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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보령 항암제 사업 매각하라”...글로벌 M&A 첫 시정명령

유방암 치료제 국내 시장 점유율 1·2위 결합

공정위, 제약사 보령에 디탁셀 사업 매각 명령

사노피 ‘탁소텔’ 인수에 독점 우려 판단

보령, 디탁셀 사업 6개월 내 매각해야

국내 기업 해외 M&A 첫 시정조치

입력2026-06-04 12:00

수정2026-06-05 17:51

보령 예산캠퍼스 항암제 생산시설. 사진 제공=보령
보령 예산캠퍼스 항암제 생산시설. 사진 제공=보령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회사 보령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항암제 사업 매각 명령을 내렸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인수한 유방암 치료제 ‘탁소텔(Taxotere)’과 기존 제품 ‘디탁셀(Ditaxel)’을 함께 보유할 경우 시장 독점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해 공정위가 자산매각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는 4일 보령의 탁소텔 영업양수 건을 심사한 결과 국내 도세탁셀(docetaxel)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탁소텔은 사노피가 개발한 오리지널 항암제로 유방암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전립선암, 비소세포폐암 등에도 쓰이며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포함돼 있다. 보령은 지난해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과 품목허가권, 상표권 등 사업에 필요한 권리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보령이 이미 같은 성분의 제네릭 항암제인 디탁셀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도세탁셀 시장 점유율은 탁소텔이 64.7%로 1위, 디탁셀이 13.8%로 2위를 기록했다. 두 제품이 결합하면 점유율은 최대 78.5%까지 올라간다. 나머지 경쟁사 6곳의 점유율은 각각 7% 미만에 그친다.

공정위는 특히 보령이 향후 탁소텔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게 되면 디탁셀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행 규정상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의약품을 한 회사가 두 개 이상 제조품목 허가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 2위 제품인 디탁셀이 사라지면서 1위 제품인 탁소텔을 견제할 경쟁 압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디탁셀이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라 탁소텔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역할을 해왔다고 봤다. 실제로 2023년과 2025년 탁소텔 점유율이 하락하는 동안 디탁셀 점유율은 상승했다. 보령은 2023년 국내에서 유일한 무알코올 도세탁셀 제품도 출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기존 도세탁셀 제품에 포함된 알코올 성분이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보령은 이를 개선한 제품으로 품질 경쟁을 벌여왔다.

경제분석 결과도 경쟁제한 우려를 뒷받침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이후 도세탁셀 가격이 4.6~9.3% 오르고 소비자 후생은 연간 33억 8000만~77억 8000만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보령이 6개월 이내(최대 6개월 연장 가능)에 디탁셀 관련 사업을 제3의 제약사에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매각 대상에는 품목허가권과 기술자료, 영업자료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산이 포함된다. 매각 전까지는 생산·공급 중단이나 거래처의 탁소텔 전환 유도 행위도 금지된다. 매각 이후에도 인수 업체가 요청할 경우 일정 기간 디탁셀 완제품을 공급하고 기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공정위가 국내 기업의 해외 M&A에 대해 처음으로 자산매각 명령을 내린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항암제 시장에서 경쟁 감소와 소비자 후생 저하를 막고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 간 가격·품질 경쟁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세탁셀 성분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생산·판매를 통해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기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령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보령 관계자는 “탁소텔의 국내 인허가가 완료되면 디탁셀의 품목 허가를 반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의약품 공백을 우려해 디탁셀의 매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환자들의 치료 연속성과 공급 안정성을 위해 공정위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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