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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명] 건보 특사경 도입에 침묵하는 정치권

    여명

    건보 특사경 도입에 침묵하는 정치권

    국민건강보험의 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아슬아슬한 흑자를 기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도 당기수지에 따르면 전체 총수입은 102조 8585억 원, 총지출은 102조 3589억 원을 기록해 4996억 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다. 문제는 2025년 보험료 수입과 보험급여비 지출을 제외한 당기수지 흑자 규모가 감소세라는 점이다. 2023년 4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당기수지 흑자 규모는 2024년에 1조 7000억 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4996억 원에 그쳤다. 2년 만에 88%나 급감한 것이다. 급격한 당기수지 흑자 감소는 보험료 수입은 소폭(3.8%) 증가한 반면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율이 8.4%로 수입의 두 배를 웃돈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지출 증가의 원인으로 고령 환자 증가에 따른 중증·만성질환 진료비가 꼽힌다. 더욱이 간병비 급여화 추진과 상병수당 확대 등 막대한 지출을 수반하는 정책 시행을 앞두고 있어 건보 재정 악화를 재촉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에는 건보 재정이 아예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 상태다. 정부가 작성한 ‘2025~2065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26

  • [여명] 상속세 개편, K증시 추가 동력

    여명

    상속세 개편, K증시 추가 동력

    지금의 국내 주식시장은 과열됐다. 식당 옆 테이블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이야기하거나 대중교통에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을 보는 고령자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 코스피가 5000선에 가까워지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수년째 40조~50조 원이었는데 ‘사천피’를 달성한 지난해 10월 말 85조 원까지 불어났고 이제 105조 원에 달한다. ‘빚투’를 뜻하는 신용융자잔액도 역대 최대인 31조 원 규모다. 이달 5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역대 최대인 4조 6000억 원을 순매도하는데 개인이 6조 원을 사들여 지수를 방어한 건 마치 2021년의 동학개미운동을 방불케 했다. 이는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한 데 따른 ‘포모(FOMO·소외 공포)’ 영향이 크다고 본다. 불과 1년 전 코스피 5000을 예측했다면 모두가 코웃음을 쳤을 테다. ‘사천피’까지 한국 증시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개미들은 ‘오천피’ 시대가 오자 뒤늦게 뛰어들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다시 주가가 내리꽂겠지라는 불신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만전자’까지 추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3배 이상

  • [여명] 수사 빨리 받겠다는 기업

    여명

    수사 빨리 받겠다는 기업

    “처벌도 부담이 되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수사가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론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버텨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듭니다.” 사회부로 옮긴 뒤 평소 친분이 있던 한 기업 임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기업 수사와 관련된 주제가 나오자 그가 꺼낸 말이었다. 기업인을 수사하는 경찰·검찰을 취재하는 부서로 갔으니 기업의 사정도 조금은 헤아려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전화를 끊고도 씁쓸함이 남았다. 짧은 대화였지만 “4~5년씩 수사를 받게 되면 경영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먼저 무너진다”는 말이,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사법 리스크의 무게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개월 이상 수사를 받고 있는 횡령·배임 사건의 장기 미제 피의자는 3075명으로 4년 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의미하는 ‘시간’이다. 기업과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수익률이 낮아도, 규제가 까다로워도 예측 가능하면 투자는 진행되고 기업은 움직인다. 반대로 결론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는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뒤로

  • [여명] 다주택자는 굴복시킬 대상이 아니다

    여명

    다주택자는 굴복시킬 대상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비정상의 정상화, 부동산 투기는 실패할 것 같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가요”라고 묻고는 “표 계산 없이 국민만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상화는 오천피,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도 했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의 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부동산 정상화가 코스피지수 5000 달성이나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 표현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그렇게 쉬운 부동산 정상화를 왜 아직까지 하지 못하고 있는지, 국민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라는 논평을 내자 이 대통령은 다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쉽다’는 표현의 의미를 설명했다. ‘계곡 정비나 코스피 5000 달성이 세인들의 놀림거리가 될 만큼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웠지만 총력을 다해 이뤄냈으므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이 그것보다 어렵지 않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를 향해 “올해 5월 9일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는 기회를 활용해서

  • [여명] 일상이 된 특검, 무너지는 사법 시스템 [여명] 일상이 된 특검, 무너지는 사법 시스템

    여명

    일상이 된 특검, 무너지는 사법 시스템

    특별검사 제도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스페셜 카운슬(Special Counsel)’은 전통적으로 살아 있는 권력의 비위를 보다 독립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돼 왔다.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는 이른바 ‘토요일 밤의 학살’이 벌어졌고 이는 미국 정치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이 수사 책임자를 임의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고 미 의회는 1970년대 후반 특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법제화했다. 그 후 특검은 기존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려운 극단적 상황에서만 가동되는 예외적인 장치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제도적 취지와 달리 오늘날 한국의 특검 제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의 비위를 겨냥한 최후의 수단이라기보다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 전반이 특검을 정쟁의 도구로 꺼내 드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현 여당은 전임 정권을 향한 특검법을 또다시 통과시켰고 야당 역시 통일교, 공천 헌금 의혹 등을 겨냥한 새로운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특검이 예외가 아닌 정치 공방의 일상적

  • [여명] 쿠팡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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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미래

    “최근 쿠팡도 이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상품 위탁 판매에서 직접 매입으로, 당일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준비 중입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지 불과 5년 후인 2015년 3월 김범석 당시 쿠팡 대표이사가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아마존과 비교하며 한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상상의 영역이었을지 모르나 10여 년 전 30대 후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에게는 ‘전국 당일 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이 확고한 목표였구나 싶다. 이제는 당일 배송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로켓배송’이 완성 단계에 와 있다. 이미 2년 전 전국 70%가 이른바 ‘쿠세권’이 됐고 내년 100%가 현실화된다. 이를 위해 쿠팡이 투자한 자금은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해 9조 원에 달한다. 아마도 필자가 쿠팡이라는 e커머스 기업의 미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그 놀라운 혁신과 성장의 모습을 조금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정점을 향해가던 2021년 필자는 유통산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부장이었다. 팬데믹에 마트와 백화점을 외면했던 소비자들은 쿠팡의 로켓배송에 열광했고 기존의 유통 공룡들은 놀라운 성장성과 잠재력을 보이

  • [여명] 2026년의 관치, 정치, 내치

    여명

    2026년의 관치, 정치, 내치

    13년 가까이 됐다. 2013년 3월의 어느 날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 내정자를 자택 인근에서 만났다. 그는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는 것이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가 되는 것이다. 내시들이 하는 것”이라고 금융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과거에는 정부의 관치가 셌지만 이후에는 정치권이 금융사의 인사와 대출을 주물렀고 이제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소왕국을 구축해 제멋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혁의 신호탄이었다. 뒤의 상황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이명박 정부 때 잘나갔던 ‘4대 천왕’ 회장들은 전부 갈렸고 회장 선출 과정부터 추천위원회 구성, 이사회 구성까지 일사천리로 개혁이 이뤄졌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던 사외이사는 거마비가 깎이고 2곳까지만 겸직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여러 번의 논의와 수정 끝에 더 단단해지고 촘촘해졌다. 그 사이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두고 은행장과 감사가 정면 충돌한 ‘KB 사태’와 채용 비리, 파생결합펀드(DLF) 사건 등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합리적이며 적법한 최고경영자(CEO) 선출 관행이 서서히 자

  • [여명]'클로이드 모멘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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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이드 모멘트'를 기다린다

    ‘CES 2026’의 열기가 가라앉고 이제 기술의 본질을 반추할 시간이다. 올해 CES의 주인공은 단연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였다. 아틀라스가 무대 위로 걸어나오던 순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가 아닐까. 아틀라스의 등장은 기원전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승전보를 떠올리게 했다. 단순히 인간을 닮은 게 아니라 ‘강하고 위풍당당한’ 인간을 닮은 모습에 현장은 환호했다. 반면 CES 현장의 또 다른 한국 대표 로봇, LG전자의 ‘클로이드(CLOiD)’를 향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정리했지만 백텀블링하는 아틀라스와 비교됐다. 특히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관람객 사이에서는 클로이드가 수건을 개는 모습에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클로이드는 관람객 앞에서 동작 속도를 낮추고 반복적으로 안전 정지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틀라스와 클로이드는 같은 트랙에서 경쟁하는 로봇이 아니다. 아틀라스는 산업 현장의 특수성과 극한 환경을 상정해 설계된 로봇이다. 고출력 제

  • [여명] 망국병 '진영 논리'

    여명

    망국병 '진영 논리'

    우리 정치가 갈 데까지 갔다. 까도 까도 나오는 의혹에 결국 제명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 등을 보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횡행했던 막걸리 선거, 노골적으로 불법 자금을 퍼 날랐던 차떼기 사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각종 시스템은 현대화됐는데도 왜 우리 정치는 퇴행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된다. 만약 정치권에서 딱 하나를 도려낼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면 ‘진영 논리’를 잘라내고 싶다. 우리 정치가 이토록 썩은 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해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는 진영 논리가 팽배해진 게 결정타라는 생각이다. 진영 논리가 단순한 생각 차이를 넘어 어떻게 부패의 온상이 되고 국가적 비효율을 낳는지 그 악순환의 메커니즘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진영 논리는 정치인을 부패에 둔감하게 만든다. 당장 권성동·전재수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얽혀 있는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한번 보자. 우리 편이 돈을 받으면 합법적 후원금이지만 다른 편에서 받으면 조직적 로비가 되는 게 바로 진영 논리의 비호 때문이다. 부패 수사가 시

  • [여명] 규제가 괴물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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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가 괴물을 키웠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6년. 당시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했다. 자본시장 및 서비스시장 자유화와 유통시장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까르푸·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공룡들의 국내 진출에 대응해 유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1997년 제정·시행됐다. 시행 초기 유통산업발전법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듯 보였다. 이마트 등 토종 대형마트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실패한 까르푸와 월마트가 2006년 한국에서 철수했고 한국은 ‘글로벌 유통 기업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지역상권이 붕괴되고 영세 상인들이 고사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강력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12년부터 시행됐다. 이후 대형마트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월 2회 일요일 강제 휴무로 주말에 온 가족이 마트에서 장 보고 외식하던 문화는 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온라인 장

  • [여명] 미중 AI 슈퍼볼, 팀코리아는 어디 있나

    여명

     미중 AI 슈퍼볼, 팀코리아는 어디 있나

    매년 2월, 미국 전역이 들썩인다. 슈퍼볼 때문이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4쿼터 60분간 펼쳐지는 한 편의 짜릿한 드라마다. 공격팀은 10야드를 전진해 터치다운을 노리고, 수비팀은 상대의 진격을 막으며 반격의 기회를 엿본다. 흥미로운 점은 하프타임까지 앞서던 팀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판세를 좌우하는 지략과 거친 몸싸움을 버텨낼 체력,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순발력이 승부를 가른다. 지금 세계는 또 다른 슈퍼볼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AI 전문가 6명에게 미중 AI 경쟁을 미식축구 점수로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결과는 미국 24점, 중국 18점. 현재 미국이 6점 차로 앞서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슈퍼볼에서 6점은 단 한 번의 터치다운으로 뒤집힐 수 있는 점수다. 현재 미국의 ‘쿼터백’은 엔비디아다. 첨단 AI 칩을 독점적으로 생산하며 전 세계 AI 개발의 심장부를 장악하고 있다. 오픈AI와 구글, xAI, 앤스로픽 같은 ‘리시버’들은 정교한 패스를 받아 터치다운으로

  • [여명] 대통령 메시지의 무게

    여명

    대통령 메시지의 무게

    최근 마무리된 이재명 대통령의 생중계 업무보고는 일종의 ‘극장(劇場) 정치’로 보였다. 이 대통령 스스로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다는 이야기도 있더라”라고 했듯이 업무보고가 국민들에게 서사를 통한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직접 제공해줬다는 점에서다. 청와대는 생중계 업무보고가 재미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국정 이해도까지 높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기대와 다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업무보고를 소재로 만들어지는 유튜브나 릴스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짧으면 1~2분, 길어야 5~10분 정도로 축약되는 이 영상들에는 대부분 이 대통령에게 흠씬 혼나는 관료 또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장면들을 본 국민들 상당수가 ‘대통령 한번 잘 뽑았다’는 정치적 효능감 또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도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본다면 업무보고는 그 자체로 괜찮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대통령의 발언과 그 수위다. 과거 명작으로 평가받았던 영화들이 2탄·3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리멸렬해지는 것은 대부분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가 본질적인 감동을

  • [여명] 기업에서 찾는 내일의 태양

    여명

    기업에서 찾는 내일의 태양

    2025년의 마지막 하루다. 돌아보니 모두가 ‘다사다난’ 그 자체였던 한 해다. 불법 비상계엄의 후폭풍을 그대로 안고 시작한 을사년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 ‘대대대행 체제’가 상징하듯 혼란의 절정으로 치달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비리에 연루된 영부인과 함께 구속 수감되는 걸 보면서 어느 후진국의 정치라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없는 처지에 국민은 허망했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 일정이 4월 8일 결정되고 유례를 찾기 힘든 혼탁한 선거전을 거쳐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국내 정치 불안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몰고 온 관세 폭풍으로 한국 경제는 상반기 내내 0%대 성장률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국내외에서 영속할 듯 쏟아졌다. 저성장의 굴레를 결국 벗지는 못했지만 반년이 안 돼 올해 성장률 앞자리를 0에서 1로 기적처럼 바꿔놓은 주역은 누가 뭐래도 기업이다. 새 정부가 추경을 통해 민생 지원 소비쿠폰을 14조 원어치 뿌린 것이 ‘반짝 부양’ 효과는 냈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 혁명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한 반도체 기업들이 있어서 수출이 최초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경기회복을 이끌

  • [여명] 주택 매물 잠김의 세가지 ‘덫’

    여명

    주택 매물 잠김의 세가지 ‘덫’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2월 이후 46주 연속 상승하면서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이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상품이 출시된 후 주택 수요가 증가한 까닭이다. 또 윤석열 정부의 소극적인 주택 공급 정책의 여파가 주택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에 2024년까지 주택 공급 101만 가구를 약속했지만 실제 성과는 50.79%(51만 3000가구)에 머물렀다. 특히 수도권에 56만 가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41.2%(23만 1000가구) 달성하는 데 불과했다. 서울은 목표치(19만 가구)에 크게 못 미친 3만 5000가구만을 공급해 목표 달성률이 18.4%에 그쳤을 정도다. 공사비 인상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주택 공급의 활로를 찾지 못한 것이 현재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주택 가격 불안을 잡기 위해 조만간 대규모 공급 정책을 발표할 모양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서울 지역 주택 공급 계획만으로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명확하

  • [여명] '제 발 저린 의사' 오명 벗으려면

    여명

    '제 발 저린 의사' 오명 벗으려면

    비의료인인 A 씨는 의사인 친척 B 씨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차렸다. 병원 수익금은 딸의 차량 할부금, 카드 대금 등에 사용했다. 그러던 중 A 씨와 B 씨 사이에 병원 운영을 놓고 불화가 생겼다. A 씨는 내연 관계인 C 씨와 짜고 새로운 사무장 병원을 열었다. C 씨에게 연봉 1억 80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운영하다 결국 제보에 덜미가 잡혔다. A 씨가 두 곳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챙긴 돈은 무려 211억 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 씨의 행각을 제보한 신고자에게 올 5월 역대 최대 포상금인 16억 원을 지급했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이나 약국을 개설해 수익을 챙기는 ‘사무장 병원, 면허 대여 약국’은 수십 년째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 개설 기관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사무장 병원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입원 강요, 항생제 과다 처방, 과잉 진료 등을 일삼는다. 환자 입장에서는 사무장 병원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 불법 의료로 피해를 입어도 이미 사망하거나 상태가 악화된 환자를 원상 회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2018년 화재로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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