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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꿰뚫는 펜의 망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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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2022년 여권의 한 인사는 “SK하이닉스(000660)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영진은 2020년 중국에 있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약 10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자금난이 가중된 것이다. 당시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5조 원. 자금이 부족해 국책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해당 인사는 농담처럼 “최 회장이 중국에서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인수 대금을 지급 못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를 돌아보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어려운 재무 상황에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주역이 될지 예상하기 어려웠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수조 원을 쏟아부었다. 최 회장은 최근 HBM 개발 스토리를 담은 ‘슈퍼모멘텀’에서 “우리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길목은 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선택해 수십조 원을 쏟아부어 얻은 자리다. 반도체 업계의 미래를 내다본 SK하이닉스 경영진이 투자한 막대한 자금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한 포털사이트에 있는 우리 동네 지역 카페에는 이따금씩 되도록 동네 쇼핑몰 식당가와 대형마트를 이용하자는 독려 글이 올라온다. 팬데믹 당시 텅텅 비다시피했던 해당 쇼핑몰을 기억하는 주민들은 지역의 앵커 시설이 문을 닫고 떠나는 상황이 기우가 아니라고 본다. 자영업 점포부터 대형마트까지 동네 가게의 사회적 기여는 과소평가받고 있다. 편의점이나 카페·식당·마트는 어두운 거리를 밝히고 구매 편의성을 높여 사회적 비용을 줄여준다. 이들이 없다면 동네는 초저녁부터 어둡고 주민들은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한다. 가게는 지역의 공공 인프라다. 이들의 가장 큰 사회적 역할은 저숙련 근로자들을 위한 도심 내 일자리 공급이다. 식당·카페·편의점은 고급 기술을 갖지 못한 이들도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줬다. 이런 사회적 기능을 대표적으로 수행하는 가게가 대형마트다. 지역 앵커 시설로 상권을 형성하고 상거래 편의성을 높이며 저숙련 근로자들을 고용한다. 이런 대형마트가 지금은 온라인에 밀려 동네 골목상권과 동반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유통 업체는 매출이 11.8% 늘
교육부가 이달 중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균형발전과 수월성(excellence) 중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애초 지난해 말 관련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지방시대위원회의 ‘5극 3특’ 전략과 관련 정책을 조율하느라 발표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역균형 및 형평성을 고려해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교육 전문가들은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는 형평성보다는 수월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26 QS 세계 대학 랭킹’ 기준 서울대 순위가 1년새 7계단 하락한 38위에 그치는 등 서울대의 국제적 경쟁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고등교육은 서울대 1개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세계 주요국은 연구 인력, 연구비, 우수 학생을 특정 대학이나 지역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하버드·예일·프린스턴으로 대표되는 동부의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스탠퍼드·UC버클리·캘리포니아공대 등의 명문대가 몰려 있는 미국 서부를 중심
대다수 중국인들은 비디오테이프를 아예 본 적이 없고 신용카드를 써본 적도 없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건너뛰고 DVD로 직행해서다. ‘현금-신용카드-모바일 결제’ 중 ‘신용카드’도 생략하다시피 하고 모바일 결제로 넘어갔다. 이제는 어느 나라보다 완벽한 모바일 결제 인프라를 갖췄다.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우리도 유럽이나 미국 대비 한두 계단씩 빠르게 뛰어오른 사례다. ‘선진국’이라던 나라들이 이제는 선대의 유산에 간신히 기댄 듯 보일 정도로 한국의 발전은 빨랐다. 빠른 변화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컸지만 다행히 민주주의도 잊지 않았다. 가끔 대통령을 잘못 뽑았을 땐 기어이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렸다. 빠르게 계단을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계단 끝에서 마침내 부와 자유와 평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희망일 것이다. 조금 결은 다르지만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의 ‘역사의 종언’ 역시 그러한 기대를 담은 선언이었다. 그러나 계단의 끝은커녕 오히려 지금의 세계는 도로 계단을 내려가는 듯하다. 자유무역이 부정당하고 독재자들은 민주주의를 비웃고 있다. 사람들은 유튜브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이 보여주는 할루시네
시골 초등학교 4학년 아이는 밤하늘을 가르며 터지는 처음 보는 화려한 불꽃 앞에서 숨조차 쉬지 못했다. 1991년 11월28일. 이날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서두터마을에 살던 아이는 멀리서지만 대통령의 얼굴도 봤다. 어른들은 세계 최대 간척지를 만든다고 했다.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 같았다. 새만금간척종합개발 기공식 순간이다. 1987년 대선에서 새만금 간척을 공약으로 내건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는 전남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8%)에 그쳤지만 전북에서는 두 배 가까운 14%를 얻었다. 득표 성능이 입증되자 정권마다 새만금 개발 청사진은 창대해졌다. ‘대중국 교두보(김영삼)’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김대중)’ ‘산업·관광 개발(노무현)’ ‘동북아의 두바이(이명박)’ ‘한중 경협단지 조성(박근혜)’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단지(문재인)’ ‘2차전지 특화단지(윤석열)’. 선거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반도체다.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유치위원회’가 꾸려지고 서명 운동까지 시작됐다. 발단은 지난해 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그는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였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 속에서 아틀라스는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줬다. 360도 꺾이는 관절로 스스로 일어나 사람처럼 걷고 부품을 옮기고 백텀블링 후 균형까지 잡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일상에서 휴머노이드를 만나는 일이 머지않게 느껴졌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로봇 회사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신고했다. 아틀라스 공개 이후 현대차그룹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데 대중이 그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불안하다. 앞서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조바심, 특히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주요 제조업에서 중국에 따라잡힌 기억이 엄습한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로봇 개발에 가속도가 붙기 딱 좋다. 더욱이 아틀라스가 독보적으로 앞섰을 뿐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G1·A2·완다 등 잘 알려진 휴머노이드가 많은 반면 한국의 휴머노이드는 아틀라스 외에 떠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장시장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세계에 소개되면서 한국 전통시장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광장시장의 바가지 가격과 서비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는 아직도 이와 관련된 증언들이 올라오고 있다. 논란은 한국 관광의 신뢰 문제로 번진다. 이는 광장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바가지 논란은 관광지 상권 곳곳에서 되풀이된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택시 서비스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 명동에서 홍대까지 과도한 택시요금을 지불했다는 사례가 해외에 소개돼 공분을 산 적도 있다. 서울시는 바가지·불친절·비위생 등 외국인 관광객 불편을 QR로 신고받는 방식까지 도입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바가지 논란이 도시 이미지 훼손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지방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이쯤 되면 문제의 본질은 분명해진다. 일부 상인의 일탈이라며 넘어갈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관광산업은 ‘재방문’으로 이어져야 하는 산업인데 바가지는 단 한 번의 체험으로 재방문 가능성을 끊어낸다. 더 뼈아픈 지점은 따로 있다. 광장시장은 외국인에게 한국에 가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기보다는 오히려 ‘현금 부자 서학개미’의 배만 불려주게 된 것 아닌가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금융투자 업계 임원은 정부가 내놓은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신설을 놓고 이같이 평가했다. RIA를 보유한 투자자는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낮아진 원·달러 환율 덕분에 다른 계좌에서 더 좋은 조건에 해외 주식을 다시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국내 증시 유턴 효과는 나타나기도 전에 세금 감면만 해주는 셈이다. 관련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도 부랴부랴 재검토에 나섰다. 세제 혜택만 노리고 ‘자금 돌려막기’ 방식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RIA를 보유한 투자자가 일정 기간 내 해외 주식을 재매수할 경우 혜택을 축소하는 방법 등도 거론되지만 부작용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RIA에 묶어둔 자금 외에 다른 종잣돈(시드 머니)이 많은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환율 안정화 대책이 오히려 혼란만 키웠다
이제는 ‘빼빼로데이’로 인식하는 이들이 더 많겠지만 ‘11월 11일’은 섬유의 날이다. 정부는 섬유산업이 단일 업종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한 1987년 11월 11일을 기념해 섬유의 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약 40년이 지난 지난해 섬유 수출액은 96억 달러까지 줄어들며 수출 100억 달러 시대를 마감했다. 섬유가 ‘15대 주력 수출 품목’으로서의 자리를 K뷰티나 K푸드에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K섬유의 몰락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섬유 업계는 중국과 베트남 등 후발국들의 추격을 받으며 시장을 급속도로 빼앗겼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은 범용 의류용 섬유가 대부분이었던 까닭이다. 낮은 가격으로 몰아붙이는 후발국들에 밀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추락했고 수출액 역시 급감했다. 기술 투자에 소홀한 것도 섬유산업의 침체를 불러왔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이 고부가가치의 산업용 섬유와 친환경 섬유 등에 주력한 것과 달리 국내 섬유 업계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의 작업에만 치중하며 기술 격차를 줄이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첨단 섬유 분야에서 한국이 선진국
최근 2~3년 새 서울 곳곳에 새 이름을 단 버스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성동구의 ‘성공버스’, 중구의 ‘내편중구버스’, 노원구의 ‘노원행복버스’, 관악구의 ‘강감찬버스’…. 자치구마다 특색 있는 이름을 내건 탓에 언뜻 관광객을 위한 시티투어버스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도입한 공공버스다. ‘산간벽지나 오지도 아닌 수도 서울에 대중교통 취약 지역이 웬 말’이냐는 반응도 있을 법하다. 하나 이런 지역이 실제 있다는 게 구청장들의 얘기다. 마을버스 한 대를 기다리는 데 수십 분을 허비하거나, 정류장까지 언덕길을 한참 내려가야 하는 동네가 아직 서울에 적잖게 남아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불편을 호소했고, 이는 새로운 ‘서민의 발’이 등장한 배경이 됐다. 주민의 반응은 뜨겁다. 동네를 누비는 공공버스를 보면서 “이제 숨통이 트였다”며 반겼다. 대단한 복지 시설이 아니어도, 버스 노선 하나가 주민의 삶을 바꿔놓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동작구·동대문구·서대문구 등에서 자율주행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운전자 없는 버스를 신기하게 봤던 분위기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했던 미국 민주당의 최근 에너지 ‘변심’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드릴, 베이비 드릴(화석연료 확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에 향후 10년간 최대 2000개의 신규 유정(油井) 건설을 허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민주당) 역시 지난달 ‘신뢰할 만한’ 발전원이라며 천연가스를 치켜세웠다. 불과 2년 전 지구온난화 가속을 이유로 가스레인지 퇴출을 발표했던 입장에서 180도로 선회한 것이다. 이들은 갈수록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석탄·석유든, 태양광·풍력이든, 원전이든 가리지 않고 동원하는 ‘올 오브 더 어보브(All of the above)’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비용이 이끄는 생활비 부담이 화두가 되자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흥행시킨 에너지 구호를 다시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총동원령’은 화석연료에 치우쳐 재생에너지 사업을 대거 폐지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높였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아 종교계 지도자들이 일제히 ‘평화’와 ‘화합’을 주문했다. 그런데 내년 8월 서울에서 개최될 세계청년대회(WYD)를 두고 벌어진 종교계 갈등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청년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 차원의 준비·지원은 개최지 선정 이후 4년째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정 종교 행사에 대한 국가 지원 특혜와 정교분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들어 불교계를 중심으로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세계청년대회 지원을 위한 3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 신자와 비종교인이 모여 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행사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최대 10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00만 명 이상이 집결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집전한 폐막 미사에만 5만 명이 모여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서울 대회에는 레오 14세 교황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세계청년대회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개최국에 미칠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행사다. 한국개발연구원(
거실 구석,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옆 커튼을 젖히고 붉은 옷의 산타가 나타났다. 나직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속삭인 그는 루돌프와 함께 창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스마트폰 화면 속 6초짜리 영상을 본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 진짜 산타가 우리 집에 왔어!” 아이의 믿음을 지켜준 건 밤샘 기다림이 아니었다. 미리 찍어둔 거실 사진 한 장을 인공지능(AI) 비디오 생성기에 넣고 ‘인사하는 산타’를 주문한 결과다. 단 1분 만에 빚어낸 이 디지털 마법은 기자만의 비밀이 아니다. 올겨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생성형 AI가 만든 산타 영상으로 들썩였다. 과거 부모들이 어설픈 분장으로 땀 흘리던 수고를 챗GPT와 그록(Grok) 같은 AI 도구가 대신했다. 맘카페에는 ‘AI 산타 만들기’ 튜토리얼이 인기 게시글로 떠올랐다. 우리는 이제 물리 법칙까지 계산해 영상을 만드는 오픈AI의 소라(Sora), 구글의 비오(Veo) 같은 초고성능 AI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시간과 돈이 들던 시각특수효과(VFX)가 월 2만~3만 원 구독료면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도구가 됐다.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던 기
“내년 봄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카프리 모닝(Car free morning)’을 실시하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밝힌 구상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 아침만 되면 개최되는 마라톤에 따른 교통 통제로 불편한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동안 서울시 신고 기준으로 시에서 개최된 마라톤만 300회에 달했다. 2022년 142회가 개최된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러자 서울시는 주말 오전 9시 이전 이른 시간에 일부 도로만을 사용해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연신 해명 입장을 내놓았다. 오 시장도 “(카프리 모닝) 시범 운영을 통해 시민의 반응을 살피겠다”며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보였다. 오 시장과 서울시가 먼저 대책을 발표하고 흐지부지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는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지 35일 만에 철회해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의 결정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책을 설계할 때부터 시장의
정부가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평가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지금까지 출연연 연구자들은 약 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실적 보고서를 제출해 연구 성과를 증빙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최대 30쪽 이내로 줄여 행정 부담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최우수 기관 상위 1% 연구자에게는 1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개인 연구 과제의 연구 기간 역시 기존 1~3년에서 3~5년으로 늘려 연구자들이 보다 긴 호흡으로 안정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연구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보고서용 연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다만 이런 변화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출연연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편성했지만 투입된 재원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책임성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 분야에 자원을 몰아주고 그에 걸맞은 성과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중요한 변화를 현장에서 총괄하고 방향을 잡아줄 ‘지휘자’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