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와 패스너
대한민국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반을 이루는 뿌리산업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주조, 금형, 열처리, 표면처리, 그리고 패스너와 같은 기초 제조 영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겉은 세계 최고, 속은 붕괴 직전. 이것이 현재 한국 제조업의 실상이다. 뿌리산업은 산업의 ‘기초 체력’이다. 아무리 설계가 뛰어나고 시스템이 정교해도, 그것을 구현하는 기초 공정이 무너지면 산업 전체는 유지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역은 오랫동안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취급되며 정책과 투자에서 후순위로 밀려왔다. 그 결과는 이미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방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뿌리기업들의 폐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숙련 기술 인력은 고령화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신규 인력 유입은 거의 끊긴 상태다. 한때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되었던 가공 노하우와 공정 기술은 더 이상 전수되지 못하고 단절되고 있다. 기업들은 버티고 있지만, 산업은 서서히 기반을 잃고 있다. 패스너 산업은 이 현실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볼트 하나는 작지만, 모든 산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