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의 정석
해킹을 당한 기업은 피해자다. 그러나 피해자라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는 법적 책임과 별개로, 도의적 책임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고객의 정보를 맡은 기업이 그 정보를 지키지 못했다면, 공격자가 누구든 책임의 무게는 기업에게 먼저 쏠린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위기는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1차 피해는 과거의 사건이다. 이미 일어났다.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2차 피해는 미래의 사건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막을 수 있다. 인간은 통제할 수 없었던 피해보다,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않은 피해에 훨씬 강한 분노를 느낀다. 해킹 자체는 일정 부분 불가피한 리스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2차 피해를 방치한 기업은 용서받기 어렵다. 여론은 그것을 태만이자 무관심으로, 때로는 무능력의 증거로 읽는다. 유출된 정보는 조용히 움직인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명의도용, 유심 복제 등 한 번 흘러나간 정보는 오래, 반복적으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쓰인다. 1차 피해가 사건이라면, 2차 피해는 재난이다. 2023년 1월, LG유플러스 고객 정보가 다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