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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계의 숙원인 ‘문화재정 2%’가 실현될 제반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 대통령이 약속을 하고 국무총리도 뒷받침했다. 결국 ‘문화재정 2%’ 달성은 문화계 스스로 도전을 수용하고 발전 방안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듯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잇따라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라도 문화예산을 늘리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몇 조, 몇 십조씩 국채 발행해서 추경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추경 기회가 생기면 문화예술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늘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장의 추경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이 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문화계는 반색하고 있다. 어려운 사정을 알아준다는 기대 때문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일부 흥행에도 불구하고 제기되는 K컬처 위기설에 대한 방어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문화, 그리고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은 ‘진심’으로 보인다. 2023년 3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화예술체육관광 국가재정 2%를 달성하는 비전대회’가 열렸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말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의 사장 공석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한 달 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취임이 이뤄졌다. 정상적이라면 당시 공석으로 방치되거나 사장 대행 체제였던 주요 공기업은 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 취임 이후 국토부 산하 주요 기관 중 현재까지 기관장 임명이 이뤄진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 곳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 코레일, 에스알(SR) 등 주요 공기업의 사장직은 여전히 비어 있다. 새 사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 직무대행이 사퇴해 소위 ‘대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공기업도 여러 곳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8월 코레일 출신인 한문희 전 사장이 경북 청도 무궁화호 열차 사고와 관련해 자진 사퇴하면서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한 전 사장 사퇴 후 반 년도 안 돼 정정래 사장 직무대행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코레일이 납기 기한을 제대로 못 지킨 업체에 116칸의 열차를 추가 계약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이 이어진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LH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H는 윤석열 정부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틀간의 회담에서 평행선만 달린 뒤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고 했으나 트럼프는 “규모가 큰 다른 핵시설도 있지 않느냐”고 맞섰다.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강조하며 “현 신뢰 수준에서 최대의 비핵화 조치”라고 했으나 트럼프는 “다른 핵시설에다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폐기하면 엄청난 미래를 보장하겠다”고 유혹했다. 여기에 존 볼튼 백악관 국가보좌관은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미 측은 아예 영변 핵시설 폐기 대상마저 ‘전체가 아닌 일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사업가 출신답게 요구 조건을 담은 서류에 부동산 사업 등을 언급하자 김정은은 “체제 보장 장치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결국 김정은은 “유엔 결의 중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5건만 해제해달라”며 ‘스몰딜’을 주장했으나 트럼프는 “전면적인 제재 완화 요구나 다름없다”며 ‘빅딜’을 고수했다. 두 사람은 앞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처음으로 650만 명을 돌파했다. 2024년 관람객 수(379만 명) 대비 72% 늘었고 1945년 개관 이후 역대 최다 수치다. 전 세계 박물관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2024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650만 명대 관람객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874만 명), 바티칸박물관(683만 명)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한국 문화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뜻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유료화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2008년 당시 2000원이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국민의 문화 향유를 증진한다는 취지였다. 박물관 유료화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게 갈린다. 먼저 찬성하는 쪽은 유료화를 통해 관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현재의 용산으로 옮겨오면서 하루 최대 1만 8000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지난해 성수기라 할 7·8월과 12월 하루 평균 관람객은 2만 2000~2만 8000명 수준으로 수용 능력을 훌쩍 넘어섰다. 박물관이 혼잡해지며 주차난이 가중되고 쾌적한 관람이 어려워졌다
“올해 미술 시장은 어떨까요? 좀 나아질까요?” 20년 가까이 경제신문에서 미술 시장 전담 기자로 일하다 보니 매년 이맘때 항상 같은 질문을 받는다. 지난해 초에는 미술 경매 시장을 들여다보며 “바닥을 쳤으니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그랬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8개 미술품 경매사의 연간 경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낙찰 총액은 약 1405억 원으로 전년 1151억 원에 비해 254억 원(22%) 상승했다. 예측이 맞았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좀 뜯어볼 부분이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늘 15도쯤은 우리가 하는 일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민간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살려 ‘참신한 변화’를 주문한 최 장관의 말처럼 삐딱하게 한번 보자. 2025년 한국 미술 경매를 견인한 것은 샤갈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에서 샤갈의 작품이 94억 원과 59억 원에 낙찰됐고 이는 연간 최고가 낙찰작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샤갈에 이어 이중섭·김환기·이우환·박수근과 구사마 야요이 등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작가들의 톱10 작품들의 낙찰액을 합하
이른바 ‘수급 가정’ 출신인 상현이(가명)가 마음을 둘 곳은 없었다. 아빠는 병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됐고 엄마가 하는 일만으로는 집안이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상현이는 학교 가기가 싫었다. 등교하더라도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하교 후에는 밥을 먹으러 공부방에 갔다. 어느 날 공부방 선생님이 오케스트라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오.케.스.트.라. 발음도 어려운 그걸 내가?” 태어나서 악기라고는 잡아본 적 없는 상현이는 시큰둥했지만 선생님의 성화에 등 떠밀리듯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음악 선생님은 팀파니 채를 쥐여줬다. 그렇게 만난 음악은 상현이의 인생을 바꿨다. 공고에 진학했고 밴드부에도 들었다. 학교 가는 게 즐거워졌다. 동아리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짬짬이 다른 악기도 익히며 연주 실력을 늘리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음식점에 취직한 상현이는 먹고사느라 바쁘지만 퇴근 후에는 여러 동아리 오케스트라에서 트롬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 자신을 품어줬던 ‘꿈나무 오케스트라’를 찾아 후배들의 멘토가 되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 사업 담당자들을 만나면 상현이와 같은
# “탕!” 한 발의 총성이 고요한 하늘을 찢는다. 수천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이어 사방에서 섬이 떠나갈 듯 총성이 울려 퍼졌다. 섬을 포위하며 접근하던 3척의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 중 한 척에 박격포탄이 날아가 박혔다. 뱃머리에 있던 몇 사람은 뒤로 나가떨어졌다. 함정들은 다급히 동쪽으로 달아났다. 독도의용수비대 홍순칠 대장이 쓴 1954년 11월 21일 교전 기록이다. 일본 함정에서는 사상자가 16명이나 나왔다. 일본 정부는 길길이 뛰었다. 우리 정부에 항의 각서를 전달하고 독도 우표가 붙은 편지를 모두 한국으로 반송했다. 6·25 전쟁에 나갔다가 특무상사로 전역한 울릉도 출신 홍 대장은 1953년 4월 20일 청년 45명으로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했다. 3개월 뒤 첫 전투를 시작으로 무수한 교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고, 1956년 12월 홍 대장과 함께 끝까지 남았던 32명은 독도 수호 임무를 경찰에게 넘기고 3년 8개월 만에 독도를 떠났다. 작은 의병 조직이었던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섬, 독도 누적 입도객이 280만 명을 넘어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5년 3월 독도 입도가 허가제에서 신고
지난달 30일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보’ 제4103호에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 도면’ 고시가 실렸다. 내용은 무려 29쪽에 걸쳐 있는데 핵심은 종묘 앞 재개발 지역인 세운4구역의 건축 가능 최고 높이를 142m로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한 달 가까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종묘 경관 논란의 시작이었다. 서울시는 이러한 중요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그 흔한 언론 보도 자료 하나 내놓지 않았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이달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리에서 “서울시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에 기습적으로 39층, 40층을 올린다고 변경 고시를 냈다”고 분노한 이유다. 도심의 다른 재개발 이슈와 마찬가지로 종묘 앞 고층 건물 문제도 오래된 논란거리다. 종묘가 1995년 국내 1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주위 개발에 제한이 걸렸다. 개발이익을 노렸던 인근 토지주들로서는 불편한 일이었다. 낙후된 세운상가 주변의 부흥을 위해 서울시는 2006년 세운4구역과 그 일대를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10여 년에 걸친 서울시와 토지주, 문화유산(문화재) 당국
직장 근처에 있는 유명 베이커리를 가끔 들러 빵을 구입한다. 소금빵이 대표 메뉴인 그 베이커리는 갈 때마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점심시간에 빵을 사려면 보통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키오스크에서 대기 순번을 뽑은 후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박물관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매장 입장 시간이 됐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바글거리는 매장에 입장해 줄을 서서 빵을 고르고,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면 그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교실만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족히 40~50명이다. 한번은 주방 직원을 손꼽아 세어본 적도 있다. 30명 가까운 인원이 밀어닥치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빵을 굽고 나른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고용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아닌가 싶어 고용노동부에서 표창이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고용부가 이 빵집을 운영하는 본사와 계열사 매장 전체에 대한 근로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7월에 베이글을 파는 매장의 20대 직원이 숨졌는데, 과로사 의혹이 제기돼서다. 장시간 근로와 임금체불 등 근로 기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가을 서울 성동구의 역세권 9년 차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구입한 J 씨. 당시 5억 7000만 원의 전세를 끼고 7억 원에 이 아파트를 구입한 그는 요즘 걸핏하면 해외여행을 다닐 정도로 여유 있는 삶을 누린다. 어느새 이 아파트의 시세가 16억 원 이상, 전세가는 약 8억 원으로 올라 사실상 돈 한 푼 안 들이고 집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가 이보다 한참 앞서 투자했던 인근 지역의 노후 주택은 올해 새 아파트로 바뀌며 전용 84㎡ 호가가 무려 28억~29억 원에 달한다. 당시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빚 내서 집 사라”는 식의 경기 부양책을 펼친 데 이어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폭등기였던 ‘노무현 정부의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수없이 갭투자에 나섰고 지금도 투자 기회를 엿본다. 사실 주변에서는 아파트 갭투자와 재개발·재건축 투자에 성공해 ‘일확천금’을 거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한 지인은 지난 30여년간 강남을 위주로 부동산에만 올인해 수백억 원대의 자산을 일구며 자녀들을 조기 유학 보내기도 했다.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만큼 성
한국 영화가 위기다. 정확히는 극장 영화의 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회복이 더디다. 올 들어 9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총 752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1억 명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2019년까지 국내 연간 영화 관객 수가 2억 명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젊은 세대는 집에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편하게 영화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 OTT 한 달 구독료와 맞먹는 티켓 값을 내고 극장에서 2시간 동안 꼼짝 못한 채 영화를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극장 개봉 영화도 짧게는 2~3개월만 기다리면 OTT로 감상할 수 있다. 관객이 극장을 외면하면서 영화 제작 투자가 위축되고 개봉작이 줄어들며 볼 만한 영화를 찾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영화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발길을 끊은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올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정부의 적극
“소장품 예산 ‘0원’입니다.” 귀를 의심했다. 경기도립 미술관·박물관 10여 곳 모두가 한목소리로 “내년도 소장품 구입 예산이 없다”고 했다. 소장품은 고사하고 운영 예산도 빠듯한 실정이라 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위시해 K컬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지금 이게 웬말인가. 1997년 국내 최초의 광역문화재단으로 출범한 경기문화재단은 2008년부터 경기도가 설립한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을 비롯해 백남준아트센터·실학박물관·전곡선사박물관 등의 위탁 운영을 시작했고 지금은 총 10개 기관을 맡고 있다. 경기도는 8·15 광복 80주년에 맞춰 비무장지대(DMZ) 임진각에 경기도식 독립기념관 격인 ‘안중근 평화센터’ 건립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신설 기관의 격에 맞게 안중근 의사의 유묵 2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터져나왔다. 제시된 안 의사 유묵 2점의 가격은 80억 원. 안 의사가 남긴 유묵의 경매 최고가 기록이 19억 5000만 원(2023년 12월 서울옥션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예산이 부족한 경기문화재단 측이 난색을 표했고, 도는 “기금을 깨서 사라”고
어릴 적 미국 할리우드는 동경의 세계였다.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터미네이터’ ‘E.T.’ ‘탑건’ 같은 영화 속에서 펼쳐진 모험과 환상은 가슴을 뛰게 했다. 멋있고 아름다운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 울고 웃었고, 영화관을 나와서도 그 여운은 오래갔다. 영어사전을 뒤적이며 꼬불꼬불 팬레터를 써 보낸 적도 있었다. 몇 달 뒤 사인이 찍힌 배우 사진이 답장으로 날아왔을 때의 벅찬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매 시즌 쏟아지던 할리우드 영화는 재미와 스케일, 그리고 스타의 힘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1980~1990년대를 보낸 세대라면 누구나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홍콩 영화도 한때 열풍이었다. ‘네 글자 제목’의 액션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고 주윤발 스타일의 버버리 코트나 성냥개비 물기는 유행 아이템이 됐다. 하지만 수명은 길지 못했다. 캐릭터와 액션은 매력적이었지만 서사적 다양성에서 할리우드에 못 미쳤다. 할리우드가 단순히 미국 영웅주의만을 반복했다면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다. ‘늑대와 춤을’처럼 서부 문명을 비판하거나, ‘어 퓨 굿맨’ 같이 국가주의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에린 브로코비치’처럼 자본에 맞서는 개인
“좋아요, 이제 우리는 코끼리 앞에 서 있다. 음 이 녀석들의 멋진 점은 정말, 정말, 정말 긴 코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정말 멋지다. 그리고 할 말은 거의 다 한 것 같다.” 2005년 4월 23일 오후 8시 31분. 무료로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웹페이지 ‘유튜브’에 처음으로 영상이 올라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보고는 큰 코에 감탄하는 내용으로 제목은 ‘동물원에 있는 나(Me at the zoo)’다. 어색한 말투와 구성 없는 연출, 다소 흔들리는 카메라 움직임. 이게 전부인 19초짜리 영상이 오늘날 디지털 영상 콘텐츠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영상을 올린 건 유튜브 공동 창립자 자베드 카림이다. 카림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는 현재까지 이 영상 하나만 올라와 있다. 올해 4월 22일 기준 조회 수 3억 5510만 회, 댓글 1039만 개, 좋아요 수는 1700만 개를 돌파했다. 유튜브에서 가장 상징적인 콘텐츠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상은 ‘디지털 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라는 용어가 생
퇴임을 앞두고 있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문체부 예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문화 재정을 대폭 확대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였다. 그때 유 전 장관은 “내년 문체부 예산을 1조 원 이상 많이 늘려달라고 대통령에게 말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실제 건의했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유 전 장관이라고 해서 그동안 예산 확보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유 전 장관은 앞서 이런 말도 했다. “정부나 여야를 막론하고 평소에는 항상 문화가 중요하다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 배분 문제에 맞닥뜨리면 목소리가 작아지더라. 이해는 할 수 있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당장 결과가 안 나오는 문화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3월 공개된 중장기 문화 비전 ‘문화한국 2035’에는 현실적 한계라는 항목에 “국가 재정 악화로 문화 재정 투자 여력 감소”라는 언급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시 예산철이기 때문이다. 현재 각 부처에서는 내년 예산을 짜는 데 여념이 없다. 일반적으로 문화 재정이라고 하는 것은 문체부, 국가유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