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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 겪는 일” 분통…“잠실7동 투표함 반출 안돼” 심야 대치도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송파·강남·광진 10여곳서 혼란

긴 대기시간에 일부는 발길 돌려

지퍼백 투표용지 배달 논란도 확산

잠실7동 투표 종료 22시까지 연장

선거 공정성 둘러싼 잡음 커질 듯

입력2026-06-04 01:51

수정2026-06-04 03:11

지면 2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 잠실2동 6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투표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치러진 3일 오후 4시께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던 유권자들은 투표용지가 부족해 대기해야 한다는 예상치 못한 안내를 듣고 발을 동동 굴렀다. 현장에서는 “오후 2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속 연락했지만 답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선거인 본인 확인란에 투표소에 왔지만 투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라도 별도로 기록해달라”고 항의했지만 “선관위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날 송파구 잠실2동과 잠실7동·가락2동·문정동·오륜동 등 송파구 내 투표소 10여 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투표소 밖에는 투표용지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섰고 일부 시민들은 휴대폰으로 현장을 촬영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긴 대기 시간에 지친 시민들은 “선거인 수에 맞춰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선거 당일인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광진구·동작구 등 서울 시내 최소 10여 곳의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소진돼 투표가 한때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선관위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로 인한 일시적 물량 부족이라고 해명했지만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관리 부실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당시 코로나19 확진 유권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소쿠리나 종이 상자 등에 담아 운반해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던 데 이어 또다시 선거 관리 신뢰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수십 명의 유권자가 장시간 대기했고, 일부는 아예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청담동 투표소를 찾은 한 주민은 투표용지가 없다는 말을 듣고 주변에서 기다리다 오후 6시께 다시 투표소에 도착했지만 대기표가 없어 결국 투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접수된 투표용지 부족 관련 신고도 14건에 달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20분 기준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이날 오후 5시께 언론 공지를 통해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해당 투표소들에는 투표용지가 긴급 이송됐고 선관위는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이후에도 대기 중인 유권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추가 투표용지가 배부되는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지퍼백에 담겨 전달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지퍼백 투표용지’ 논란도 확산했다.

투표 시간 연장으로 일부 유권자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투표에 참여하는 전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송파구 우성아파트에 마련된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발부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했다. 해당 투표소에 늦은 시각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극심한 대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해당 투표소를 통한 투표는 무효가 돼야 한다” “투표함 반출을 막아야 한다”며 강력히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상황에서 추가 투표가 이뤄진 만큼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5동 제1투표소에서는 이날 오후 5시께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투표관리관이 선관위에 상황을 알린 뒤 약 30분 만에 추가 용지가 도착했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려야 했다. 연수구 동춘1동의 한 투표소도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은희 의원은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예상을 웃돌아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인 60.2%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단순한 투표율 상승만으로는 선관위가 이번 관리 부실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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