관세장벽 압박, 북중러 밀착과 안보 위협 등 숱한 난제들이 놓여 있다. 이 대통령과 여야는 경제성장의 온기가 두루 퍼지게 하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주당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고 합리적인 정책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든 국민의힘은 지도부 총사퇴를 비롯한 과감한 인적 쇄신, 미래 정책 제시 등을 통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6·3 지방선거도 물론이지만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정당은 어떤 선거에서도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언제나 문제는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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