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황태자’서 ‘골목 정치인’으로…변신 성공한 한동훈
‘엘리트 검사’ ‘깐족’ 이미지 탈피하고
“이번만은 밀어달라” 저자세로 호소
당 조직보단 밑바닥 민심으로 승부수
‘발품 전략’으로 하정우 넘어섰단 평가
‘자봉’ 팬덤도 새로운 선거 문화로 안착
한동훈 무소속 당선인은 ‘윤석열의 황태자’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팀 검사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이름을 알린 그는 검찰 핵심 요직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과 집권여당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정치 입문 이후에도 ‘윤석열의 남자’라는 수식어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은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정면 충돌한 그는 결국 국민의힘에서 제명됐고, 무소속으로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뛰어들면서 정치적 생환에 성공했다. 이제 압도적 ‘팬덤’을 거느린 ‘골목 정치인 한동훈’으로 돌아왔다.
◇‘尹 황태자’서 골목 정치인으로
한 당선인의 이번 당선은 단순한 무소속 후보의 이변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조직 없이 ‘바닥 민심’을 등에 업고 승리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한 당선인은 약점으로 꼽혀온 ‘엘리트 이미지’를 이번 선거 과정에서 상당 부분 희석시킨 모습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형성된 강한 이미지와 ‘깐족거린다’는 비판적인 시선 대신 주민들과 눈 맞추며 “이번만은 밀어달라”고 호소하는 낮은 자세로 탈바꿈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향후 선거 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인· 강성 팬덤·온라인 여론전이 결합해 밑바닥 민심부터 훑고 올라오는 선거 방식이 실제 지역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기존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조직보다 주민 택했다…‘발품 전략’으로 승부
“힘 센 사람들 모아놓고 말 한 번 시키고 그걸 언론에 자랑하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하려 했다.”
지난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한 당선인은 이렇게 말했다. 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실제 선거사무소를 채운 것은 북구 주민들이었다. 한 당선인은 개소식에서도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주민들에게 먼저 마이크를 건넸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한 당선인은 “‘혼자 다니면 사람들이 진짜 혼자인 줄 안다’고 누가 그러더라”라며 “하지만 이분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주민은 구포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이른바 ‘찰밥 할머니’ 김보갑 씨였다. 김 할머니는 도보 유세를 하던 한 당선인에게 찰밥 한 끼를 건네면서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영상에는 김 할머니가 전한 찰밥을 가로수 옆에 풀썩 주저앉아 허겁지겁 먹는 한 당선인의 모습이 담겼다.
이처럼 한 당선인이 택한 것은 조직력을 앞세운 선거운동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발품 전략’이었다. 그의 전략은 통했다. 구포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한동훈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보니 (전)재수가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야기 들어준 건 韓뿐”…‘경청’으로 얻은 민심
구포시장 한편에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희수 양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희수네 분식’이 있다. 한 당선인은 선거운동 초반 이곳을 찾았고, 당선 시 1호 법안으로 이른바 ‘희수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적장애 아동 지원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벌써 당선된 줄 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희수 양과 희수 양 어머니의 기대는 꺽을 수 없었다. 한 당선인의 마지막 유세에 함께 한 희수 양 어머니는 “세 후보를 모두 만났지만 우리 아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한 후보뿐이었다”며 “희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불러주고 손 한 번 더 잡아준 덕분에 아이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국서 몰려든 ‘자봉’…선거 운동도 달랐다
한 당선인은 짧은 정치 경력 속에서 강한 팬덤을 구축한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의 팬덤은 숱한 논란 속에서도 한 당선인을 떠받치는 핵심 자산이 됐다.
선거 기간 북구 거리 곳곳에는 이 지역 투표권이 없는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공식 선거운동원보다 더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거리에서 행인과 차량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한 당선인 지지를 호소했다. 집중 유세가 끝난 뒤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지지자들이 남긴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풍경이 기존 선거 문법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팬덤 정치라고 설명한다.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던 팬덤 활동이 실제 지역 선거에 침투한 장면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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