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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칼럼
연재중
기사 7개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4일째 계속되고 있다. 국제 질서는 힘이 지배한다는 현실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국가 생존을 위한 부국강병의 당위성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경제력이 압도적이고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라면 누구도 감히 넘볼 엄두를 낼 수 없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국인 우리나라는 과연 지금 그러한가. 돌이켜 보면 17세기 조선에는 부국강병의 호기가 있었다. 1653년 8월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 일행이 우리나라로 표류해 왔다. 제주도에 표착한 이들의 배에는 약 30문의 대포와 갖가지 최신식 총들이 다수 실려 있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대한 복수심이 불탔던 효종은 이들의 무기를 참고해 화기를 개량했다. 하지만 하멜 일행이 가진 유럽식 망원경, 첨단 선박 구조, 천체관측술, 항해술 지식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강군 육성 열망이 강했던 효종이 왜 부국강병의 길을 외면했을까. 당시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하멜 일행의 군사기술을 전폭 수용하지 못한 데는 정치의 제약이 컸다. 극심했던 정쟁에 발목이 잡힌 효종은 군사훈련 강화 등을 시늉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강력한 상비군 체제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일 신년사에서 경제 양극화가 우려되는 ‘K자형 성장’을 거론하자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통화정책을 맡은 당사자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점, ‘신산업 육성’이라는 처방이 모호하다는 점 등이 비판의 포인트였다. 한 주 뒤인 9일 이재명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회의에서 “지금은 과거와 다른 소위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2%대 성장을 기대하지만 양극화의 그늘이 짙다. 특히 고용시장의 K자형 양극화가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15~29세) 고용률은 45%로 떨어져 60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47%)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11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에서는 청년층 고용률이 43.6%로 더 낮아져 21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수출에도 양극화의 골이 깊다. 지난해 전체 수출 증가액은 261억 달러인데 반도체 증가액이 315억 달러에 달해 나머지 산업의 수출은 54억 달러나 줄어든 셈이다. K자형 성장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며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한 재미 교포에게서 거북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요즘 미국 교민 사회에서 한국이 주요국 중 제일 빨리 무너질 나라로 꼽힌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문제일 듯하다며 그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2년 전 자신의 강남 소재 아파트를 20억 원대에 팔았는데 최근 30억 원대로 뛰었고 매각 대금을 달러로 환전하지 않아 큰 환차손까지 봤다는 것이었다. 근거 없는 조국에 대한 험담이 언짢았으나 부동산·고환율 걱정이 얼마나 크면 그럴까 싶기도 했다. 사실 한국의 몰락을 경고한 해외 석학은 더러 있다. 미국의 글로벌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한국은 세계화의 종말, 지정경학적 불안전성,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여러 쇠락 과정을 겪고 있는 국가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를 대표하는 정확한 사례”라고 직격했다. 노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2023년 TV 방송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국내의 자체 진단도 암울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올해)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중소 제조 업체를 경영하는 60대 중반의 K 사장은 얼마 전 자신이 청년 시절 창업해 수 십년간 일궈온 기업을 매물로 내놓았다. 해외 유학을 다녀온 아들이 있지만 아버지가 키운 기업을 이어받으려 하지 않아서다. 수익성 높은 알짜 기업이 사모펀드 등에 팔리고 되팔리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노하우가 모두 사라질 게 걱정은 됐지만 매각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창업주 고령화에 후계자 부재가 맞물리면서 매물화하는 중소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삼일PwC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간 주인이 바뀐 국내 중소기업이 1065개사에 달했다. 아직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도 21만 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중소기업의 27.5%가 자녀 승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유로는 ‘자녀에게 무거운 책무를 주고 싶지 않아서(42.8%)’와 ‘자녀가 원하지 않아서(24.7%)’가 꼽혔다. 자칫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근간인 중소 제조업의 대가 끊길 판이다. 청년들의 취업 기피는 더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구직활동도 일도 하지 않는 30대 ‘쉬었음’ 인구가
역대급 초강력 부동산 규제인 10·15 대책이 시행되고 한 달이 흘렀다.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집값 안정은커녕 전월세 불안까지 키우며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시·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초광역 규제는 강남 쏠림을 부추겼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강남 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총 351건 중 약 70%의 매매가격이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풍선 효과도 확대됐다. 경기도 비규제 지역인 구리·화성·용인에 ‘갭 투자’가 몰리면서 구리의 경우 11월 첫째 주 기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52%로 전주(0.18%) 대비 0.34포인트나 급등했다. 세입자들의 고통은 말도 못한다. 대출 한도를 집값의 40%로 제한한 조치로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전세값이 들썩였고 기존 전세를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했다. 10·15 규제 후유증으로 민심은 싸늘하다. 지난달 25~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0·15 대책에 대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54.6%에 달했다. 그에 앞선 21~2
이달 31일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단 북한이 최근 유엔총회에 외무성 고위 인사를 참여시키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등 기류 변화가 예사롭지 않기는 하다. 미국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회담 성사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후 한국 체류 시간이 짧다는 점 등에 비춰 높지 않다. 그래도 만약 둘만의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을 배제한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길을 여는 셈이 된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한국을 제외한 미국과의 직접 교섭을 주장하는 통미봉남 전략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그러다가 1997년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을 기점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의에 마지못해 발을 들였다. 옛 소련 붕괴 후 고립 상태로 내몰린 북한이 미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입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4월 13일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 발언은 자칫 세상에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회장과 특파원들과의 이 오찬 자리의 모든 대화는 ‘비보도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발언을 들은 특파원들은 서울 본사에 지체 없이 보고했고 특정 매체를 시작으로 이에 대한 비보도 원칙은 깨졌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이 회장은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자들로부터 ‘현 정부의 경제 성적에 몇 점 정도 주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했으니…”라고 답하려다 ‘흡족하다는 말이냐’는 추가 질문에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발언 맥락상 4류보다는 낫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낙제’가 언급됐다는 점에서 그렇게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시 14년이 흐른 지금 이재명 정부의 정치는 기업인들로부터 몇 점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