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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황태자’서 ‘골목 정치인’으로…변신 성공한 한동훈

‘엘리트 검사’ ‘깐족’ 이미지 탈피하고

“이번만은 밀어달라” 저자세로 호소

당 조직보단 밑바닥 민심으로 승부수

‘발품 전략’으로 하정우 넘어섰단 평가

‘자봉’ 팬덤도 새로운 선거 문화로 안착

입력2026-06-04 06:00

수정2026-06-04 11:05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4일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4일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무소속 당선인은 ‘윤석열의 황태자’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팀 검사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이름을 알린 그는 검찰 핵심 요직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과 집권여당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정치 입문 이후에도 ‘윤석열의 남자’라는 수식어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은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정면 충돌한 그는 결국 국민의힘에서 제명됐고, 무소속으로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뛰어들면서 정치적 생환에 성공했다. 이제 압도적 ‘팬덤’을 거느린 ‘골목 정치인 한동훈’으로 돌아왔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4일 새벽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4일 새벽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尹 황태자’서 골목 정치인으로

한 당선인의 이번 당선은 단순한 무소속 후보의 이변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조직 없이 ‘바닥 민심’을 등에 업고 승리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한 당선인은 약점으로 꼽혀온 ‘엘리트 이미지’를 이번 선거 과정에서 상당 부분 희석시킨 모습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형성된 강한 이미지와 ‘깐족거린다’는 비판적인 시선 대신 주민들과 눈 맞추며 “이번만은 밀어달라”고 호소하는 낮은 자세로 탈바꿈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향후 선거 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인· 강성 팬덤·온라인 여론전이 결합해 밑바닥 민심부터 훑고 올라오는 선거 방식이 실제 지역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기존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지난달 26일 부산 북구 구포동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지난달 26일 부산 북구 구포동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조직보다 주민 택했다…‘발품 전략’으로 승부

“힘 센 사람들 모아놓고 말 한 번 시키고 그걸 언론에 자랑하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하려 했다.”

지난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한 당선인은 이렇게 말했다. 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실제 선거사무소를 채운 것은 북구 주민들이었다. 한 당선인은 개소식에서도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주민들에게 먼저 마이크를 건넸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한 당선인은 “‘혼자 다니면 사람들이 진짜 혼자인 줄 안다’고 누가 그러더라”라며 “하지만 이분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주민은 구포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이른바 ‘찰밥 할머니’ 김보갑 씨였다. 김 할머니는 도보 유세를 하던 한 당선인에게 찰밥 한 끼를 건네면서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영상에는 김 할머니가 전한 찰밥을 가로수 옆에 풀썩 주저앉아 허겁지겁 먹는 한 당선인의 모습이 담겼다.

이처럼 한 당선인이 택한 것은 조직력을 앞세운 선거운동보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발품 전략’이었다. 그의 전략은 통했다. 구포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한동훈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보니 (전)재수가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후보가 6·3 지방선거 및 국회후보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숙등역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오승현 기자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후보가 6·3 지방선거 및 국회후보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숙등역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오승현 기자

◇“이야기 들어준 건 韓뿐”…‘경청’으로 얻은 민심

구포시장 한편에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희수 양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희수네 분식’이 있다. 한 당선인은 선거운동 초반 이곳을 찾았고, 당선 시 1호 법안으로 이른바 ‘희수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적장애 아동 지원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벌써 당선된 줄 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희수 양과 희수 양 어머니의 기대는 꺽을 수 없었다. 한 당선인의 마지막 유세에 함께 한 희수 양 어머니는 “세 후보를 모두 만났지만 우리 아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한 후보뿐이었다”며 “희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불러주고 손 한 번 더 잡아준 덕분에 아이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숙등역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의 지지자들이 한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오승현 기자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부산 북구 숙등역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의 지지자들이 한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오승현 기자

◇전국서 몰려든 ‘자봉’…선거 운동도 달랐다

한 당선인은 짧은 정치 경력 속에서 강한 팬덤을 구축한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의 팬덤은 숱한 논란 속에서도 한 당선인을 떠받치는 핵심 자산이 됐다.

선거 기간 북구 거리 곳곳에는 이 지역 투표권이 없는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공식 선거운동원보다 더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거리에서 행인과 차량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며 한 당선인 지지를 호소했다. 집중 유세가 끝난 뒤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지지자들이 남긴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풍경이 기존 선거 문법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팬덤 정치라고 설명한다.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던 팬덤 활동이 실제 지역 선거에 침투한 장면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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