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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5.18 피해자 가족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소멸시효 안 지나”

입력2026-06-04 08:30

수정2026-06-04 08:30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이 2021년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같은 해 헌법재판소의 관련 법 조항 위헌 결정 전까지는 피해자 가족들이 현실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총격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들 가족으로,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1990∼1991년 보상금을 수령했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021년 5월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부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국가를 상대로 그해 11월 소송을 냈다.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쟁점은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여부였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위자료 청구권도 인정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 가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보상금 지급이 결정되던 1990년대부터 시효가 흘러 이미 완성됐다며 형제자매 등 일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가족들은 1990∼1991년 무렵 이 사건의 불법행위를 현실적,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보상금 지급 결정일로부터 3년이 훨씬 지난 2021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고 봤다.

1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일부 유족의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였다. 인용액은 전체 청구액(38억4999만 원)의 약 38% 수준인 총 14억8074만 원이었다.

2심은 일부 원고들에 대한 배상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형제자매 등 일부 가족의 고유 위자료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옛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상 ‘유족’은 관련자의 재산상속인을 뜻하는 만큼, 이들에게는 헌재 위헌 결정 전까지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형제자매 등 관련자의 재산상속인이 아닌 가족은 보상법상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므로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에 같은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청구권은 보상금 지급 결정일 무렵부터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진행돼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가족 고유 위자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환송했다.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5·18 관련자 가족들이 보상금 지급 결정 당시 국가의 불법행위와 손해를 인식할 수 있었더라도, 헌재 위헌 결정 전까지는 가족 고유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위헌결정일인 2021년 5월 27일까지 관련자의 가족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소를 제기한 이상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 1월 22일 선고한 5·18 정신적 손해배상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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