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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美MI
“건물을 마셔요.” 미 프린스턴대 교수 엘리자베스 딜러가 웃으며 말했다. 어느 건축 강연에서였다. 마치 만화영화의 한장면처럼 들렸다. 과자를 먹는 것도 아닌데 건물을 마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녀가 소개한 작품은 말 그대로 ‘안개와 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이 낯설고 유쾌한 장면은, 오늘날 물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과 겹쳐지며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특히 이란에서는 물이 더 이상 감각적 경험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절박한 자원이 되었다. 오랜 가뭄과 기후 변화로 이미 취약해진 수자원 상황 위에, 최근의 전쟁은 저수지와 상수도, 정수 시설까지 무자비하게 타격을 입혔다. 물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 확보 자체가 어려워졌고,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의 위기로 이어진다. 물 부족은 사회적 불안으로 번지며 시위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이곳에서 물은 환경 자원을 넘어 국가 안정과 직결된 전략 자산, 곧 보이지 않는 ‘안보’가 되었다. 물은 배경이 아니라 정치와 생존,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어떤 곳에서는 ‘건물을 마시는’ 예술적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곳에서
도심 외곽의 어두운 인공 연못 앞, TV 모니터를 들고 퍼포먼스를 하던 남자가 고가의 AI GPU를 물에 떨어뜨렸다. 금속이 수면을 가르는 순간, 연못은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라 무대가 되었다. 물속에서 빛이 피어오르고, 베르디풍 오페라 선율이 울려 퍼지면서 마치 신화의 한장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살을 가르며 등장했다. 로봇은 하체의 배출구에서 콩을 떨어뜨리며, 존 F. 케네디의 연설을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했다. 숭고한 언어와 배설의 행위가 하나의 몸 안에서 공존하는 순간, 고전과 기술, 신성과 희극은 그 구분을 잃었다. 로봇은 세 개의 GPU를 차례로 들어 올렸다. 먼저 금으로 빚어진 최신형 GPU. “이것이 당신의 것입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과잉이야.” 다음은 은으로 매끈하게 마감된 GPU. “이것은?” “재미 없어.” 마지막으로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낡은 GPU가 올라왔다. 남자는 즉시 말했다. “아, 저거다.” 로봇은 잠시 침묵하더니 마치 고대의 신이 선언하듯 말했다. “정직성, 소유권 일치.” 그리고 세 개의 GPU를 모두 남자에게 건넸다. 백남준은 중얼거렸다. “이제 예술은… 소화 과정까지
“사르르, 파닥파닥…” 바람이 속삭이듯,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칠흑 같은 공간을 가르며 전통피리 소리가 흘러나오자,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서 훅? 날아온 듯했다. AI가 빚어낸 은빛 입자를 날개에 묻히고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그 생명 에너지는 꽃가루처럼 흩어져 부드러운 빛의 파동으로 퍼져나갔다. 이어 각국의 숨결을 머금은 수많은 나비들이 모여들었다. 무대는 어느새 미디어 아트와 K-팝 퍼포먼스의 향연으로 변했고, 그 빛의 무도회는 곧 세계 정상들이 앉은 만찬 테이블까지 날아가 그들의 손등 위에 건네진다. 이 하이브리드 로봇 나비는 과연 무엇을 속삭이고 싶었을까? 이달 초에 있었던 이번 2025 APEC은 단순한 경제 회의가 아니었다. 오감으로 역사를 느끼고 피부로 미래를 체험하게 한 하나의 ‘수행적 예술(Performative Art)’이었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이 경주라는 무대에 오른 장면은 그 자체로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사건이었다. 회의실 안의 딱딱한 프로토콜과 달리, 무대 위에서 펼쳐진 나비의 비상과 빛의 파동은 긴장과 경쟁 속에서도 인간적 공감을 끌어내는 새로운 외교 언어였다. 하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 익숙한 어린 시절 놀이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생존을 건 냉혹한 게임으로 재해석된다. 분홍빛 거대 인형이 “무궁화 꽃이…”를 외치는 동안은 안전하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며 “피었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움직임이 감지되면 곧바로 총격이 가해진다. 손에 땀을 쥐는 이 게임은 결승선에 도달할 때까지 이 패턴을 반복한다. 동심의 세계가 무자비한 현실로 전복되는 이 장면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규칙과 긴장, 멈춤의 미학을 내포한 은유적 서사로 작동한다. 어느 순간 에 멈추고 그 상황을 견디어내는 자만이 살아남는 세계. 어쩐지 요즘 현실과 닮아 있지 않은가. 오늘날 국제사회 역시 마치 ‘움직이지 않아야 살아남는’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벙커버스터 이란 폭격과 중동의 핵 위협, 일본의 난카이 대지진 전조증상를 비롯한 기후 위기, 경제 불안, 이민자 추방, 글로벌 동맹의 와해 등 복합적인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었다. 탈세계화와 다자주의의 약화는 공동체 감각을 붕괴시키고, 국제정치는 피로와 경직으로 가득해졌다. 세계는 정치적·경제적·환경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일상은 불안과 긴장의
지난달 경남북 지역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이 겨우 일주일만에 진화되었다. 그 피해는 역대 산불 가운데 최악이라는게 산림당국의 분석이다. 유행할게 없어서 전세계적으로 산불이 유행하는가. 할리우드가 재난 영화를 즐기지만, 최근의 산불 사태는 가상의 영화 장면이 아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월에 있었던 미국 로스엔젤레스 대화재를 기억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퍼시픽 팰리세이드에서 시작된 이 대형 화재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사람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마치 악마의 바람을 타고 토네이도처럼 거세게 몰아친 불기둥은 괴물이 온 동네를 불태우는 ‘지옥’과 같은 상황이었다. LA에서 라이브 뉴스를 지켜보던 필자는 불길이 할리우드 힐스 인근까지 번지는 모습을 보며 몸서리 칠 수 밖에 없었다. 화재피해 지역중 하나인 이곳은 서울과 LA를 오가며 지내는
“웰컴! 라스베가스에 오셔서 마음이 설레시나요? 제 재킷 마음에 드시나요?” 젠슨 황은 청중의 환호를 받으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로마시대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처럼, GPU블록과 반도체 방패를 들고 마치 미래에서 온 록스타처럼 반짝이는 가죽 재킷을 입고 스타디움 무대에 등장했다. 1만 2000 명의 관객이 열광하는 가운데 그는 거대한 LED 스크린을 배경으로 AI 기술이 만들어낼 다이나믹하고 스펙타클한 미래를 발표할 순간을 맞았다. 기조연설 후반부, 무대 앞쪽이 천천히 상승하며 젠슨 황을 중심으로 14명의 AI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등장했다. 이 로봇들은 마치 미스 유니버스 미인대회처럼 일렬로 서서 한손을 흔들며 젠슨 황의 친구라고 소개되었다. 마치 AI 에이전트 로봇들이 백댄서로 등장한 록스타 콘서트 같았다. 물론, 노래 대신 메시지로 비전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스코틀랜드의 한 지역에서 갈매기들이 ‘치즈 토스트’에 ‘다이빙 폭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이 갈매기들은 식당손님들이 이 소문난 토스트와 함께 인증샷을 찍으려 할 때 공중을 맴돌다 마치 배고픈 갱스터처럼 급습하여 먹튀를 한다. 식당은 이제 토스트를 강탈당할 위험에 처한 고객을 위해 ‘갈매기 보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갈매기들이 토스트 조각을 노리는 것일까? 바다위에서 물고기를 찾으며 날아야 하는게 아닐까? 이 갈매기들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의 혼란스러운, 때로는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에 적응하려 생존 모드에 돌입한 걸까?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렸었다. 그곳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를 보았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
올해 기록적인 열대야와 폭염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극곰의 다이어트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전세계가 북극곰을 마치 셀럽처럼 주목하는 가운데, 그들과 셀럽의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요즘 북극곰은 유명하고 인기가 있으며 매우 날씬하다는 점이다. 그린란드 남동부 지역 민물 빙하에서 식단을 명상수행자와 힙스터들처럼 채식으로 바꾸고 살아가는 북극곰 무리가 발견되었다. 원래 이들의 주식은 단백질과 지방함량이 높은 바다표범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딸기와 채소잎으로 바뀌었고 최고 250㎏상당의 다른 지역 북극곰들에 비해 180㎏정도의 몸매로 날씬해졌다. 과연 기후변화는 이 폭신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을까? 이 동물은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러니컬하게 K팝 스타처럼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빙하 위에서 주로 바
얼마전 미국 로스엔젤레스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한국영화 상영 시리즈 <윤여정: Youn Yuh-jung> 특별 회고전 오프닝에 참석했다. 건축의 거장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영화제작의 예술과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최대기관이다. 매끄러운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이 구형 건물과 대조적으로 박물관의 전시는 매우 오래된 할리우드 느낌이 나는 아르데코 공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마치 다른 마법의 세상에 온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개관 직후 이 박물관은 미국 문화예술과 영화계에서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톰 행크스, 레이디 가가, 스티븐 스필버그 등 스타들이 지지한 가운데 많은 기대 속에 2021년 문을 열었다. 원래 2017년 개관 예정이었던 박물관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개관이 연기됐지만 톱스타들과 문화예술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오프
올해 오스카 시상식 스크리닝 파티에 참석했었다.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이야기가 7개 부문을 휩쓰는 것을 지켜보았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에 비유되는 오펜하이머는 핵분열과 핵융합의 물리학원리를 이용해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위해 핵폭탄을 만들어냈다. 그는 인류를 구하려는 노력과 세상을 파괴할 힘을 아이러니하게도 융합시켰다. 작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백남준 다큐의 시사회에도 참석했다. 한국의 천재 예술가에 대한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백남준은 진공관의 음극선이라는 물리학 원리로 동양 철학의 우주 생성적 변화를 의미하는 비디오 예술의 세계를 열었다. 그는 분열과 갈등으로 가득한 인류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전자 통신의 세계와 달의 끝없는 생명력을 상징한 예술적 결과물을 융합해냈다. 백남준의 다큐멘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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