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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해 보여도 안심 못하는 ‘신장이식 거부반응’…혈액 속 DNA로 조기 포착

서울대·세브란스·고대안암병원 공동 연구팀

신장이식 후 무증상 거부반응 예측 지표 규명

공여자 특이 항체에 세포유리 DNA 지표 결합

불필요한 조직검사 없이 진단성능 향상 입증

입력2026-06-04 10:31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신장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무증상 거부반응을 혈액검사 만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을 통해 제시됐다. 신장(콩팥)을 이식 받은 환자의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통해 거부반응 위험을 판별해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은 이식혈관외과 조아라민상일 교수와 이주한 세브란스병원 교수, 정철웅 고려대안암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신장이식 후 ‘공여자 특이 항체’(dnDSA)가 새롭게 발생한 환자에서 공여자 유래 세포유리 DNA 혈액검사가 무증상 거부반응 예측에 유용함을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이식은 우리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면역체계가 이식된 신장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는 ‘면역 거부반응’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식 후 몸속에 새롭게 생성되는 공여자 특이 항체가 신장 기능 저하와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 항체가 발생한 환자의 30~40% 정도만 실제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이 확인된다. 나머지 60~70%가량은 혹시 모를 거부반응을 우려해 불필요하게 출혈과 통증, 입원 부담이 큰 조직검사를 감수해야 했던 실정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공여자 유래 세포유리 DNA’(dd-cfDNA)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dd-cfDNA는 이식된 신장이 면역학적 공격을 받거나 염증이 발생했을 때 혈액 속으로 방출되는 DNA 조각이다. 이식된 신장의 손상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비침습적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조직검사 시행 여부 결정에 관한 임상적 유용성은 불확실했다.

신장이식 후 이식신 손상으로 혈액 내에 증가한 ‘세포유리 DNA’를 측정해 거부반응 위험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하는 원리 모식도.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신장이식 후 이식신 손상으로 혈액 내에 증가한 ‘세포유리 DNA’를 측정해 거부반응 위험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하는 원리 모식도.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연구팀은 국내 3개 이식센터에서 신장을 이식받은 후 안정적인 신장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 123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조직검사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이중 77명은 공여자 특이 항체 양성이었고 나머지 46명은 음성이었다.

그 결과 공여자 특이 항체 양성 환자의 dd-cfDNA 수치는 1.2%(중앙값)로, 음성 환자의 0.3%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해당 수치는 실제 신장 내부의 미세혈관 염증 정도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제 조직검사 진단 기준(밴프 지표)을 적용하면 신장 내 미세혈관에 염증이 거의 없는 단계(염증 점수 0~1점)인 환자들의 세포유리 DNA 수치(중앙값)는 0.54%에 머물렀으나, 염증이 심한 단계(염증 점수 2점 이상)의 환자들에선 1.6%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공여자 특이 항체만 이용할 경우 무증상 거부반응 예측 성능(AUC)이 0.74에 불과하지만 dd-cfDNA를 함께 적용하면 0.82로 진단 성능이 유의하게 높아짐을 확인했다. 특히 두 가지 지표를 결합한 검사법이 불필요한 침습적 조직검사를 줄여 환자의 절차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밝혔다. 세포유리 DNA 검사를 추가해 수치가 1.0% 미만으로 낮게 나온 환자들을 선별해낸 결과, 이들이 실제 거부반응이 없을 확률(음성예측도)은 97.8%에 달했다. 두 혈액검사를 결합함으로써 대다수의 저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식별해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보류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민 교수는 “신장이식 후 공여자 특이 항체가 발견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 거부반응을 우려하게 되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비침습 바이오마커를 결합해 실제 거부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더 정밀하게 선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세포유리 DNA를 임상 의사결정 과정에 적절히 통합하면 환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이식된 신장의 손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개인 맞춤형 모니터링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외과학회지’ 최신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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