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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칼럼
연재중
기사 4개
임신 12주를 조금 넘긴 32세 여성이 남편과 함께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료실을 찾았다. 여러 번의 난임 시술 끝에 어렵게 임신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혈압은 160/95mmHg로 높았고 맥박도 분당 120회로 빨랐다.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약은 많지 않다. 임신 중 고혈압은 단순한 혈압 상승을 넘어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질환이다. 조산, 태아의 성장 지연, 자간증, 뇌출혈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약물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임신 중 고혈압은 전체 임신의 약 5~1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고령 임신과 난임 시술 등으로 인한 다태임신이 늘면서 그 빈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해 고혈압학회 발표에 따르면 약 3만 명 내외의 임신부가 고혈압성 질환으로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중보건 문제다. 해외에서는 라베타롤·니페디핀·메틸도파가 임신 중 고혈압의 표준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이 중 라베타롤은 오랜 기간 사용돼 안전성
50세 전후의 많은 중년 여성들은 폐경과 함께 신체·정서적 변화를 경험한다. 추운 겨울에도 갑작스러운 열감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밤에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화장을 해도 가려지지 않는 홍조는 외출을 망설이게 만들고 일상의 자신감마저 흔든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의 대화에서도 “다들 그 나이에는 그렇다”는 말과 함께 TV 광고에서 본 건강기능식품 이야기가 오간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불편함과 고통을 진지하게 나눌 대상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여성으로서의 기능을 잃는다는 상실감, 혹시라도 ‘유난을 떠는 사람’으로 비칠까 하는 사회적 시선은 침묵을 강요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 중년 여성들이 마주한 갱년기의 현실이다. 갱년기 증상은 폐경 전후 여성의 약 8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문제는 흔하다는 이유로 관리의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돼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30~50%의 여성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지만 국내 조사에 따르면 증상이 심해도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갱년기 자체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이지만 그로 인한 과도한 신체·정신적 고통까지 ‘자연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다문화 가구는 약 43만 9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2%를 차지한다. 수치만 보면 아직 적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70% 이상이 결혼 이민자 여성을 포함한 가구라는 점은 이들이 이미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보여준다. 결혼 이민자 여성들은 다양한 문화적·언어적 배경을 지닌 채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며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출발선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언어 장벽과 사회적 고립, 제도와 정보에 대한 접근성 부족은 일상을 제약하며 이러한 취약성은 특히 보건의료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필리핀 출신 결혼 이민자 여성 A 씨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임신 후 병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검사와 치료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증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채 진료를 받으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병원 방문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경험은 결혼 이민자 여성들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2008년 시행된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정부는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해왔다. 법과 제도상으로는
1000만 노인 인구 시대가 됐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저출산과 맞물려 사회·경제 전반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노인 의료 수요 급증과 진료비 부담 확대는 의료 시스템에 압박이 되고 있다. 최근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절반에 가까운 50조 원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7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흐름을 꺾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은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수명은 꾸준히 늘어 오래 살게 됐지만 건강 수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같은 80세라도 누군가는 강단과 무대에서 활력을 보여주지만 다른 이는 요양 시설에서 여생을 보낸다. 이러한 대비는 숙명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 그리고 환경이 만든 결과다. 따라서 건강한 노년은 개인에게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설계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노인을 위한 치료·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정기 건강검진, 만성질환 관리, 커뮤니티 기반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치료에 치우쳐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예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