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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로터리
후한 말 조조는 신하 왕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를 극찬하며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을 남겼다. “몸과 덕을 깨끗이 해 세상의 미담이 됐고 충성과 능력으로 업적을 이뤘으니 세상에 알려진 이름(名)과 실상(實)이 서로 꼭 들어맞는다”는 찬사였다. 이름은 존재를 지칭하는 기호를 넘어 그 존재가 지향하는 본질과 스스로 증명해야 할 책임의 크기를 담아낸다. 1월 22일 ‘관세국경인재개발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 관세청 교육기관의 현판을 바라보며 필자가 느낀 감회 역시 그 이름의 무게와 깊이 맞닿아 있다. 관세청은 지금 정체성의 전환점에 서 있다. 지능화되는 초국가 범죄와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관세청은 더 이상 ‘세(稅)를 징수하는 기관’에만 머물 수 없다. 국경 단계에서 국민 안전과 국익을 지키는 ‘관(關) 수호 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관세청은 ‘AI로 공정 성장을 선도하는 관세청’이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세상을 혁신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국경 수호와 무역 원활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비전을 구현하는 출발점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열린송현
과거 에너지 산업은 ‘얼마나 더 많이 생산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대용량의 발전소를 빠르게 건설하고 싼 연료를 투입해 가능한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이었다. 수요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전기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는 큰 문제가 아니었고 ‘전기를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 것인가’ 역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전력 시스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에너지 산업의 질문은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만들어진 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지만 동시에 예측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태양이 비치고 바람이 불 때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한 전기를 즉시 사용하지 못하면 버려지기도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발생하는 출력제어가 반복되며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에너지 전환은 친환경 발전 설비의 확대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저장과 조율, 그리고 효율화가 함께 작동할 때 전환은 지속 가능해진
기고
초임 검사 시절 선배들이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중에 ‘육조지’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집구석은 팔아 조지고, 수형자는 먹어 조지고, 교도관은 세어 조지고,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이야기였다. 집에서는 재판 비용을 마련하느라 세간을 팔고 수형자는 수형 생활을 견디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사식을 사 먹는다는 것이었다. 또 교도관은 혹시 모를 도주를 막기 위해 틈만 나면 수형자 숫자를 헤아리고 형사는 증거의 왕이었던 자백을 받기 위해 폭행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검사는 보강 조사를 한다며 피의자를 여러 번 소환하고 판사는 어떻게든 선고를 늦추기 위해 재판 기일을 미룬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소설가 정을병 선생께서 1974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발표한 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것은 이유와 명분이 있었다. 기록 너머에 숨어 있는 진실이나 사연, 빠진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것이 이유였다. 또 경찰 조서와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이 다르니 이를 보강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필자도 선배들의 충고에 따라 소환 조사를 해보면서 숨은 진
백상논단
인공지능(AI) 이야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정부와 산업계는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면서 에너지·자금·인재를 퍼부을 기세다. 기업이나 교육 현장에서는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겠다고 도입을 서두른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학습해 인간의 의사 결정을 돕는다. 질병·재난·범죄 등 많은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동시에 대량 실직, 증강된 사이버 전쟁, 인간에 의한 AI 통제 불능 등 걱정거리도 많다.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AI가 가져올 민주주의 퇴행에 주목한다. AI가 허위 조작 정보를 사실처럼 더 쉽게 만들고 이를 더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제 많이들 알게 됐다. 선거 때마다 나도는 딥페이크 영상에 경계심을 갖게끔 시민들의 학습도 이뤄졌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는 여론 조작을 넘어 AI가 직접민주주의 기제를 왜곡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정치적 행위자가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지자를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그럴듯한 내러티브로 정치적 설득을 도와주는 값싼 무기가 됐다. 누구라도 AI의 도움을 받아 법안이나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고 AI로 꾸
도시의 문화 경쟁력은 더 이상 거대한 유산이나 유명 인물의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문화관광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갖고 있는가’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해석하여 이야기하는가’이다. 싱가포르 페라나칸박물관 계단에 놓인 작은 고양이 조각상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박물관 주변을 오가며 직원과 방문객의 사랑을 받았던 길고양이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이 조각상은 대규모 예산이나 화려한 연출 없이도 방문객의 마음에 남는다. 이 소소한 이야기는 박물관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감성 콘텐츠로 기능한다. 페라나칸박물관은 싱가포르 다문화 사회의 뿌리를 보여주는 문화인류학 박물관이다. 이곳은 페라나칸 문화를 체계적으로 전시하지만 고양이 조각상 같은 일상의 서사를 통해 ‘살아 있는 문화’도 구현했다. 고양이 조각상 설치를 위해 박물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을지 눈앞에 그려진다. 단순한 전시 연출을 넘어 도시가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 어떻게 관람 경험과 관광 만족도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다. 작은 이야기가 도시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리브랜딩’한 경우다.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
건강 팁
거북목증후군은 잘못된 자세로 앉거나 서 있을 때 목과 어깨의 근육·인대가 과도하게 늘어나 구조적 변형이 생기고, 그 결과 목과 어깨 통증이 발생하는 상태다. 평소 컴퓨터 모니터를 많이 보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거북이가 목을 뺀 상태와 비슷하다고 해서 거북목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상적인 목의 C자형 커브가 사라지고 목뼈가 일자형으로 변형됐다는 뜻에서 ‘일자목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거북목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눈높이보다 낮은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같은 자세로 내려다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니터를 똑바로 쳐다보다가도 점차 고개가 숙여지면서 목이 길어진다. 이렇게 머리가 앞으로, 또 아래로 향하는 자세가 계속되면 목과 어깨의 근육 뿐 아니라 경추(목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그로 인해 목의 추간판(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고,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해 목 디스크(경추 추간판 탈출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자세는 최근 젊은 연령대에서 목 디스크 환자가 급증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돌이켜보면 불과 10~15년 전까지만 해도 거북목증후군으로 인한 목 통증 환자는 50~60대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인 2주 전보다 4%포인트 올랐다.” “부동산은 줄곧 주식을 제치고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꼽혔으나 2025년 7월 처음으로 주식이 1위에 올랐다.” “블랙핑크 로제가 히트곡 ‘아파트’로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최근 뉴스들은 대부분 ‘올랐다’라는 단어로 마무리된다. 물론 지지율이 오르거나 재테크 수단으로 손꼽히는 것과 수상자로 ‘물망에 오르다’는 의미가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 긍정적인 의미의 진행형 동사다. 그 ‘오른다는 것’은 주체인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지만 때때로 주체를 소외시키기도 한다. 특히 수치적 가치로서 ‘오르다’는 적어도 자본주의에 속한 시간에서는 소유의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소유한 사람에게는, 더 큰 여유를 소유하려는 사람에게는 상실을 안겨준다. 그리하여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오른다는 것은 커다란 두려움이자 그보다 더한 열망이 된다. 오른다는 것은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를 점점 벌리며 뒤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오르고 있거나 이미 오른 것에게 다시 내려간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치욕이다. 그래서인
해외칼럼
미국의 국가부채가 수개월 후에 39조 달러에 도달한다. 연말에는 40조 달러 고지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만큼 태평하다. 오늘날 의원들은 그들의 임기 중에 심각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만큼 후일에 나올 결과 따위는 모른 척하자는 데 동의한 듯 보인다. 2016년 한 예산 전문가는 산더미처럼 쌓인 부채를 방치할 경우 발생할 심각한 재정적 결과에 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0분간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시작된 지 불과 5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쯤 나는 이미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영리단체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꿋꿋하게 경고음을 내고 있다. CRFB는 최근에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여섯 가지의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들 중 다섯 개는 극적이다. 여섯 번째 시나리오는 조금 덜 심각하지만 가장 우려스럽고 실현 가능성 또한 가장 높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부채는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재정 전망에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국채 매입을 유도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
글로벌 핫스톡
세계 공정 자동화 기기 분야 선두 기업인 독일의 지멘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도 기업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제조업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시장에서는 AI가 창출하는 성장 잠재력을 제조 경쟁력 강화 솔루션과 결합해 AI 팩토리 영역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멘스와 엔비디아의 공정 자동화 분야 협력은 지난달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구체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핵심은 엔비디아의 고도화된 시뮬레이션 기술에 지멘스의 산업용 플랫폼과 데이터를 결합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환경에서 실제 제조 공정을 정밀하게 구현해 사전 검증과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첨단 생산 시설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설비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사 지연이나 추가 비용은 기업의 투자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트윈은 이러한 리스크를 가상 공간에서 사전에 점검하고 제거함으로써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디지털 트윈의 도움 없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수출액은 1186억 달러(172조 원)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이다. 또 지난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 수도 9만 8219곳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기업 수출 상위 품목은 자동차가 1위, 화장품이 2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플라스틱 제품, 자동차 부품, 반도체 제조 장비, 반도체 순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와 화장품은 전년 대비 각각 76.3%, 21.5% 증가하며 중소기업 수출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화장품 수출은 미국·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중동 등으로 수출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수출 상위 5대 국가로는 중국(15.9%), 미국(15.4%), 베트남(9.1%), 일본(7.9%), 홍콩(5%)이며 수출이 크게 증가한 국가로는 키르기스스탄·홍콩·대만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온라인 수출액도 11억 달러(1조 6000억 원)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역대 최대의 실적을
역사 속 하루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은 평화의 시대 사이에 잠시 등장하는 막간극이 아니다. 전쟁은 본 공연의 내용마저 잊게 할 만큼 관객을 압도하는 막간극이다. 제국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을, 제1차 세계대전은 파시즘을, 파시즘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제2차 세계대전은 한국전쟁을 낳았다. 이 기나긴 전쟁의 계보 끝 부분에 포에니전쟁(기원전 264~146년)이 있다. 100년 넘는 동안에 벌어진 세 차례의 싸움으로 북아프리카의 맹주 카르타고가 몰락하고 신흥 강자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다. ‘페니키아인과 벌인 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승자인 로마였다. 발단은 지중해 무역의 요충지 시칠리아 섬이었다. 육군 강국 로마는 막강한 해군을 보유한 카르타고에 패전을 거듭한 끝에 돌파구를 찾아냈다. 근접전을 통해 바다 위에서 육상전을 벌이는 초유의 전술로 승리하며 시칠리아에 대한 지배권을 차지했다. 굴욕을 겪은 카르타고는 명장 한니발의 지휘 아래 또 한 차례 전쟁을 일으켰다. 코끼리를 앞세우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기습해온 한니발 군대의 기세에 밀린 로마군은 연패했다. 칸나이에서 패전 소식이 전해지자 로마 원로원은 겨울철 사시나무처럼 떨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60억 달러로 5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긴축 기조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흐름이 둔화됐지만 하반기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 드라이브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한 투자 유치가 반전을 이끌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미래 산업과 기술을 함께 설계할 매력적인 투자처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외국인투자는 산업과 지역 발전의 핵심 축으로 우리 수출의 역사와도 궤를 같이해왔다. 최초의 외국인투자로 알려진 1962년 미국 켐텍스의 한국나일롱(코오롱인더스트리) 합작 투자는 대구·경북 섬유산업 고도화의 출발점이 됐다. 켐텍스의 자본과 제조 설비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나일롱은 1963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생산과 수출을 성공시켰다. 대한민국 수출을 태동시킨 섬유산업의 도약에는 이러한 외국인투자가 굳건히 한몫했다. 오늘날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환경에서 외국인투자의 역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미래차 등 첨단산업의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선진 기술과 노하우가 국내
시로 여는 수요일
권숙월 안산시 단원구 어느 거리에서 장대비가 그린 그림, 모자 쓴 노인과 긴 머리 여인이 모델이다 분홍빛 우산은 폐지 리어카를 밀고 가는 등 굽은 노인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져 있다 우산 든 젊은 여인의 휴대폰이며 장바구니 한없이 젖고 있다 경기일보 기자가 카메라에 담은 ‘내 어깨는 다 젖어도’라는 제목의 그림, 저 찬란한 마음이 비 젖은 남루를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제60회 한국보도사진전 피처 부문’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사진이라고 한다. 옛사람이 ‘시 속에 그림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했다. 이 장면은 ‘사진 속에 시가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시를 사는 사람이 있다. 리어카를 밀고 가는 노인이거나, 분홍빛 우산을 씌워주는 여인이거나, 두 사람을 찍는 기자이거나, 그 사진을 보고 코끝 찡한 독자이거나, 그것을 또 시로 쓰는 시인이거나 모두 시를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김재천 칼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안보 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본토 방어다. 이를 위해 그린란드를 포함한 서반구 전역에 대한 통제를 강조한다. 서반구 다음으로 중요한 지역은 인도·태평양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세계 경제와 안보의 핵심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자국의 장기적 번영이 이 지역의 안정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이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힘을 통한 평화’ 원칙으로 중국을 억제하려 하지만 구현하려는 평화의 성격이 다소 모호해졌다. 최근 방한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전쟁부) 차관은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을 굴욕 시키거나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질서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추구하는 ‘품격 있는 평화(decent peace)’라는 것이다. 여기서 ‘decent’라는 표현은 번역이 쉽지 않은데, 경쟁 관계에 있더라도 극단적 대립은 피할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콜비 차관은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힘의 균형(favorable balance of power)’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구가 직면한 위험은 유럽에서 진행 중인 ‘문명 말살’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이 위험한 이민정책을 통해 서구의 독특한 유산을 파괴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서구를 정의하는 특징은 부족이나 종교적 연대감이 아니다. 서구의 귀중한 성취는 국가권력의 제한이다. 1215년 영국의 마그나카르타 제정 이후 서구는 시민의 권리, 독립적인 사법부와 주권적인 교회 및 사유재산의 신성함을 통해 통치자들의 권력을 점진적으로 제한했다. 이러한 유산이 서구를 민주적이고 번영하는 사회로 만들었다. 또 이러한 유산 덕분에 서구는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다. 권력이 법에 의해 제한됐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유로이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었고 기업들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었으며 시민사회는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같은 전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하던 두 명의 시민이 연방 요원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연방 요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관명이 표시되지 않은 차량을 타고 다니며 법원이 발부한 영장조차 없이 마구잡이 체포를 자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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