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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수도권 석권한 진보의 ‘사실상 압승’…교육판이 뒤집혔다

10대 5로 진보 교육감이 우세

4년전에는 9대8로 균형 이뤄

서울·인천·경기 수도권 싹쓸이

경남은 막판까지 0.05%p차 접전

입력2026-06-04 07:51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6·3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최소 10곳 이상을 가져갔다. 서울, 경기, 인천 등 학령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포함해 10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지었다. 오전 7시 30분 현재 개표가 진행 중인 경남 지역에서는 개표율이 90% 가량 진행된 가운데 보수 측이 권순기 후보가 0.05%포인트 차로 앞서 있다. 만약 권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전국 교육감 진영 구도는 진보 10에 보수 6의 구도가 형성된다. 4년 전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9곳, 보수 성향 후보가 8곳에서 각각 승리하며 이념 지형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수도권을 석권한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압도하는 양상이다.

3일 치러진 6·3 교육감 선거 개표 결과 4일 오전 7시 30분 현재 진보 성향 당선인만 10명이 배출됐다. 특히 서울·경기·부산·인천 등 학령인구 집중 지역을 석권하며 사실상 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시 경쟁 완화와 교육 복지 확대를 앞세운 진보 진영의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낸 데다 12·3 계엄 사태 이후 보수 진영에 대한 반발 기류가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 지지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교육감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서울에서는 8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근식 현 교육감이 무난히 재선 고지에 올랐다. 선거 전에는 진보 성향 후보만 3명이 출마한 점이 변수로 꼽혔지만 실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진보 진영 내부의 갈등은 향후 교육감 선거에도 부담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정근식 후보와 한만중 후보는 ‘민주진보 후보’ 명칭 사용을 둘러싸고 쌍방 고소에 나서는 등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교육감 후보가 이같이 난립한 배경에는 선거비용 보전과 같은 현실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교육감 후보는 유효 투표 총수의 10%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반면 중도 사퇴 시에는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상당수 후보가 당선 가능성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 확보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동성애 반대 등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고 최종 득표율이 20%대를 기록했다. 보수 단일화 후보인 윤호상 후보다 15%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진보 진영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인천에서는 도성훈 현 교육감이 이대형·임병구 후보와의 3자 구도 속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당선에 성공했다.

3선 설동호 교육감이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한 대전교육감 선거에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며 출구조사 및 개표 중반까지의 결과로는 진보 성향의 성광진 후보 당선이 유력했지만 치열한 접전 끝에 보수 성향인 오석진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에서는 진보 성향의 조용식 후보가 당선됐으며 강원에서는 진보 성향의 강삼영 후보가 신경호 현 교육감을 8%p 가량의 득표율 차이로 이겼다. 세종에서는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중도 보수인 강미애 후보가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선거 막판에 불거진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임전수 후보 지원 논란이 임 후보 측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에서는 진보 성향의 고의숙 후보가 보수 성향의 김광수 현 교육감을 제치고 당선 됐으며 현역 교육감 두 명이 출사표를 던진 전남에서는 김대중 현 교육감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전국에서 학령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에서는 개표 초반 앞서갔던 임태희 현 교육감이 5선 의원 출신인 안민석 후보의 조직력 및 인지도를 넘어서지 못해 재선에 실패했다. 경남에서는 진보 성향 송영기 후보가 보수 단일화 후보인 권순기 후보가 막판 까지 엎치락 뒤치락 중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 현직 교육감들에게 현역 프리미엄이 크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근식 서울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도성훈 인천교육감 등 현직 교육감 11명이 대거 출마했지만 경북·대구 등 보수세가 강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기존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 실제 2018년 선거에서는 현직 교육감 12명이 모두 당선된 반면 2022년에는 현직 교육감 13명 중 9명이 당선되는 등 현역 프리미엄은 갈수록 약해지는 추세다.

다만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유권자의 무관심이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에는 기호나 정당명이 없어 교육 이슈에 관심이 낮은 유권자는 앞쪽에 배치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유권자 A 씨는 “교육감 후보 포스터에 쓰인 배경색을 보고 후보가 진보인지 보수인지를 판단했다”며 “양 진영 모두 후보가 너무 많아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4년 전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시도지사 선거의 3배가량인 전체의 4%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도 무효표로 분류되는 표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6·3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전국 교육감직의 과반을 차지하며 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교권 강화와 민주시민 교육 확대 등의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돌봄 교육과 학생 교통비 지원 등 각종 교육 복지 정책도 공약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진보 진영에서 공약한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 전환과 같은 대입 제도 변경 부문은 교육감 권한이 아닌 데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의 일반고 전환 또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 교육부와 조율이 필요한 이슈라 추진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3일 치러진 6·3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10명의 진보 성향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 인공지능(AI) 리터러시 및 비판적 사고 교육 강화, 민주시민 교육 확대 등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인들은 12·3 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보고 관련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시민 교육 관련 정책은 새 교육감 임기 초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등 대입 제도 개편 공약은 교육감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능과 내신 평가 방식은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권한을 가진 영역인 데다 대학 입시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특히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 한정된 상황에서 절대평가 전환은 변별력 약화와 입시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정부와 국회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 교육감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정책이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 교육부와의 조율이 필요하다. 학부모 단체와 일부 학교의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실제 추진 여부는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치권 논의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AI 교육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전국 시도에서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교육감 후보 58명 중 54명이 AI 교육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학습 지원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학생 펀드 조성, 교통비 지원, 체험학습비 확대 등 현금성 교육 복지 공약 또한 상당수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교육감 선거가 ‘선심성 공약 경쟁’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일선 교육청의 재정 여력이 아직은 넉넉한 데다 지방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면 상당수 공약을 집행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다. 기획재정부 등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교육교부금 제도를 경상성장률 연동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재정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제도 개편이 현실화할 경우 시도교육청의 예산 축소는 불가피하다.

교육감 당선인들은 교부금 개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을 경상성장률 연동 방식으로 변경할 경우 연간 최대 약 20조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감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대규모 현금성 공약이 교부금 개편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공약 이행 동력은 커졌지만 교육재정 개편이 향후 정책 추진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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