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기대 못 채웠나...시간외서 시총 3500억달러 증발 위기
분기 실적 예상 웃돌았지만
AI 성장 전망 기대 못 미쳐
시간외거래서 15% 급락
입력2026-06-04 11:10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주가가 3일(현지 시간) 시간외거래에서 급락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인공지능(AI) 사업 성장 전망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4일(현지 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26회계연도 2분기(2월 2일~5월 3일) 매출이 221억 87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치로 비저블알파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221억2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2.44달러로 54% 늘어나 시장 예상치인 2.40달러를 상회했다.
호실적은 AI 사업이 주도했다. AI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급증한 108억 달러를 기록하며 13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현금흐름은 104억9000만 달러, 잉여현금흐름(FCF)은 102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체 매출의 46%에 달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로드컴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15.4% 급락했다. 이 하락폭이 정규장까지 유지될 경우 시가총액 감소 규모는 약 349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FT의 추산이다. FT는 “미국 기업 역사상 세 번째로 큰 단일 시가총액 증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향후 실적 전망이었다. 브로드컴은 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294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 282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최고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저블알파의 리서치 총괄인 멜리사 오토는 “AI 매출 가이던스가 다소 약하게 제시됐다”며 “이것이 애프터마켓에서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수요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럼그룹의 다니엘 뉴먼 CEO는 “맞춤형 AI 칩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을 감안하면 브로드컴은 또 한 번 뛰어난 분기 실적을 내놨다”면서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한 뒤 실제 발표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회사가 제시했던 2027년 AI 칩 매출 1000억 달러라는 목표치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투자자들은 향후 2년 동안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관련 기업들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면서 “이번 주가 급락은 브로드컴의 장기 실적 전망이 계속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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