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행정통합으로 어수선하다. 하자고 했던 쪽이 이제 그만 하자고 하고, 하지 말자고 했던 쪽이 하루속히 하자고 한다. 중앙에서 보따리를 푼다고 하니 잠잠하던 지역도 덩달아 하나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이다. 너무 급하니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찬성하는 분들은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역 규모로는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역을 만들 수 없으니 일단 몸집을 키워야 한다고, 천천히 가자는 것은 지방소멸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한가한 소리라고, 지금도 늦은 판에 답답한 소리 작작 하라고 말이다. 틀린 말씀은 아니다. 하지만 잠시 지방분권의 시각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지방분권은 제창의 시대에서 합창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적분하면 연방국가이고, 미분하면 주민자치이다. 지역과 주민이 나라와 국민에 우선한다. 지역이 모여 비로소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다 큰 나라가 되는 것 뿐이요, 주민이 모여 비로소 국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다 큰 국민이 되는 것 뿐이다. 폭설로 243명(현재 우리나라에는 243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있다)이 산정상에서 길을 잃었다고 가정해보자.

by 유상조 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올해 1월부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을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정의하고, 기업에 위험 관리와 신뢰성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 기본적으로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법의 성격을 띠면서도, 세계적 표준인 ‘위험 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을 반영해 인권과 직결된 고위험 영역에 필요한 규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혁신의 도구인 AI를 규제의 틀에 가두는 것이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은 고영향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사례가 이미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네덜란드 세무 당국의 알고리즘이 이주민 가정을 부정수급자로 낙인찍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사건, 호주 정부의 자동화된 부채 회수 시스템이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위협한 ‘로보데트(Robodebt)’ 사건, 그리고 미국 아이튜터(iTutor) 그룹의 채용 AI가 고령자를 자동 탈락시킨 연령 차별 사례 등은 AI의

by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집어 든다. 밤사이 세계는 또 한 번 흔들려 있다. 중동에서는 확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대만 해협의 군사 훈련은 일상 뉴스가 됐다. 일본은 새로운 내각을 해산하고, 미국은 중간선거로 들썩인다. 매일매일 전세계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만들어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제 실적보다 지정학적 변화를 먼저 묻는다. 기업에게 ‘오늘의 리스크’는 더 이상 환율이나 금리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 아침 뉴스의 제목이 곧 경영 환경이 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전쟁의 원인을 힘의 이동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찾았다. 아테네의 부상이 스파르타를 위협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부상이 스파르타로 하여금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지게 했기 때문에 전쟁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은 이 통찰을 현대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손실 국면에 들어서면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을 한다. 손실을 확정 짓는 선택보다, 불확실하지만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은 선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위기 역시 다르지 않다. 사고나 논란 그 자체가 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손실’로 인식

by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사장

부동산 매각이 요즘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된 때가 없는 것 같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확정하고, 보유세도 인상할 방향임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투자 목적으로 수도권에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한 비거주 1주택자들도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축소하겠다는 보도를 보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행 총재를 역임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用方明)는 일본 버블의 가속화 요인으로 △금융완화 △은행의 공격적인 신용 창출 △조세정책(낮은 보유세와 높은 양도세)의 세 요소를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 세 요인 중 마지막 남은 규제인 조세정책까지 가동되고 있으니 버블 붕괴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이 없다는데, 가격도 많이 올랐으니 양도세 혜택이라도 받게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다. 부동산은 가계의 자산 중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만큼 매각 시 계약체결 과정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것만으로 부동산을 잘 매각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부동산 매각이후에도 부동산의 하자를 문제삼거나, 중요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분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by 정보근 법무법인 리움 대표 변호사

지난 해 9월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개정 노동조합법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기업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해 12월 개정 노동조합법에 대한 해석지침(안)(이하 “해석지침”)을 행정예고하였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주요 내용으로 “사용자”의 의미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된 점을 들 수 있다. 확대된 ‘사용자’로는 사내하도급관계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원청(도급인)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해석지침에 따르면 “지배”는 시설ㆍ장비ㆍ장소 등에 대한 소유권 등 법적 또는 사실상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 해당 공간의 운영 방식과 안전상 위험요소 등을 관리·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결정”이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는 경우

by 김동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내 고립·은둔 청년의 규모를 총인구의 1% 수준인 약 54만 명으로 추산했다. 유례없이 가파른 증가 속도도 문제지만, 더욱 뼈아픈 것은 이것이 우리 사회 중추인 청년층이 소리 없이 ‘증발’하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이라는 사실이다.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일본의 히키코모리 현상, 서울연구원이 예견한 ‘탈관계화된 축소사회’는 이제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 되었다. 특히 생성형 AI와 초개인화 알고리즘이 고도화된 지금, 고립의 양상은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 청년들은 굳이 타인을 만나 갈등을 겪거나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AI 챗봇은 언제나 상냥하게 대답해주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주는 ‘디지털 벙커’를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 초(超)개인주의는 개인에게 안락함을 주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인간 고유의 사회적 근육을 퇴화시키고 있다. 사회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인간적 유대(Human Bond)’라는 사회적 자본이,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급격히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

by 서순탁 전 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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