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영등포·동작까지 오세훈 택했다…전셋값 폭등 노도강서도 선전
■ 부동산 규제에 등 돌린 서울
吳 31만 가구 공급 1호 공약으로
민간 재건축 인센티브 등 꺼내자
공공지원 초점 맞춘 정원오에 신승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경기 남부
8곳 중 5곳에서 국힘 시장 탄생
입력2026-06-04 17:42
수정2026-06-04 23:34
지면 2면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이어진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불만을 품은 서울 유권자들은 결국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을 선택했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 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 유권자들은 정부 정책에 맞서온 오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 등 강북권에서도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내건 오 당선인이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성수동 개발 신화’를 내세운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부동산 정책 이슈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며 패배했다.
4일 서울시장 선거 개표 결과에 따르면 오 당선인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5곳에서 정 후보에게 뒤졌음에도 최종 승리를 거뒀다. 한강벨트에서의 압도적인 지지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강남 3구의 몰표가 결정적이었다. 강남구에서는 오 당선인이 65.98%를 득표해 정 후보(31.92%)를 크게 앞섰고 서초구에서도 오 당선인 64.68%, 정 후보 33.19%로 사실상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격차를 기록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개표가 늦어졌던 송파구에서도 오 당선인은 54.77%의 득표율을 얻어 막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강동·동작·영등포·용산 등 한강벨트 지역과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양천구에서도 오 당선인이 승리했다. 한강벨트 가운데 정 후보가 우세를 보인 곳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성동구와 마포구 정도에 그쳤다.
오 당선인은 재건축 수요가 높은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 지역에서도 지난 대선 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을 뛰어넘었다. 노원구에서는 45.62%를 얻어 김 후보(37.68%)보다 약 8%포인트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도봉구(39.15%→45.59%), 강북구(37.03%→43.10%)에서도 선전했다.
강북권 약진은 재건축 기대감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도강 등 동북권의 올해 전세 가격 상승률은 8.79%, 월세 상승률은 6.99%로 서울 평균(전세 5.43%, 월세 3.56%)을 크게 웃돌았다.
오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내 부동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도 효과를 거뒀다.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논란 등으로 공격을 받았지만 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이라며 부동산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31만 가구 공급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하며 민간 재건축·재개발 인센티브 확대와 정비사업 행정절차 단축 등을 약속했다. 반면 정 후보는 선거 막판 ‘안전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부동산 정책 대결 구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착착개발’ 등 정 후보의 부동산 공약 역시 민간 정비사업보다 공공 지원에 초점을 맞춰 유권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 정부의 규제 정책 역시 오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부터 올해 1·29 대책까지 네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25억 원 이상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했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보유세 인상 방침까지 예고하면서 시장 위축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 남부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경기 남부는 서울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규제지역이다. 경기도 내 토허구역 8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과천·성남·용인·의왕·하남 등 5곳의 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과천 경마공원 부지 대규모 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과천에서는 신계용 후보가 60.23%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을 지낸 성남에서도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전 민주당 의원이 득표율 48.68%에 그치며 신상진 국민의힘 후보(50.30%)에게 패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인사인 현근택 용인시장 후보 역시 47.67%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쳐 이상일 국민의힘 후보(50.78%)에게 밀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부동산을 둘러싼 계층 투표의 성격이 강했다”며 “고가 주택을 보유한 자산층 유권자들이 자산가치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섰고, 그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강벨트 국민의힘 후보들이 승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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