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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길라잡이
올해 1월부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을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정의하고, 기업에 위험 관리와 신뢰성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 기본적으로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법의 성격을 띠면서도, 세계적 표준인 ‘위험 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을 반영해 인권과 직결된 고위험 영역에 필요한 규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혁신의 도구인 AI를 규제의 틀에 가두는 것이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은 고영향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사례가 이미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네덜란드 세무 당국의 알고리즘이 이주민 가정을 부정수급자로 낙인찍어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사건, 호주 정부의 자동화된 부채 회수 시스템이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위협한 ‘로보데트(Robodebt)’ 사건, 그리고 미국 아이튜터(iTutor) 그룹의 채용 AI가 고령자를 자동 탈락시킨 연령 차별 사례 등은 AI의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2026년 8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규정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과 ‘순환경제 행동계획’(CEAP)에 따라 2025년 2월 11일 발효되었으며, 기존의 지침(PPWD)을 대체하는 EU 단일 규정이다. PPWR은 EU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포장재가 재사용・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될 것을 요구하며, 포장 최소화, 재사용 시스템 확대, 재활용성 등급제 도입,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 사용 등을 핵심 의무로 담고 있다. 포장재는 제품 보호와 물류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포장 제조업은 EU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데, 2018년 EU 포장 제조업의 매출은 이미 3550억 유로(약 530조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포장재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 부담도 빠르게 확대되었다. EU 집행위원회(EC)가 PPWR 제정을 위해 작성한 2022년 입법영향평가보고서는 포장 분야의 구조적 문제로 ① 포장폐기물의 지속적 증가, ② 재활용을 저해하는 비표준화된 설계・라벨링, ③ 재활용 품질 저하와 낮은 재활용원료 사용률을 지적하며, 이러한 구조적
해상 운송은 전 세계 상품 교역의 80%를 차지하는 국제 무역의 주요 기반이다.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에 달한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의 92.8%가 기존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평균 선령은 13년 수준이다. 선박의 평균 수명이 약 25년임을 감안하면, 향후 10여 년 동안 에너지 효율이 낮은 노후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해운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해운 분야에 대한 탈탄소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온실가스 감축 전략’(IMO GHG Strategy 2023)을 채택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을 선언했고, 2025년 4월에는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발표해 대형 선박의 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에 탄소부과금(Levy)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선박 에너지 효율 규제(EEDI, EEXI, CII)에 더해, 탄소 배출에 비용을 매겨 감축을 유도하는 시장 기반 조치(Market-Bas
지난 6월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50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연매출액 20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매년 1회 이상 자사, 자회사,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환경 실사를 수행해야 한다. 기업이 실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의 신청 또는 행정청 직권으로 시정명령이 부과되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시정명령을 불이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유럽연합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인권・환경 실사법 제정이 논의되면서 인권경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권실사는 인권경영의 핵심 요소로서 기업 경영상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한 제반 인권 리스크를 식별하여 대응 조치를 취하는 절차이다. 지금까지 국내 여러 기업들은 인권실사 또는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공시해왔다. 하지만 인권실사를 통해 기업의 인권경영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대답하기에 주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하에서는 바람직한 인권실사를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를 쟁점을 살펴본다. 첫째, 인권실사는 ‘예방적’ 성격의 절차임에 유
전기차, 스마트폰, 태블릿 등 첨단 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은 대부분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거쳐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광물 채굴 수익이 무장세력의 자금원이 되거나, 아동노동 및 환경오염 등 심각한 인권·환경 침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특히 아프리카 내륙의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인접국에서는 주석, 탄탈럼, 텅스텐, 금(3TG) 등의 광물이 무력 분쟁과 인권 유린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른바 ‘분쟁광물’에 대한 공급망 규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OECD는 2011년 광물 공급망 실사를 위한 가이던스를 발표했고, 미국은 도드-프랭크법을 통해 분쟁광물의 원산지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EU도 2021년부터 ‘분쟁 및 고위험지역’(CAHRAs)에서 조달되는 분쟁광물에 대해 실사 및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책임광물 이니셔티브’(RMI)가 제련소(정련소 포함)에 대한 인증 프로그램(RMAP)을 운영해 왔다. OECD는 제련소를 다양한 광물이 모이는 핵심 통제지점(choke point)로 보고 이들을 통해 상위 공급망(upstream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환경 친화적으로 보이기 위해 모호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장을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친환경(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인 그린워싱(greenwashing)은 1986년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가 처음 사용했다. 2000년대 이후 친환경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그린워싱이 급격히 확대되었는데, 2009년 환경 마케팅펌 테라초이스(Terra Choice)는 환경성을 주장한 상품의 98%에 그린워싱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ESG 데이터 기업 렙리스크(RepRisk)도 지난 10년(2012-2022) 동안 그린워싱 사례가 유럽과 미주 지역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린워싱은 질적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2023년 발간된 <그린워싱 3.0> 보고서는 그린워싱의
내부 신고 시스템은 준법·윤리경영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이다. 회사의 내부 신고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된다면 임직원 등의 위법 행위를 조기에 식별하여 예방할 수 있다. EU는 2019년 ‘내부 신고자 보호지침’(Whistle blowing Directive, 이하 ‘WBD’)을 채택하여 50명 이상의 임직원을 둔 기업은 의무적으로 내부 신고 채널을 설치하도록 했는데, WBD는 전문(前文)에서 “관련 정보가 문제의 근원지에서 조사 및 구제권한자에게 신속히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와 관련된 부정행위는 업무 관계자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사내 절차를 통해 신속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당수 임직원들은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회사의 내부 신고 채널에 제보하기를 주저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조직이 법령이나 규범 등을 준수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ESG가 화두가 되면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기능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법령 준수를 넘어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하도록 요구하므로, 기업도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기관이 제시하는 공시 기준, 평가 지표, 이니셔티브 등을 파악하고 이를 준수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ESG 시대의 컴플라이언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기업이 관리해야 할 위험이 ‘법적 위험’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으로 확대되었다. 전통적 컴플라이언스는 법령상 금지 또는 의무사항을 유형화하고 임직원이 이를 위반했을 때 발생할 벌금이나 손해 등을 법적 위험으로 정의했다. 우리 법원은 실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ESG 정책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화석연료 산업 지지와 파리협약 탈퇴를 공언해왔기에 미국의 기후·환경 정책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노동·인권 침해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트럼프의 재집권 후에도 계속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뿐만 아니라,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했던 통상 규제가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더욱 공고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무역과 노동을 연계하는 통상정책을 폈다. 대표적으로 1930년 제정된 미국 관세법 제307조는 강제노동을 통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채굴, 생산 또는 제조된
생활임금(living wage)이란 근로자와 그 가족이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급되는 임금이다. ESG 모범기업인 파타고니아는 2025년까지 1차 공급업체 전체에 생활임금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인권경영평가지표(CHRB)는 기업이 자체 인력과 공급망에 대한 생활임금 지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실사의 항목에 적절한 생활임금의 보장을 포함했다. 이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되려면 소속 직원뿐만 아니라 공급망까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생활임금 미충족 여부를 정기적으로 실사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 다르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법으로 정한 최저수준의 임금으로, 우리나라는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수준 등을 기준으로 최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ESG 리스크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가장 통용되는 방법은 기업이 ‘협력사 행동 규범’(supplier code of conduct)을 만들고 협력사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기업은 자신과 거래하는 협력사가 지켜야 할 노동·인권·환경·윤리 등에 관한 준칙을 문서로 제정하여 공표한다. 기업은 협력사에 이 문서를 준수할 것을 권고하거나, 협력사로부터 행동 규범 준수에 관한 서약서를 받거나, 협력사와의 계약서에 행동 규범 준수 조항을 삽입하기도 한다. 행동규범을 지키는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하고, 행동 규범을 위반하는 협력사가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시정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행동 규범의 내용은 점점 진화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9년 사이 S&P500 기업이 공시한
지난 7월 25일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발효되면서 공급망 실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사란 기업이 인권 및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예방 및 완화하는 절차이다. CSDDD는 기업이 자체 사업장과 자회사뿐만 아니라 공급망에 대해서도 실사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CSDDD가 직접 적용되는 대기업 이외에 해당 대기업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협력사도 공급망 실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적어도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활동을 공시해 왔다. 구매계약상 거래금액과 거래기간 등을 고려해 관리 대상 협력사를 선정하고, 해당 협력사에 자가진단 문항(SAQ)을 송부해 협력사의 ESG 경영 수준을 평가하며, 자가진단 결과 고위험 협력사로 분류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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