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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기자의 눈
“며칠을 밤새우며 행정통합특별법을 준비했는데….”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법 제정에 관여했던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특별법이 결국 2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좌초되자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정부가 약속했던 4년간 20조 원 정부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을 받지 못하게 돼서다. 국회의원 다수도 겉으로는 통합 무산으로 지역 발전 기회를 놓쳤다며 상대를 비판한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의 반대 입장 고수를 탓한다. 국민의힘은 “사법 시스템 파괴 악법은 일방 강행 처리하면서 행정통합만 야당과 시도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지 말라는 이재명 대통령 주장에 어떤 설득력이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의원들을 만나보면 통합에 진심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방송에 나와서는 목표했던 시기를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처리하자고 촉구한다. 뒤에서는 ‘이미 통합은 물 건너갔다’거나 ‘통합 무산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전부터 지방선거 출마를 꿈꾸며 기존 지역을 다졌던 후보자들의 경우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만화경
1974년 미국·영국·일본 등 16개국 주도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출범했다. 4차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오일쇼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IEA의 위기 대비 조치 중 핵심은 90일 치의 비상 비축유 의무 확보, 석유 수요 억제 비상계획 상시 준비, 연료 전환, 가용 석유 할당·비상 융통이다. 오일쇼크 4중 완충장치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90일 치 비상 비축유 보유’ 요건을 충족해 IEA 회원 자격을 얻었다. 이후 비축량을 더 늘려 2015년 12월에는 301일 치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비축량은 문재인 정부 시절 200일 치를 밑돌며 한때 169일 치까지 곤두박질쳤다. 200일 치를 다시 넘긴 것은 정권 교체 후였다. 현 정부도 비축량을 210일 치 안팎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다만 높은 대외 에너지 의존도, 동북아시아 안보 위기를 감안해 네덜란드(지난해 11월 기준 413일 치), 덴마크(345일 치)처럼 300일 치 이상을 비축할 필요성도 상존한다. 최근의 이란 전쟁 충격 속에 IEA 32개 회원국이 11일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15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그중
왈가왈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향해 “지금 윤리위에 제소돼 있는 모든 징계 사건에 대해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추가 징계 논의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직자들에게도 당내 문제와 인사에 관한 ‘함구령’을 내리며 대여 투쟁과 6·3 지선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는데요. 아무래도 ‘절윤 선언’ 이후에도 갈수록 거세지는 당내 갈등을 선거 때까지라도 덮어두기 위한 궁여지책인 듯합니다. 하지만 분열된 당을 통합하고 혁신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없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대출 사기 등의 혐의로 12일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이날 양 의원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는데요. 여당이 밀어붙인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이 이날 0시 공포되자마자 불법을 저지른 여당 의원이 헌법 소원부터 거론하고 나서니 ‘사법의 정치화’와 사법체계 혼란이 우려되네요.
목요일 아침에
농사는 ‘짓는다’고 한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며 기르는 시간이 경작과 경영의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농지 정책은 땅을 실제 일구는 경영 활동보다 땅을 소유하는 ‘지주’ 중심의 논리에 갇혀 있다. 이제는 농지라는 자원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는 소유의 문제를 넘어 땅을 어떻게 활용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라는 실질적 대안으로 논의의 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의 투기 농지 매각 발언이 파장을 키우며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우리 사회의 농지에 대한 특유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여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는 ‘땅 부잣집 도련님’으로 불리고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농지 쪼개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어찌 됐든 이번 발언은 향후 정부·국회에서 농지 제도 개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은 헌법 121조 1항에 명시돼 있다. 1987년 헌법에 처음 등장했지만 그 정신은 1948년 제헌헌법에서 이미 드러났다.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는 원칙이다. 1949년 당시 농림부 장관이던 조봉암이 추진한 ‘유상몰수·유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은 1990년대 중후반 전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인텔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 PC 산업이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회자됐다. 이런 인텔도 특허관리전문회사(NPE·Non Practicing Entity)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1998년 인텔은 테크서치라는 회사의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테크서치는 파산한 회사들의 특허를 사들여 인텔 같은 거대 IT 기업에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인텔의 사내 변호사인 피터 뎃킨은 테크서치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불렀다. 다리 밑에 숨어 지나가는 염소를 협박해 통행료를 갈취한 북유럽 전래 동화 속 괴물 ‘트롤’에 빗댄 비판이다. 뎃킨이 2000년 세계 최대 규모 NPE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를 공동 설립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NPE에 특허 기밀을 넘긴 전 삼성전자 지식재산권(IP)센터 직원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NPE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이 직원은 심지어 재직 중 몰래 자신의 NPE까지 설립한
“의심되면 쓰지 말고(의인물용·疑人勿用), 쓰면 의심하지 말라(용인물의·用人勿疑).”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인재 철학이다. 직원 채용 때는 당대 최고의 관상가 제산 박재현을 면접장에 동석시키기도 했다.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이 가끔 헬기를 타고 제산을 만나러 온다는 얘기를 듣고 그와 인연을 맺었다. 제산은 1972년 유신(維新)을 계획한 박정희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자 담뱃갑에 유신(幽神·저승 귀신)이라고 적어 보냈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지만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면접장에 동석한 제산은 이 창업회장에게 관상과 사주를 본 인물평을 건넸고 이는 인재 선발에 십분 활용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재 경영도 남달랐다. 이 선대회장은 2002년 6월 ‘S급 인력 확보’ 사장단 회의에서 “삼고초려해서라도 좋은 사람 모셔와라. 한 사람이라도 모셔 오면 큰일 하는 거다. 그럼 내가 박수를 쳐주겠다”고 했다. 사장단 인사 평가에서 인력 양성 비중을 40%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1명의 인재가 1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며 삼성이 ‘두뇌 천국’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계열사 사장들이 “앞으로 이런 사업을 해보
여명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황이 예측불허다. 이제 전쟁이 디폴트(기본값)가 된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보노라면 우리 처지를 떠올리게 된다. 당장 세계 최대 화약고로는 호르무즈 해협과 대만 해협(한국과 대만의 산업단지)이 꼽힌다. 호르무즈(석유)와 대만 해협(반도체)은 세계 경제의 혈맥이자, 요충지기도 하다. 지금 한 곳에선 포연이 자욱하고, 다른 한 곳은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염려되는 대목은 전쟁과 맞물린 각국의 대형 정치 이벤트다. 미국(11월 중간선거)은 물론 우리도 6월 지방선거가 있고, 중국은 내년 가을 제21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4연임을 확정한다. 표심 얻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근시안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자칫 눈앞의 조개 하나 더 주우려다 몰려오는 거대한 해일에 쓸려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와 내년이 경제적, 지정학적, 문명사적으로 매우 위태로운 시기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전략가들은 진작에 이번 전쟁이 대만 해협에 주는 복선을 경고해왔다. “미국이 중동에 자원을 쏟아부어 중국을 억제할 군사 및 정치적 대역폭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처럼 중국 권력의 핵심은 군이다.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해방군·무장경찰 대표단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고위 장성과 간부들을 향해 말했다. “군 내에 당에 반하는 숨은 의도를 가진 세력이나 부패 세력이 숨을 곳은 없다.” 절대적 충성과 국방 예산 전용에 대한 무관용을 강조한 발언이다. 1월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숙청의 배경을 드러낸 메시지로도 읽힌다. 시 주석의 군 재편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지난해 연단에 배석했던 4명 가운데 장성민 신임 중앙군사위 부주석만 남았다. 장유샤와 허웨이둥 부주석, 류전리 연합참모장은 축출됐다.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군 장성 9명이 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2년 이후 사라진 중국군 장성을 101명으로 집계했다. 무역 분쟁과 대만 문제 등으로 미국과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권력 집중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사태와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내부통제와 군사력 강화 명분도 커졌다. 3일 인민해방군 선전 플랫폼 ‘중국군호’는 이란 공습의 다섯 가지 교훈을 공개했
중동전쟁에는 낯익은 풍경이 있다. 빗발치는 공습과 미사일 아래 불타오르는 유전, 중화기로 무장해 전선을 누비는 수많은 민병대다. 그리고 그 현장에는 으레 ‘쿠르드족’이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이란전에서도 지상 작전 투입설이 나오는 이들도 바로 쿠르드 무장세력이다. 미군을 대신해 위험천만한 지상전을 감내하려는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 피의 대가로 ‘국가 건설’을 향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인구 3000만 명이 넘는 쿠르드족은 독립국가를 갖지 못한 대표적인 ‘나라 없는 민족’이다. 그들의 고향 ‘쿠르디스탄’은 튀르키예·이란·이라크·시리아 등 네 국가의 험준한 국경 산악지대에 걸쳐 있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세브르조약을 통해 독립의 희망이 피어오르는 듯했으나 3년 뒤 로잔조약에서 그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쿠르드의 역사는 가혹한 국경과 끝없는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이어져왔다. 주변국들은 영토 분할을 우려해 그들의 자립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았고 강대국들은 필요할 때만 쿠르드의 용맹함을 소모품처럼 활용했다. 산악 지형에 최적화된 쿠르드 전사들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지상군 중 하나로 꼽힌다. 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빅매치로 꼽혔던 7일 한일전에서 한국이 8대6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이틀 전 체코를 11대4로 제압하고 2009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한 기쁨도 잠시. 2015년 이후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일본을 이기지 못한 불명예 기록은 깨지 못했다. “한일전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국룰’을 지키지 못하는 분야가 또 있다. 바로 관광이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2012년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사상 첫 1000만 외래 관광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이 ‘관광 한일전’에서 일본에 뒤진 것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재집권한 2012년 이후부터다. 아베 전 총리는 관광을 활성화해 일본 경제를 다시 세우겠다며 모든 부처의 장관들이 참석하는 관광입국(觀光立國) 추진 각료회의를 신설했다. 본인이 직접 의장을 맡아 관광 분야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했다. 양적완화 조치로 엔화 가치 약세를 유도하며 방일 외국인들의 달러화 기준 구매력도 높였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관광정책은 후퇴했다. 2017년 출범
동십자각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대미 관세 리스크는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 직후 10%의 대체 관세를 발표하고 이를 15%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최근 미국 내 24개 주가 대체 관세에 대해서도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재차 인정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관세를 찾을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관세정책을 강행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여럿 남아 있다. 미 국가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대표적이다. 해당 조항은 과거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된 바 있다.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보복 관세를 허용하는 ‘무역법 301조’ 역시 강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이를 무기로 중국산 4000여 개 품목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눈에 불을 켜고 관세를 인상할 방법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꼬투리 잡힐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입법 지연이 좋은 예다
정부가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사법 개혁 3법, 3차 상법 개정안 등을 심의·의결했습니다. 공론화도 숙의도 없었던 사법 3법은 법왜곡죄 적용 기준의 모호성, 재판소원제 도입에 따른 재판 지연, 대법관 대규모 증원 시 코드 인사 등의 우려가 컸죠. 3차 개정 상법은 기업 보유 자사주의 소각을 의무화해 경영권 방어를 약화시킬 수 있고요. 여하튼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관계 당국들은 법 시행 중 부작용이 없도록 제도를 균형감 있게 잘 운영하고 문제 발생 시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 사법 제도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합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5일 군복을 연상시키는 자신의 복장에 대해 “그게 뭐라고 고집하겠나.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면 지체 없이 갈아입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당내의 한 개혁 성향 모임으로부터 복장에 관한 비판을 받자 자세를 낮춘 것인데요. 복장뿐 아니라 중도층으로부터 외면받는 당의 강성 노선도 합리적 중도 보수로 전환해야죠. 그러지 않는다면 경쟁력 있는 지방선거 출마 후보 부족으로 노심초사하는 당의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 겁니다.
우리나라 근대문학사에서 춘원 이광수만큼 논란이 많은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가 쓴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은 전근대적인 서사문학의 문법을 바꾼 걸작으로 꼽힌다. 도산 안창호와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하기도 했지만 만년에는 일제에 협력하며 변절자가 됐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3년에는 학병 권고 강연까지 했다. 친일파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그가 우리 문학계에 미친 영향은 부정하기 쉽지 않다. 탁월한 글솜씨로 풀어낸 그의 소설은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많은 인기를 끌었던 소설 중 하나가 ‘단종애사’다. 1928년부터 1년간 한 신문에 연재했던 이 작품은 독자들이 ‘단종애사’를 읽기 위해 신문을 구독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단종과 세조를 양 축으로 왕조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사육신과 수양대군을 왕으로 세우려는 한명회 일파의 대결을 그린 이 연재소설은 지금 읽어도 몰입감이 대단해 명작으로 손색없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을 단종에 빗대어 해석하며 나라 잃은 원통한 마음과 분을 삭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단종애사’는 근대문학 최초의 장편 역사소설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고 조직까지 쪼개려다가 이젠 정책 목표를 맞추겠다며 자본 규제를 손대는 건 앞뒤가 안맞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분야로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움직임을 이렇게 꼬집었다. 가계대출에 몰렸던 자금을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벤처산업으로 돌리기 위해 감독 규제를 손질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강조해온 정책과 감독의 분리 기조와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은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를 15%에서 20%로 높이고 주식·펀드 RW는 400%에서 250%로 낮췄다. 최근에는 주담대 RW를 25%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생산적 금융을 위축시키지 않게 자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불과 반년 전 금융 당국 개편 논의를 떠올리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지난해 9월 정부와 여당은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면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려
여담
1000만 영화시대에 맞춰 100만 전시 시대가 올 듯하다. 폐위된 단종이 영월 유배지 청령포에서 촌장 엄흥도와 교감하는 이야기를 그린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달 4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이 960만 명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지난해 말 개막한 ‘패션 아트의 선구자’ 금기숙 기증 특별전은 연일 오픈런을 이어가 4일 기준 누적 관객 74만 3000명을 넘겼다. 하루 평균 1만 2000명, 많게는 하루 3만 명 이상이 다녀간 전시라 이런 추세라면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00일 동안 82만 명이 다녀간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이 세운 역대 단일 전시 최다 관객 기록을 너끈히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국민 전시’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축하의 폭죽을 터뜨리기 전에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은 없는지 점검할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달 한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뉴욕 현지 미술 전시 공간 ‘스페이스 제로원’에서 발생한 사고는 반면교사로 삼기 충분하다. 이곳에서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의 개인전이 열렸는데 전시 개막 행사 도중 설치된 조각 작품이 무너지며 관람객 4명이 다쳐 응급실로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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