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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정여울의 언어정담
영화 ‘햄넷(Hamnnet)’을 극장에서 관람하다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야기마저 없다면, 소설이나 영화나 희곡마저 없다면, 인간은 과연 어떻게 그 모든 슬픔과 분노의 나날들을 견뎌냈을까.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견딜 수 없는 우리들의 고통을 ‘끝내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해주는 시와 소설이 있어, 영화와 연극과 오페라와 뮤지컬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콧날이 시큰해졌다. 맥기 오파렐의 소설을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이기도 한 클로에 자오 감독이 영화화한 이 작품은 ‘슬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셰익스피어가 흑사병으로 죽은 어린 아들 햄넷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비극 햄릿을 창작했다는 가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셰익스피어가 그 쓰라린 고통 속에서도 온갖 간난신고를 겪으며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아내 아그네스가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을 하며 끝내 매일매일 닥쳐오는 슬픔 속에서도 ‘삶’을 이어갔다는 점이 아닐까. 영화는 차분하고도 집요하게, 깊은 슬픔이 끝내 예술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가족을 떠나 머나먼 런던에서 희곡을 써야
해외칼럼
미국 대통령들은 45년 넘게 이란 테헤란의 급진적 반미 정권을 무너뜨리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전쟁의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고 결론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함께 전면 공격을 감행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제한된 의미에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수뇌부 제거’ 전략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령이고 병약했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죽이는 것이 곧바로 정권 교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방식은 이른바 ‘바이킹식 전쟁’이다. 신속히 들어가고 신속히 나오며 속도와 기습으로 빠른 항복을 끌어내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전쟁은 몇 시간 만에 확전됐고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스라엘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도 봉쇄해 석유 공급을 죄었다. 누군가는 백악관에 이란 지도를 걸어 두고 그 위에 이런 표지판을 붙였어야 했다. “여기는 베네수엘라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에 3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학살당했다”고 주장하며 이란 국민에게 다시 한번 봉기를 촉구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당신들은 미국의 도움을
로터리
‘OECD 1위(2024년) vs OECD 20위(2023년)’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규제와 관련된 한국의 순위다. 1위는 규제관리제도의 수준을 평가하는 규제정책평가(iREG), 20위는 기업의 실제 규제 부담을 측정하는 상품규제지수(PMR)다. 의미는 분명하다. 한국의 규제 관리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국제 평가뿐만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하는 규제부담지수 역시 상승 추세다. 20여 년 동안 모든 정부가 규제 개혁을 강조해왔지만 새로운 규제는 계속 생겼고 기존 규제는 잘 바뀌지 않았다. 총론과 구호는 창대했으나 각론과 결과는 미미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단의 조치를 말한다. 그러나 갈등 해결 문화와 신중한 입법, 공무원의 태도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면 극적인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특단의 조치를 말하기보다 실현 가능한 규제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힌트는 OECD 순위에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관리제도를 갖고 있다. 규제합리화위원회, 규제영향분석, 규제신문고, 적극행정 면책
역사 속 하루
1910년 10월 하얼빈의 러시아 조계에서 중국의 첫 페스트(흑사병) 환자가 발견됐다. 한 달 전 러시아령 다우리아에서 최초로 발생한 페스트 환자의 균이 전염된 것이다. 이는 14세기 팬데믹 수준으로 전파됐던 벼룩 매개의 선(腺)페스트와는 다른 폐(肺)페스트로, 비말로 공기 중 감염이 가능했다. 확산 속도 역시 매우 빨랐다. 이 차이점을 간파하고 폐페스트의 공기 전염을 막기 위해 의료진에게 면과 거즈로 만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마스크 방역을 최초로 도입한 이는 화교 출신 우롄더(伍連德)였다. 페낭 태생의 말레이시아 화교인 우롄더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중국인 최초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중국 굴지의 세균학자로, 1907년부터 청 왕조의 초청으로 중국에 들어와 톈진 군의학당 부교장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1910년 하얼빈에서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고 확산하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주 지역으로 파견됐다. 중국 북동부의 만주에서 발발한 페스트를 연구하면서 병의 근원과 전파 경로를 찾아낸 우롄더는 마침내 마스크 방역을 중심으로 1911년 3월에는 동북 지방의 페스트 확산 추세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1911년
열린송현
2022년 1월 시행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대한민국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사적 변곡점이었다. 법 시행 4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는 냉정하게 중간 점검을 수행해야 한다. 과연 이 법은 목적대로 ‘재해 예방과 생명 보호라는 결실을 맺고 있는가’, 아니면 ‘사고 발생 시 처벌 대상자를 찾기에 급급한 사후 응징의 도구로 머물러 있는가’.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4년간 벌어진 현장의 변화와 법리적 쟁점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경영진의 인식 변화다. 과거 안전보건은 현장 관리자의 부수적 업무로 치부됐다. 하지만 중처법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실태 점검을 경영책임자(CEO)에게 의무화한 데 따라 많은 기업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했다. 또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전향적인 대응에 나섰다. 안전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ESG)을 결정짓는 핵심 가치로 격상된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변화 이면에는 모호한 법에서 시작된 치열한 법적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법은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
요즘 사무실 공기는 평소보다 조금은 들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수많은 조직이 인사 이동 후 조직 안정화에 바쁜 계절이다. 승진했거나 새로 팀장이 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실망을 잊고 신발끈을 다시 묶고 있는 분들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라도 올 한 해를 또 잘 이겨내면 분명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성장을 향한 열망이야말로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거대한 엔진이다. 그러나 이 들뜬 분위기 속에 꼭 필요한 게 있다. 이는 신임 팀장에게는 필수고, 팀장이 아니더라도 일잘러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원리다. 능력도 있고 의욕도 있는 사람이 리더로 역할 할 기회가 왔을 때 갑자기 무능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를 에이스로 만들었던 유능함이 팀을 망가뜨리는 아이러니는 왜 생기는가. 고성과자 출신들은 리더가 되면 일이 꼬이면 자기 손부터 쓰려고 한다. 직접 손을 대야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고 믿는다. 실제로도 대개는 사실이다. 하지만 팀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계속 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다. 오히려 리더의 본분으로부터 도망치는 행위에 가깝다. 팀장이 야근하는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상장시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우량한 기업이 자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엄정한 관리 체계가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년간 외형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2005년 약 1540개사였던 상장기업 수는 올해 2월 기준 2800여개사로 늘었다. 시가총액도 약 8배 확대됐다. 하지만 지수 상승은 이에 비례하지 못했다. 2005년 말 대비 코스피지수는 약 4.3배, 코스닥지수는 1.7배 상승에 그치며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그 배경에는 부실기업의 누적 문제가 자리한다. 2024회계연도 기준 3년 연속 한계기업이 23%에 이르고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측면에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는 시장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부실기업이 장기간 잔존할 경우 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고 우량기업의 가치마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발표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은 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로 여는 수요일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아침은 하루가 새로 시작되는 시간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대지의 눈꺼풀이 열리는 시간이다. 잠든 새들이 깨어나 노래하고 젖은 풀잎이 이슬을 터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하루 동안 달려나갈 길 앞에서 신발 끈을 묶는 시간이다. 아침은 모든 생명을 힘차게 쏘아 올리는 활시위다. 운명이 안개처럼 뒷걸음치는 시간이다. 저녁이나 밤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고 해서 운명의 무게 때문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운명은 운명을 믿는 자에게나 있고, 새날은 새날을 믿는 자에게 있다.
인터넷 담론에 깊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한때 유행했던 ‘확률론적 테러(Stochastic terrorism)’라는 용어를 기억할 것이다. 이는 전체적인 결과의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 안에 강한 무작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폭력은 통계적으로는 예측 가능하지만 개별 폭력 사건의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최근 필자는 소위 ‘확률론적 경제’라 부를 만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통계적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개별적으로는 드물게 일어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의 대화 상대들은 ‘평면TV’처럼 몇 가지 개선된 점이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모니터 화면은 분명 더 좋아졌지만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집중력을 망쳐 놓았다. 자동차 안전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독자들은 새 차 평균 가격이 5만 달러가 넘는다는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이 수치는 믿기지 않을지 모른다. 1990년의 새 차 평균 가격은 1만 5000달러로, 오늘날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3만 8000달러 정도다. 대부분의 가정에 자
박철범 칼럼
지난달 6일 오후 7시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2위 규모인 빗썸이 고객들을 위한 랜덤 박스 이벤트를 진행했다. 내용은 약 250~700명의 당첨자에게 1인당 2000원에서 5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담당 직원이 당첨금 지급 과정에서 최소 2000원 지급을 최소 2000비트코인 지급으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범했다. 직원의 이러한 단순 착오 탓에 총 62만 원 규모로 예정된 당첨금이 62만 비트코인으로 지급됐는데 당시 비트코인 1개당 약 9800만 원의 가격을 감안하면 총 62조 원에 상당하는 비트코인이 이벤트 당첨자들에게 지급됐다. 당첨된 고객 중 일부는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바로 급매도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다른 거래소와 괴리를 보이며 폭락하기 시작했다.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이벤트 당첨과 무관한 일부 고객들도 깜짝 놀라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저가로 매도하는 바람에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100만 원대까지 폭락했다.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 중 한 명이 오지급된 2000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했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고 나서야 빗썸 측은 오지급 사태를 깨닫고 사고 발생 40여 분 만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시대다. 검색 몇 번이면 원하는 정보가 눈앞에 펼쳐지고,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과 선택을 예측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더 자주 흔들린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고, 수많은 연결 속에서도 마음은 더 외롭다.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는데, 왜 우리의 삶은 더 단단해지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속도에 익숙해지는 동안, 깊어지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그 깊이를 만드는 힘을 ‘3찰’, 곧 관찰·성찰·통찰이라 부르고 싶다. 관찰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일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을 마음으로 읽는 일이다. 누군가의 말끝에 묻어나는 작은 떨림, 애써 감춘 표정 속의 외로움, 웃음 뒤에 숨은 고민까지 알아차릴 때 관계는 열린다. 작은 변화의 신호를 먼저 읽어내면 갈등은 줄어들고, 이해는 깊어진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다. 타인의 장점과 단점에서 배우는 일은 관심 깊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리더가 구성원을 세심히 관찰할 때, 그는 인재를 발견하고 가능성을 키운다. 자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거센 바람을 견디며 묵묵히 서 있는 나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6000을 넘어설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승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메모리반도체를 대표해 온 삼성전자와 더불어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 온 인텔도 동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도체 산업의 정점에서 1·2위를 다투던 두 기업이 함께 흔들렸다. 이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빠르게 위기를 벗어난 반면 인텔은 아직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기업이 처한 위기의 단계가 달랐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이 첫 번째 위기의 단계에 있었던 반면 인텔은 2000년대 초반의 위기를 이미 거친 뒤 다시 맞는 두 번째 위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현재 직면한 위기는 과거 인텔이 처음 위기를 맞았던 단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위기 당시 인텔은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수
시론
미국이 핵심 광물에 최저가격제를 도입해 중국의 저가 공세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 제이컵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이달 4일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국가 기술 리더십 서밋’에서 “미국이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격제한제 시스템을 관련 정부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국무부가 55개국을 초청해 연 핵심 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가격하한제 도입과 사모펀드의 적극적 참여를 제안했다. 중국이 희토류와 배터리 관련 핵심 광물의 정제·가공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미국의 가격하한제는 단순한 산업 지원책을 넘어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하려는 집단적 방어 장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호주·일본 등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에 본격 나섰다. 지난해 말 미국과 호주가 먼저 핵심 광물인 희토류 프레임워크를 출범시켰고 이어 일본도 참여했다. 세 나라는 특히 희토류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국가안보의 전략자산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첨단무기 등 핵심 산업
최근 미국 뉴욕과 동북부 지역에 혹한이 찾아오면서 소리 없는 전력 대란이 벌어졌다.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곳이니 전기 요금도 시장 상황에 즉시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연일 전기 요금 상승을 염려하는 뉴스가 나온다. 이 지역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자력발전에 대해 비교적 덜 우호적이어서 여러 원전이 규제 요구에 맞춰 설비를 추가하기보다는 운전을 중단하는 것을 택했다. 이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제한된 가스 운송 파이프라인 용량으로 전력 생산에 사용할 가스가 부족한데 환경 파괴 논란에 파이프라인 증설도 못 했다. 에너지원을 직접 생산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뉴욕과 미국 동북부 지방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지역의 전기 요금은 평균에 비해 50% 정도 더 비싸다. 파이프라인이 모자라면 액화천연가스(LNG)를 만들어서라도 실어와야 하는데 1920년에 제정된 미국의 존스법 때문에 이마저도 막혔다. 미국 연안에서 운항하는 배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미국에서 건조한 LNG선은 한 척도 없기 때문이다. 즉 현재 상황은 주어진 자연환경과 사람들이 만든 규제, 사회 시스템이 복합적
미술 다시보기
1550년경 이탈리아 베니스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티치아노 베첼리오는 세 남자의 얼굴이 세 개의 동물 머리 위에 겹쳐진 수수께끼 같은 그림을 제작했다. 화면 왼쪽에는 노인과 늑대, 중앙에는 중년 남자와 사자, 오른쪽에는 젊은 남자와 개의 형상이 등장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다수의 두상이 하나의 몸체에 결합돼 있는 듯한 이 기묘한 그림의 의미와 목적에 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대체로 연구자들은 이 작품 속에 시간의 흐름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담겨 있고 세 남자의 얼굴은 인간의 생애 주기를 상징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서양 문화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이 관례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볼 때 이 그림에는 인생의 세 순간, 즉 노년·성숙·청춘의 시기가 역순으로 표현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은 과거를 뒤돌아보는 존재이며 정면을 응시하는 성숙한 남성의 얼굴은 행동하는 현재를 의미하고 젊은 청년은 기대에 찬 미래를 대변한다. 각각의 머리 위에 검은색으로 새겨진 라틴어 비문은 이 그림이 시간과 신중함에 대한 우화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3개의 얼굴에 대응하는 라틴어 문구들은 좌측부터 과거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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