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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로터리
기술은 있어도 적용할 법령이 없으면 사업은 할 수 없다. 무인 배달 로봇 사업을 하려면 안전과 인증 등 기준이 필요했다. 실외 이동로봇이 수년간의 진통 끝에 허용된 이유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 과정에서 제시된 법령상의 많은 미비점을 채워야 했을 것이다. 실제 실외 이동로봇의 개념을 지능형로봇법에서 정의하고 운행 안전 인증 체계 및 보험 가입 의무를 도입했다. 안전 인증을 받은 로봇에 보행자 지위를 부여하는 규정도 생겼다. 배달과 순찰을 위해 공원에 출입하려면 공원관리법을 바꿔야 했다. 이동형 기기에 의한 영상 촬영 및 활용 근거 마련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했다. 신산업을 하려면 이처럼 예상했거나 예상 못 한 많은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잘해내는 것이 신산업을 돕는 길이다. 향후 10년간 규제 개혁의 최우선순위는 덩어리 규제의 완화가 아닌 신산업 육성에 맞춰져야 한다. 그것이 더 전략적이고 실용적이다. 수도권과 대기업·노동·안전 등에 걸친 큰 규제를 개혁하려면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 규제 개혁을 위한 자원과 역량에는 제한이 있다. 희소한 자원을 논란과 갈등이 극심할 덩어리 규제
역사 속 하루
남베트남이 패망하기 직전인 1975년 4월 17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크메르루주가 입성했다. ‘붉은 크메르’를 뜻하는 캄보디아 공산당 휘하의 이 무장 군사 조직이 통치한 향후 5년간 전체 인구 700만 명 가운데 최소 1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동족과 이민족을 가리지 않고 자행된 살인의 동기는 복합적이었다. 이데올로기적 광신, 인간에 대한 증오,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크메르루주 지도자들은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이념을 추종하면서 폐쇄적 성격의 농업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 했다. 외부 세계와의 완전한 단절을 도모하는 가운데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무차별 살해됐다. 도시 인구를 농촌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저항하는 사람에게는 고문과 학살이 가해졌다. 오랫동안 존중받아온 불교 승려들도 무위도식하는 자로 몰려 살해됐다. 중국계와 베트남계, 이슬람교도인 참족 주민들도 학살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데올로기의 과잉 속에서 농업 정책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아와 질병이 만연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이 비극은 1979년 베트남 군대의 침공으로 크메르루주가 실각함으로써 종식됐다. 2만 개가 넘
열린송현
100세 시대를 앞두고 풍경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사후 치료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던 시대에서 이제는 미리 건강검진 결과를 꼼꼼히 챙기고 자신의 생활 습관에 맞게 식단과 영양을 스스로 관리하는 ‘셀프케어(Self-care)’가 일상이 됐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기술 발전에 발맞춰 2025년 3월부터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란 약사나 영양사 같은 전문가가 개인의 건강 상태, 식습관 등에 대한 상담을 통해 내 몸에 꼭 필요한 성분들만 골라내고 이를 한 번에 섭취하기 좋게 나누거나 섞어서 제공하는 제도이다. 최근 소비자 정책 동향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맞춤형 시장 규모는 2024년 155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한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민간 기업 중심으로 개인의 유전자 정보 및 설문조사 등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제품 제공과 정기구독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
시로 여는 수요일
- 최정란 꽃피는 스무 살이 다시 온다면 물방울 원피스 입고 면회 가고 싶어 꽃봉오리 부푸는 벚나무 터널 아래 제복의 연두빛 청년을 만나 아직 처녀인 가늘고 긴 목에, 첫 입술자국 받아 찍을 수 있을까 철없이 쇄골은 수줍어 눈부시고 입술과 몸은 떨고 있지만 문을 열기에는 너무 이른 계절 몸보다 그리움이 더 애틋해 바다의 심장이 다녀간 검푸른 자리 서툴고 풋풋한 청춘의 멍 자국 리본처럼 하얀 손수건 둘러 감추고 아무도 모르게 머나먼 스무 살 분홍의 국경선 다녀갈 수 있을까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온 국토가 벚나무 터널로 뒤덮이고 있다. 분홍의 국경선이 산과 들을 가르고 있다. 연두와 초록의 제복이 산을 물들이고 있다. 한때 벚꽃은 왜색의 상징으로 꺼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꽃나무에 사람의 국경을 적용하지는 않는 듯하다. 제주도가 원산인 왕벚나무가 발견된 탓도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는 문화적 자존감을 회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선가 분홍 꽃잎이 바다의 심장에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대개 이룰 수 없는 꿈이 더 아름답다.
인공지능(AI)이 또 한 번의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은 질문에 답을 내놓는 ‘반응형 지능’ 시대였다면 이제는 AI가 스스로 계획-추론-행동하는 ‘에이전틱 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알고리즘이 개선되는 차원을 넘어 컴퓨팅의 패러다임이 ‘생성’에서 ‘행동’으로, ‘도구’에서 ‘주체’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 현장에서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올 1월 오픈소스 에이전트 실행 프레임워크인 ‘오픈클로(OpenClaw)’가 발표되며 누구나 에이전트를 만들고 확장할 수 있게 하고 최근 엔비디아 ‘GTC 2026’에서 보안과 거버넌스를 강화한 ‘니모클로(NemoClaw)’가 등장하며 에이전틱 AI가 차세대 컴퓨팅의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는 AI가 에이전틱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행동형 운영체계(Action OS)’로 진화하는 대목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출발점은 ‘하네스’, 즉 에이전트를 감싸는 실행 체계다. 이는 에이전트에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고 주어진 목표를 세부 과업으로 분해하고 단계별로 실행한다. 이 같은 토대 위에 ‘협업 도구’가 올라간다. 복수의 에이전트
해외칼럼
앤스로픽은 “새 버전 ‘미토스’가 사용자 지시에 따라 모든 주요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식별하고 악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이 거의 모든 디지털 시스템을 구동하는 핵심 체계의 보안 허점을 찾아냈다고 설명한 것이다. 기초적인 코딩 지식을 가진 아마추어도 이 허점을 이용해 미국 디지털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해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앤스로픽은 이에 이 모델을 공개하는 대신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테크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취약점 패치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가 실재한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기업이나 정부가 먼저 이 기술에 도달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면 섬뜩하다. 일부는 AI가 비밀번호와 일자리를 빼앗기 전에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불행히도 이번 사태가 보여주듯 그건 불가능하다. 기술은 이미 세상에 나왔고, 미국이 개발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중국 기업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주요 중국 기업은 사실상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 최근 메타가 인수한 스타트업의 AI 창업자 2명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린 것도 이 때문
김재천 칼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는 ‘미군의 희생 없이 공중전만으로 전쟁에 이길 수 있다’라는 믿음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의 출발점은 1991년 제1차 걸프전이다. 이들은 이 전쟁을 공중전으로 이미 승부가 결정된 사례로 평가해 왔다. 정밀유도무기를 활용한 ‘외과수술식(surgical precision)’ 공중타격으로 지상전이 시작되기 전에 전쟁은 사실상 끝났으며, 이후의 지상전은 ‘포로 수용 작전’에 가까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공중전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라크군 지도부는 상당한 수준의 지휘·통제·통신 체계(C3I)를 유지하고 있었고, 주요 부대들은 무기와 장비, 보급 능력 역시 크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공중폭격으로 최전선에 배치된 보병들이 큰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것이 곧 이라크군 전체의 전투 능력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상전 개시 당시 이라크군은 공화국수비대를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사기와 응집력을 유지한 채 미군과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1차 걸프전이 단기간에 끝난 것은, 미군의 지상전력이 압도적인 전투 수행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광활한 사막이라는 전장 환경
최근 인공지능(AI)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에이전틱 AI’다. 사람의 지시를 단순히 수행하거나 텍스트를 생성해 반응하는 AI를 넘어 이제는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외부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며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AI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며 끊임없이 학습하는 능동적인 디지털 동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에이전틱 AI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압도적인 생산성 향상과 서비스의 무한한 확장성에 있다. 이 새로운 AI는 기획 능력과 외부 도구를 다루는 제어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등과 유연하게 연계된다. 다양한 서비스와 자율적으로 결합해 업무 방식을 확장하는 에이전틱 AI는 기존에 몇년이 걸리던 프로젝트를 단 수십 일 만에 끝낼 정도로 엄청난 혁신을 창출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대두되는 에이전틱 AI 커머스라는 개념은 소비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유통·커머스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소비자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해 최적의 맞춤형 추천과 자동
최근의 행정 환경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정책 문제의 복잡성 증대로 인해 기존과는 차별화된 행정 패러다임을 요청받고 있다. 국제질서의 양극화와 갈등,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 기후변화 및 인구구조 변화 등과 같은 난제들은 과거의 경직된 관료제적 행정 방식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불가능할 만큼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한국 정부는 적극행정을 핵심적인 행정 혁신 전략으로 지속 추진해왔다.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공무원이 규정과 절차에 매몰돼 소극행정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의 편익과 공익 실현을 위해 능동적으로 헌신하도록 장려하는 행태적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적극행정에 관한 논의는 주로 행정 실무나 정책 운용 차원의 실태 분석과 문제 해결에 편중됐다. 적극행정이 공무원의 행태 변화나 제도의 적극적 해석과 적용을 중심으로 강조된 반면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체계화 시도는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동기 부여 이론 등에 기반한 일부 실증 연구가 존재하지만 적극행
백상논단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마주 앉았다. 포성이 채 가시지 않은 협상 테이블이다.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초기 예상을 깨고 전쟁은 6주를 끌어왔다. 협상이 성공적인 종전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다만 종전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전쟁이 세계 질서에 남긴 상흔은 깊고 넓다. 첫째, 미국이 미중 전략 경쟁에서 이탈하는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국가안보전략서와 올해 1월 국방전략서를 통해 중국을 최우선 경쟁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던 전략은 상당 부분 삐걱거리게 됐다. 대규모 군사물자가 소진됐고 즉응 태세도 흔들렸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인 사이 ‘전략적 평온기’를 십분 활용해 취약점을 메우고 국력을 키울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5개년계획으로 대외 의존을 줄이고 산업기술을 고도화하며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도 미국이 생성형 AI에 집중하는 사이 로봇공학, 6세대(6G) 이동통신, 체화 AI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 전쟁으로 재정 여력과 정치적 집중력이 분산된 미국, 그 틈을 중국이 파고
기고
하나의 경제권 내에서 복수의 화폐가 유통될 때 이들이 등가로 교환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주체들은 거래마다 교환 비율을 따져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A 은행 예금 1만 원과 B 은행 예금 1만 원은 왜 가치가 같을까.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으로 설명한다. 발행 주체나 형태가 달라도 가치가 항상 1대1로 유지되는 성질이다. 이는 예금자 보호와 건전성 규제 같은 제도적 장치와 중앙은행의 화폐 및 지급준비금, 은행 간 거래를 완결 짓는 지급결제 시스템이 맞물려 작동하는 견고한 네트워크 장치 덕분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 ‘화폐의 단일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같은 ‘테더(USDT)’라도 이더리움 기반인지 트론 기반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발행 체인의 환경에 따라 가치가 미세하게 차이 나고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최근 논문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의 내재적 속성인 채굴 방식과 혼잡도를 원인으로 짚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코인이 등가로 거래되지 않는 ‘분절화(fragmentation)’가 발생한다는 지
BTS 컴백
BTS 광화문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케이팝(K-POP)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반면, 야심차게 제정되고 운영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의 결과는 당혹스럽다. 산재 사망자가 2023년 2016명에서 2024년 2098명으로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산재 사고사망만인율도 여전하다. 법과 운영이 강화됐는데 사망자가 증가했다. 처벌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노력이 헛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핵심은 ‘처벌의 공포’가 아니라 ‘치밀한 시스템’이다. 1972년 영국의 로벤스 보고서는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무관심에 대한 대응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산업안전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정부의 세세한 감독보다 사업장 자체의 책임과 자율적 시스템을 강조한 이 통찰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의 변화시도는 고무적이다. ‘중대재해 사이렌’을 통해 사고 원인과 예방조치를 지역·업종별로 실시간 전파하고, ‘중대재해 사고백서‘를 발간하며 재해의 구조적 패턴을 축적하고 있다.
정재민의 미디어 풍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원고인 20대 여성 케일리는 말했다. “스스로 제한을 두려고 할 때마다 작동하지 않았어요. 그냥 끌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6세부터 유튜브를, 9세부터 인스타그램을 써왔다. 우울증, 자해, 신체 이형증이 뒤따랐다. 올해 3월 법정의 배심원들은 이것이 케일리의 나약함이 아니라 플랫폼의 설계 결함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끊임없는 알림과 추천. 이 모든 것이 아이의 뇌를 길들인 ‘결함 있는 제품’이었다고. 메타와 구글은 600만 달러(약 81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두 회사의 연간 매출 약 6000억 달러의 0.001%다. 연봉 5000만 원인 사람에게 500원짜리 벌금을 부과한 셈이다. 돈의 무게는 가볍다. 그러나 이 판결이 역사적인 이유는 숫자가 아니다. 30년 가까이 “우리는 콘텐츠에 책임 없다”는 면책 조항 뒤에 숨어온 빅테크에 처음으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케일리의 재판은 계류 중인 수천 건 유사 소송의 방향을 결정할 선도 재판이다. 법조계는 1990년대 담배 소송이 업계 전체를 뒤흔든 것에 빗댄다. 법정이 느리게 움직이는 사이 각국 정부는 먼저 행동했다
외교관들은 모호함을 좋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들이 이란 전쟁의 영구 휴전 합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핵심 사안만큼은 확실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통항이다. 지금까지 그것은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릴 뿐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굴복해 해협을 열지 않으면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더니 불안정한 휴전에 열을 올리며 환호했다. 그는 “이것은 중동의 황금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또 이란에서 “큰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반면 이란 매체는 “해협이 완전히 봉쇄됐다”고 보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역시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협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승리를 위한 명확한 전략 없이 시작된 전쟁이 평화를 위한 공식이 빠진 종전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이란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은 외교관들이 즐기는 ‘모호함’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10개 항 제안을 “협상 가능한 토대”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의 15개 항 평화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합의 조건은 확실하게 다
19세기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세이의 법칙’이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세이의 법칙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대공황의 원인을 ‘유효수요’ 부족에서 찾았고 이후 경제학은 공급과 수요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 공항 정책을 보면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발상이 남아 있는 듯하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신공항 공약이 이를 보여준다. 공항이 생기면 자연스레 항공 수요가 발생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부 지방 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상당수 지방 공항이 수백억 원의 적자를 지속 중인 점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공항 운영사 통합이 지방 공항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와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를 통합하면 인천공항과 지방 공항 간 연계성이 강화되고 신규 노선도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질문을 피해간다. 과연 충분한 수요가 존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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