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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토피아연구소 소장
농촌 유토피아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흔히 정주 환경이나 산업 기반에서 찾으려 한다. 물론 이들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지역을 찾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스토리’이다. 지역에 이야기가 스며 있고, 그 위에 감성과 경험이 더해질 때 비로소 그곳은 단순 소비의 공간을 넘어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 미우라 아야코 기념 문학관과 혼불문학관은 오늘날 농촌이 마주한 과제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이다. 두 공간은 지역과 장소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아사히카와에 있는 미우라 아야코 기념 문학관을 찾았다. ‘빙점’의 무대이기도 한 그곳에는 화려한 건축물이나 과장된 전시는 없었다. 숲속에 자리한 공간은 작은 오두막처럼 소박하고 정갈했다. 그리고 작가가 걸었던 숲길과 강변 제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방문객은 문학을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산책길을 걸으며 그의 사유를 경험하였다. 그의 문학은 진열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숲의 공기와 나무, 바람 속에서 살아 움직였다. 자연과 서사가 맞닿은 경험은 다시 찾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지역을 찾게 만드는 힘,
올해 문화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Pop Demon Hunters’, 이른바 ‘케데헌’일 것이다. ‘케데헌’의 성공은 세계 속에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이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이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서는 스타로, 무대 밖에서는 악마를 사냥하는 영웅으로 설정하여 한국적 정서와 감성을 세계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애니메이션 판타지 영화이다. 이 작품의 성공은 단순한 문화 콘텐츠의 성공이 아닌 우리 문화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K-컬처의 영향력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작품의 기획, 배급, 제작이 미국과 일본 및 다국적 스튜디오로 우리나라가 아닌 외부 자본과 인프라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한계로 산업 구조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문화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묻는 근본적 질문을 남긴다. 문화의 원천은 한국이지만, 부가가치는 해외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는 문화산업의 한계만은 아니다. 우리는 1980년대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쳤다. ‘우리 땅에서 자란 먹거리가 우리의 몸
최근 반려동물의 증가와 함께, ‘리얼 베이비돌’ 인형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아기처럼 정교하게 제작된 인형을 통해 불안 완화와 정서적 안정을 얻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형을 통해 외로움과 상실을 치유받는 이들에게 감정과 존재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위로와 치유의 과정을 보며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질문해 본다. 인간은 문명을 창조했다. 불을 발견하고 바퀴를 만들었으며, 도시를 세우고 산업을 일으켰다. 자연을 정복하고, 기술 발전을 통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와 노동을 대신하는 지금, 인간은 자연 없이 살 수 있을까. 지난 6월,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DMZ 평화생명동산을 찾았다. 16년째 현장을 가꾸고 있는 정성헌 이사장은 “이곳은 인간이 만든 공간이 아닙니다. 자연이 만든 삶터입니다. 인간은 그저 머물며 치유와 희망을 얻을 뿐이지요.”라고 말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바람과 흙냄새까지 살아 숨 쉬는 동산. 그곳은 단순한 교육장이 아닌 생명과 평화의 성소였다. 자연은 쉼 없이 자신을 회복하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진정한 활력을 되찾고 있었다. 개발이 멈춘 DMZ 생태보존지구는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자생하고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1943년 독일의 런던 폭격으로 파괴된 국회 의사당의 재건을 약속하면서 한 말이다. 처칠은 우리가 만들어낸 공간과 환경이 결국 우리의 삶, 사고방식, 공동체의 구조까지도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공간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 거주하며, 그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기억과 감정, 만남과 회복, 사유와 상상의 터전이 된다. 하이데거는 이를 ‘거주함(Dwelling)’이라 했다. 인간은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의미 있게 거주함으로써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더 나은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정부는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빈집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국가 차원의 빈집 관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농어촌빈집정비특별법’과 ‘빈건축물정비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와 소유자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농어촌 빈집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해법은 제도와 정책을 넘어, 삶의 기억을 품은 공간과 사람의 회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올해 4월 현재 대한민국 수도권의 인구는 약 2,600만명으로 이는 전국 총인구의 50%를 차지한다. 도시 집중화로 인한 수도권 인구 밀집과 지방 소멸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 만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잃어버린 일자리와 사람들을 다시 지역으로 불러 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은 과연 가능할까. 고착된 도시 생활과 일상의 안정성을 포기하고, 낯선 지역으로의 귀환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질문의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답은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에 있다. 지난달 26일, 농촌유토피아대학원 학생들과 경주 불국사 인근 진현동을 찾았다. 수학여행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세월의 격랑 속에
‘3無 3有’대학으로 강의실과 교수와 등록금이 없고, 창조적 상상력과 통섭 융합력, 그리고 지역 리더십을 공부하는 대학이 우리나라에 있다. 3월 새 학기 국내의 모든 학교는 입학식 후 수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대학은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1시, 경남 함양 오도재 정상에서 특별한 입학식을 진행한다. 1, 2, 3학년 전 학생이 1년 동안 공부할 학습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들공(공부에 들다)’을 선포하는 것이다. 농촌 혁신과 그린 르네상스(Green Renaissance)를 선도할 핵심 역량을 키운다는 사명으로 2020년 설립되어 2021년 3월 첫 입학생을 맞은 농촌유토피아 대학원, 그동안 1회 졸업생 배출과 함께 올해 5년째 입학생을 맞이하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농촌에 우리는 어떤
살기 좋은 정주 공간과 쾌적하고 여유로운 농촌다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간정비사업이 몇 년째 진행 중이다. 이달초 2025년도 1차 신규 지원 대상 지구 12곳이 선정돼 새롭게 변모할 농촌 공간 조성지역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악취·소음 발생, 오염물질 배출 등 주민 삶의 질을 저해하는 난개발 시설을 정비·이전해 주민들을 위한 쉼터나 생활시설을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러한 변화들로 ‘농촌다움’이 보존되고 경관의 시각적 효과와 환경의 쾌적성, 농업의 다양한 가치 부각과 경제적 부활로 생활 서비스는 높아지고,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전남 영광군 묘량면은 또 다른 현재 농촌 모습을 대변한다. 2007년부터 17년간 지역의 고령 농민들과 공동 영농을 통해 소득 분배를 해 온 사회적 농장 ‘여
후진국 중 가장 빠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나라, 그 대한민국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작금의 현실과 사태로 볼 때 디스토피아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니 말이다. 특히 농촌은 더욱 그러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다 기존 인구의 도시 유출까지, 거기에 문화와 교육과 의료와 복지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생활의 불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래 농촌은 자연친화적 환경과 더불어 상생의 공동체가 살아있는 우리네 삶의 현장이었다. 농촌은 단순히 도시의 배후지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삶의 구현공간, 도농상생의 융합공간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의 대안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농촌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으나 우리가 잊고 있던 ‘유토피아’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농촌유토피아란 먹고
농촌지역 소멸 위기를 대변하는 것 중 하나는 초등학교의 폐교 소식이다.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본사가 있는 경상남도에도 2024년 12월 기준 미활용 폐교가 65개나 있는데 빠른 시간 내에 많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농촌지역 초등학교는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공유한 지역공동체의 구심 역할로서,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농촌학교의 급격한 감소는 여러 분야에서 지역의 쇠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농촌유토피아연구소는 그간 함양 서하초등학교를 비롯해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농촌학교살리기와 마을공동체살리기를 해왔다. 이는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최근 장수군에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교육의 역할과 방향’이라는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인구 2만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지방소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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