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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동십자각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배에 불과해 당장 청산해도 두 배 이익이 남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국면을 깨뜨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저PBR 기업 리스트 공표, 자율적 인수합병(M&A)을 통한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도 내놓았다.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을 적대적 M&A에 노출시켜서라도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최근 한 전문가는 이러한 정책 기조에서 볼 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우리 자본시장 정상화의 시험대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영풍은 2024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여 PBR 1.6배 가격에 공개매수를 단행하고 실제 고려아연 지분도 압도적으로 확보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보이나 당시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행위를 시장 원리에 따른 합리적 시도로 평가한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다소 역설적이다. 오히려 이번 정부 들어 연달아 개정된 상법이 이렇게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의 손발을 묶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어서다. 이미 기존
기자의 눈
‘겨울 스포츠 축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16일(현지 시간) 열린 패럴림픽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올림픽에서 금 3개, 은 4개, 동 3개로 종합 13위에 올랐다. 패럴림픽에서는 금 2개, 은 4개, 동 1개를 따내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13위를 기록했다. ‘메달 불모지’로 불리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설상 종목에서 낭보가 잇달았다. 올림픽에서는 스노보드에서 3개의 메달(금1·은1·동1)을 획득했고, 패럴림픽에서도 노르딕스키와 스노보드에서 6개의 메달(금2·은3·동1)을 목에 걸었다. ‘밀라노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한 성과다. 시상식 후 이어진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유가 드러난다. 국내에는 전문적인 훈련 시설이 부족해 국가대표 선수 대부분이 1년 중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도 열악한 훈련 환경에 대해 호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스노보드를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요. 훈련을 위해서는 일본이나 유럽·북미 등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우리나라에도 훈련 인프라가 확충돼
여담
1896년 5월 8일 자 워싱턴포스트는 ‘하워드의 일곱 한국인: 미국에서 교육받기 위해 고향을 떠나다’라는 제목으로 조선 청년들을 소개했다. 하워드대로 유학 온 청년들이 현지인의 요청을 받고 조선의 가락을 들려줬다는 내용이다. 소식을 접한 음악학자 앨리스 C 플레처가 청년들을 초청해 이들의 노래를 축음기에 담았다. 세계 최초로 ‘아리랑’ 음원을 수록한 음반이다. 원통형 음반에 담긴 ‘러브 송: 아-라-랑(Love Song: Ar-ra-rang)’은 지금도 미국 의회도서관에 보존돼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5집 앨범 ‘아리랑(ARIRANG)’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은 130년 전 그 7명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미 포브스는 “130년의 세월을 넘어 목소리는 바뀌었지만 노래와 선율은 살아남았고, 그것이 담고 있는 한국인의 회복력, 정체성, 문화적 표현의 의지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아리랑은 ‘아리랑’ 혹은 ‘아라리’ 같은 후렴을 가진 노래들의 총칭이다. 정본이 없다. 누구나 가사를 더하고 빼며 부르는 열린 구조다. 그래서 지역마다 다르다. 상황에 따라 속도도, 음색도 변한다. ‘긴아라리’라 불리는 정선아
왈가왈부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19일 공천 배제(컷오프)에 강력 반발하며 삭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누가 감히 누구의 목을 치려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네요. 전날에는 컷오프를 결정한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페이스북에 “전라도의 못된 버릇과 배신자의 최후를 보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가 몇 시간 뒤 해당 문장을 삭제하기도 했죠. 문제는 공관위가 김 지사 컷오프 뒤 추가 공천 신청을 받았는데 하필 내정설이 나돌던 김수민 전 의원만 접수해 논란을 자초한 것인데요. 국민의힘 공천 내홍이 접입가경입니다. 5월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이달 2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쟁의행위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연다고 합니다. 노조는 “수개월간 진행된 임금 교섭이 최종 결렬됐고 사측이 제도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쟁의행위에 나선다”고 했는데요. 앞서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 폐지를 주장하며 총파업 가결을 이끌었죠. 반도체 패권 전쟁이 국가 대항전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선 넘는 행태는 자충수 아닌가요.
만화경
1920년대 초 미 해군 잠수함 USS 팰컨호의 실험 잠수에서 헬륨∙산소 혼합가스가 잠수부의 호흡기 부담을 줄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부작용도 있었다. 가스를 마시면 목소리가 높아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TV 예능에서 흔히 쓰이는 헬륨가스의 일명 ‘도널드 덕 효과’는 미국 방위 연구의 부산물인 셈이다. 공기보다 가볍고 열 전도율이 높은 헬륨의 중요성에 주목한 미국은 1925년 법을 제정해 헬륨을 전략물자로 지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띄운 헬륨비행선은 함선을 호위하고 잠수함을 탐지하며 맹활약했다. 1868년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장센은 태양 표면에서 노란 파장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새롭게 발견된 원소에는 그리스어 헬리오스(태양)에서 딴 ‘헬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 헬륨은 의료∙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자원이다. 자기공명 영상장치(MRI)를 활용한 의료 연구부터 전기차, 양자컴퓨팅, 항공우주 산업 등은 극저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헬륨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웨이퍼 냉각 등의 공정에 헬륨이 필수다. 문제는 우주에 지천으로 널린 헬륨이 지구상에는 매우 희귀하다는 점이다. 수요는 급
목요일 아침에
“첫째, 현장을 챙겨라. 둘째, 리스크 관리를 미리 해야 한다. 셋째, 더 투명하게 하라. 넷째, 일이 되게 하라(속도가 중요하다). 다섯째, 관점과 원리를 알고 하라.” 지난해 12월 11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전 국민에 생중계된 첫 부처 업무보고 말미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지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며 “앞으로 6개월은 공직사회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내년이 뛰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몇 달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보면 이 같은 업무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처 업무보고에서 디테일한 팩트를 근거로 사각지대를 찌르며 부처 장차관과 산하 기관장의 진땀을 빼더니 공식 회의는 물론이고 X(옛 트위터)에서 연일 정책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생리대·밀가루 등 생활용품의 가격 담합부터 부동산, 교복, 휘발유, 사법 개혁, 기초연금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지시하면서는 “밤을 세워서라도 신속히 하라”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고질적인 민원 해결과 빠른 업무 처리로 ‘
다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중 통화스와프 체결 협상에 관여한 한 경제 관료의 전언이다. 당시 우리 측 제안에 중국 측의 첫 반응은 미온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미국 달러화 과잉 공급이 금융 불안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많은데 위안화가 한국의 외환위기 방어에 쓰인다면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자 중국 측이 돌변했다고 한다. 공교롭게 중국 정부는 이듬해부터 무역결제·금융거래에서 위안화 사용 확대 등 위안화 국제화를 본격 추진했다. 최근 이란이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유조선만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중동 전쟁이 미중 간 통화 패권 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동 국가가 석유 판매금을 달러로 받아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는 미국의 기축통화국 지위를 떠받치는 주요 축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2년 “원유와 천연가스의 위안화 결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후 ‘페트로 위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미 러시아와 인도·브라질·이란 등이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작업은 ‘대국
천체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에 걸려 말하고 움직이는 기능을 상실했다. 안경에 장착된 적외선센서와 볼 근육 감지 센서 간 통신을 통해 컴퓨터 화면에 원하는 문장을 띄워 외부와 소통했다. 그는 “인텔의 기술 지원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남겼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신체 마비 환자들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환자는 머릿속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로봇을 움직일 수 있다. ‘뇌 임플란트’ 기술이라고도 한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승인을 받은 뉴럴링크는 다이빙 사고로 전신 마비된 놀런드 아보의 뇌에 칩을 심는 첫 시술을 했다. 아보가 휠체어에 앉아 손발은 그대로 둔 채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두는 영상에 세상은 환호했다. 그는 “정말 멋진 일” “초능력 같다” “인류에 도움이 되는 선택” 등의 시술 성공 소감을 전했다. 미국의 ‘뇌 칩’ 기술에 중국이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 정부는 최근 스타트업 ‘뉴라클’이 등록 신청한 침습형 BCI 혁신 기기를 승인했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최근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장영하 국민의힘 경기 성남 수정구 당협위원장에 대해 “진실의 단죄”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장영하의 유죄가 확정된 이상 허위 사실을 조직적으로 확산한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정작 장 위원장은 이미 재판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유죄판결 사건들에 대한 무한 불복 소송을 촉발할 우려에도 재판소원제 도입을 강행한 여당은 이제 뭐라고 반응할지 궁금하네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6일 6·3 지방선거 충북 경선에서 김영환 충북지사를 공천 배제(컷오프)했습니다. 이번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첫 현역 지방자치단체장 탈락인데요.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출발점”이라며 대구 등에서도 현역 물갈이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이 “망나니 칼춤”이라고 저격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요. 공정한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야 공천 잡음을 피할 수 있겠죠.
영국 런던 북부의 애비로드는 팝 팬들에게 비틀즈라는 이름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장소다. 자신들의 마지막 앨범을 녹음한 비틀즈는 스튜디오 바로 앞 애비로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진을 앨범 커버 이미지로 사용했다. 수많은 영화와 문화 콘텐츠의 오마주 대상이 된 이 앨범의 재킷 사진은 팝 역사의 중요한 상징물이기도 하다. 2010년 영국의 중요 문화재로도 지정된 애비로드는 문화적 의미까지 부각되면서 런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랜드마크는 지역 또는 국가를 대표하는 조형물이나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관광객들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세부 여행 일정을 세우기 때문에 소비의 중심축이 되기도 한다. 경제 파급력은 물론 도시 이미지 제고 등 무형의 가치 창출 효과도 커 세계 주요 도시들은 경쟁하듯 랜드마크 조성에 나선다. 쇠퇴해가던 스페인의 공업 도시 빌바오는 1990년대 말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면서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문화 도시로 도약했다. 1973년 설립된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수변 공간과 잘 어우러진 성공적인 도시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600조 원이 넘는 경제적 가치를
지난해 11월 정부는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 격차를 수치로 제시했다. 구글 웨이모는 누적 실증 거리가 1억 6000만 ㎞를 돌파했고 중국의 바이두 역시 누적 1억 ㎞를 넘어섰다. 한국은 자율주행 기업 전체 주행거리를 모두 합쳐도 1306만 ㎞에 그친다. 하지만 현실은 더욱 냉혹했다. 웨이모는 지난달 중순 3억 2200만 ㎞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웨이모가 1억 6000만 ㎞를 돌파한 것이 지난해 7월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여 만에 주행거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자율주행 경쟁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와 실증 경험이다. 더 많은 차량이 더 많은 도로를 달릴수록 알고리즘은 고도화하고 서비스는 빠르게 상용화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플랫폼 기업,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대규모 실증을 이어가는 이유다. 실제 이를 기반으로 웨이모는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과 일본 등으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우버도 일본 자동차 제조사 닛산과 올해 도쿄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대규모 자본과 수많은 실증을 바탕으로 국가 간 경계를 넘어 합종연횡이 이뤄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적국의 식수를 차단하거나 더럽혀 승기를 잡으려 했던 사례는 적지 않게 목격된다. 626년 제2차 콘스탄티노플 공방전 때 페르시아 연합군은 로마제국의 식수 공급원인 발렌스 수도교를 파괴해 굴복시키려 했다. 1155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1세가 북이탈리아 토르토나를 포위 공격할 때 우물에 시체를 던져 물을 오염시키는 전략으로 항복을 이끌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민간인 생명줄까지 공격하는 전쟁범죄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수자원에 폭탄과 독극물을 뿌리고 물을 긷던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등 최근 5년간에만 250여 차례의 ‘물 공격’을 자행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 이란은 자국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공격받자 애꿎은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했다. 민간인을 겨냥한 비대칭적 전술의 일환으로 미국·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인접국으로 사태를 악화시켜 휴전 압박을 높이려는 의도다. 대다수 중동 국가들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담수화 시설에 식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강과 저수지·지하수 등에서 물을 얻고 있고 담수화 시설
여명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3월이 되면 김춘수의 ‘꽃’은 다시 현재의 시가 된다. 시의 제목처럼 꽃이 피는 계절이어서만은 아니다. 인간이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을 자기 세계 안으로 들이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고, 때로는 의심하고, 끝내 이해하는 과정이 3월이라는 시간의 감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낯선 세계는 쉽게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인간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 가운데 무엇을 멈춰 바라볼 것인지, 무엇에 이름을 붙일 것인지, 무엇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지난하고 번거로운 사유 과정을 거친 끝에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 주어진 세계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낯선 것을 끝까지 붙들어 마침내 자기 이해의 내부로 끌어들이는 일. ‘꽃’이라는 시는 인간이 오래도록 유지해온 고도의 사유 형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는 사유 빈곤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에 시간을 들여 탐구하고, 논리를 세우고, 판단하는 대신 AI가 단숨에 내놓는 결과값을 선뜻 택하는 게 새로운 지식 습득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가 직접 이름을 불러주기 전, AI가 몇 초 만에
노란봉투법이 10일부터 시행되자 산업 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행 이틀 만에 453개 하청 노조 10만 명이 248개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다고 한다. 원청 생산 공정과 무관한 청소·급식 노조가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을 외치고 반도체 공장 발주처까지 교섭 상대로 삼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계가 우려했던 바다. 시행 당일 이재명 대통령은 원·하청 동일 성과급을 선제 지급한 한 대기업을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치켜세웠다. 공교롭게도 노동계가 법 시행 전부터 투쟁을 외치며 ‘원청 교섭 1호 사업장’으로 삼겠다고 벼르던 곳이다. 불명확한 기준에 ‘1호만은 피하고 싶다’는 게 기업 공통의 속내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칭찬이 오히려 해당 기업에 노조의 집중 타깃이 되는 부담을 가중한 형국이다. ‘찐사장 나와라(노동계)’가 ‘대통령 나와라(공공부문 노조)’로 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이다. 법 설계자들이 탁상에서 논의한 상생의 그림과 현실은 이처럼 어긋나 있다. 법의 취지를 부정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한국 산업이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제는 ‘
문성진 칼럼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4일째 계속되고 있다. 국제 질서는 힘이 지배한다는 현실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국가 생존을 위한 부국강병의 당위성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경제력이 압도적이고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라면 누구도 감히 넘볼 엄두를 낼 수 없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국인 우리나라는 과연 지금 그러한가. 돌이켜 보면 17세기 조선에는 부국강병의 호기가 있었다. 1653년 8월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 일행이 우리나라로 표류해 왔다. 제주도에 표착한 이들의 배에는 약 30문의 대포와 갖가지 최신식 총들이 다수 실려 있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대한 복수심이 불탔던 효종은 이들의 무기를 참고해 화기를 개량했다. 하지만 하멜 일행이 가진 유럽식 망원경, 첨단 선박 구조, 천체관측술, 항해술 지식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강군 육성 열망이 강했던 효종이 왜 부국강병의 길을 외면했을까. 당시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하멜 일행의 군사기술을 전폭 수용하지 못한 데는 정치의 제약이 컸다. 극심했던 정쟁에 발목이 잡힌 효종은 군사훈련 강화 등을 시늉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강력한 상비군 체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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