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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높은 시민의식과 활발한 정치 참여는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온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번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많은 국민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투표 현장에서 발생한 준비 부족과 운영 혼선은 단순한 행정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기관의 관리 역량과 책임 의식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일회성 사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그동안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 소쿠리 투표 사태, 조직 운영의 폐쇄성 논란, 미흡한 위기 대응 등으로 여러 차례 국민적 비판을 받아왔다. 사건의 내용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국민의 신뢰를 조금씩 소진시켰다는 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반복될 경우 이를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로 본다. 건물 벽에 금이 한 번 가는 것은 수리와 보수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균열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건물 전체의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지금 선거관리위원회가 처한 상황도 마
개인이나 조직을 막론하고 예상치 못한 오류나 과오로 인해 평판 위기에 직면하는 순간이 있다. 대중 앞에서의 말실수, 프로젝트의 결함, 이해관계의 극한 대립 또는 조직 리더의 부끄러운 일에 대한 폭로 등은 모두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평판을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우리 한국인은 체면을 중시한다. 내면의 가치가 외부로 투영된 평판이 이미지라면, 체면은 그 이미지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공인받은 도덕적 자존심이자 신뢰의 합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체면이 훼손된다는 것은 곧 개인이 쌓아온 사회적 자산의 훼손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평판 위기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무조건 고개를 숙일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변명으로 일관할 것인가. 평판의 기로에 서서 막연하게 속앓이를 하거나 당황하는 경우에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활용되는 다섯 가지 메시지 전략을 실용적인 참조 팁으로 삼아볼 만하다. 첫 번째 선택지는 부인이다. 이 전략은 행위 자체를 전면 부인하거나 제삼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확실한 사실과 객관적 증거가 뒷받침될 때만 이 전략은 유효하며, 명백한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거짓 부인을 선택한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의 혁신을 이끄는 주인공들이다.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지능과 탁월한 통찰력 그리고 숱한 노력을 통해 그 자리에 오른 매우 스마트한 인재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토록 똑똑하고 유능한 리더들이 위기에 빠지거나 기업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역설적인 현상을 목격하곤 한다. 똑똑한 CEO들이 위기의 늪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해볼 때, 반복되는 CEO 위기를 멈춰 세울 수 있다. 리더를 위기로 몰아넣는 함정은 성공한 리더 특유의 오만함, 즉 휴브리스(hubris)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신의 영역에 도전할 만큼의 지나친 자기 과신과 교만을 뜻한다. 연이은 성공 경험은 리더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지만, 임계점을 넘으면 자신의 판단은 틀리지 않는다는 확증편향으로 변질된다. 애플 스토어의 신화를 창조하며 천재로 추앙받던 론 존슨(Ron Johnson)이 2011년 미국 백화점 JC페니의 CEO로 취임한 후 겪은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존슨은 JC 페니에서 애플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며 애플식 성공 비결
불타는 중동의 하늘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는 계속 오르고,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이 해협의 봉쇄와 불안정은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산업 전반과 서민 생계를 동시에 흔드는 복합위기다. 유가가 배럴당 120, 130달러를 향해 치닫는 시나리오는 이제 가상이 아니라 현실의 문턱에 와 있다. 이 위기가 까다로운 이유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 공급망 위기, 물가 위기, 산업 위기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위기는 위기관리의 영역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사례로 꼽힌다. 단일 원인에 단일 처방을 내리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터지고, 한 계층을 보호하면 다른 계층의 부담이 커진다. 더구나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대응뿐이다. 그 대응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이 위기의 깊이와 길이를 결정한다.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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