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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육조지를 아시나요

    기고

    육조지를 아시나요

    초임 검사 시절 선배들이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중에 ‘육조지’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집구석은 팔아 조지고, 수형자는 먹어 조지고, 교도관은 세어 조지고,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이야기였다. 집에서는 재판 비용을 마련하느라 세간을 팔고 수형자는 수형 생활을 견디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사식을 사 먹는다는 것이었다. 또 교도관은 혹시 모를 도주를 막기 위해 틈만 나면 수형자 숫자를 헤아리고 형사는 증거의 왕이었던 자백을 받기 위해 폭행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검사는 보강 조사를 한다며 피의자를 여러 번 소환하고 판사는 어떻게든 선고를 늦추기 위해 재판 기일을 미룬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소설가 정을병 선생께서 1974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발표한 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것은 이유와 명분이 있었다. 기록 너머에 숨어 있는 진실이나 사연, 빠진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것이 이유였다. 또 경찰 조서와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이 다르니 이를 보강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필자도 선배들의 충고에 따라 소환 조사를 해보면서 숨은 진

  • [기고]과학기술기본법 개정, 대한민국 과학기술 혁신의 대전환

    기고

    과학기술기본법 개정, 대한민국 과학기술 혁신의 대전환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더욱 신속하고 적시성 있는 국가 R&D 지원 체계가 마련됐다. 지난 1월 29일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연구개발(R&D)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제도가 18년만에 폐지되면서 연구현장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간 R&D 예타는 대규모 사업의 사전 타당성 검증 제도로서 국가의 재정투자 효율화에 기여해 왔으나 예타 조사 소요기간 장기화와 연구현장의 행정 소요 등으로 인해 적시성·신속성 있는 R&D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R&D 예타 제도의 폐지는 우리 연구현장이 ‘규제와 검증’의 시대를 지나 ‘자율과 책임’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제 연구기관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 즉시 예산 심의를 거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기존 R&D 예타는 통과만 평균 2년 이상 소요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가전략기술 등의 확보가 해외 기술 선진국 대비 예타 소요기간 만큼 늦춰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R&D 예타 폐지는 속도감 있는 기획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국가 간

  • [기고] 생명 존중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이유

    기고

    생명 존중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이유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저마다의 희망을 설계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여전히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자살률 1위’라는 뼈아픈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안녕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고등이자 우리가 마주한 가장 부끄러운 성적표다. 이제 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선택으로 치부하던 방관자적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자살은 고립과 단절이 심화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결핍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따라서 그 해결책 또한 강력한 ‘사회적 연대’와 ‘체계적인 예방 시스템’ 안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사회적 자산이다. 단순한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를 넘어 생명 존중을 사회의 최우선 가치로 두는 문화적 변곡점을 만들어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가장 고귀한 투자이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가장 단단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1년부터 한강 교량 위에서 ‘SOS생명의전화’를 운영하

  • [기고]‘산불재난 대피체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기고

    ‘산불재난 대피체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산불이 일상화·대형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 벌써 수십 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한다. 산림청 통계에 의하면 올해와 같이 국가적으로 선거가 있는 짝수 연도에는 상대적으로 대형산불이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산불의 경우 확산속도도 1시간당 약 8㎞로, 10년 전 4㎞에 비해 2배 정도 빨라졌다고 한다. 산불이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인명피해 예방이 최우선이다. 정부가 지난해 영남지역 대형산불을 교훈삼아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초고속 산불대비 주민대피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가 있다. 산불확산 예측결과를 기반으로 산불의 접근 시간과 위험 수준에 따라 총 ‘5단계’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1단계는 산불 대피 지시가 발령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주민이 심리적 행동적 대비를 시작하는 ‘마음준비’ 단계다. 2단계는 재난정보를 확인하고 위험지역·대피소·대피경로를 사전에 점검하는 ‘대피 준비’ 단계다. 3단계는 산불이 8시간 이내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으로 발령하고 고령자, 거동불편자 등 재난 취약계층의 조기 대피를 유도하는 ‘사전대피’ 단계다. 4단계는 산불이 5시간 이내에 도달할 것

  • [기고] 무비자 입국으로 더욱 가까워진 볼리비아

    기고

    무비자 입국으로 더욱 가까워진 볼리비아

    지난해 12월 1일 볼리비아의 신정부는 출범 한 달도 안 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8개국에 대한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그동안 일방적 비자 면제를 위해 볼리비아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지만 비자 면제는 상호주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볼리비아 정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참석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통해 우리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요청했고 한 달도 채 안 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TV로 소식을 접한 필자는 우선 발표의 사실 여부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볼리비아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했다. 이번 조치는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의의 산물인 한편 비자 면제를 통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자국의 관광 산업과 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는 실질적인 배경도 존재했다. 볼리비아는 경제 침체 국면에서 이번 한국인 방문 촉진 제도가 관광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을 이끌어 낼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25년은 한국과 볼리비아가 수교를 맺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해 양국 미래협력포럼,

  • [기고] 전공과 자격증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고

    전공과 자격증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1902년 세계적으로 존경받던 수학자이자 공기역학 권위자였던 사이먼 뉴컴은 인간의 동력 비행이 실용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무지한 발언이 아니었다. 당시의 물리학과 계산, 재료와 엔진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그의 결론은 합리적이었다. 다만 그의 판단에는 미래도 현재의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고, 불과 18개월 뒤 정규 공기역학 교육을 받지 않은 라이트 형제는 이 전제를 깨뜨렸다. 해당 사례는 개인의 오판이라기보다, 전문성이 어떻게 스스로의 한계에 갇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한국 사회는 대학 전공과 자격증을 전문성의 핵심 기준으로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일정 부분 이는 합리적이다. 표준화된 교육과 자격 체계는 사회적 신뢰 비용을 낮추고,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이 기준이 사고의 신뢰도까지 자동으로 보증하는 장치로 오인될 때 발생한다. 현실에서는 "그건 네 전공이 아니다", "자격이 없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문장이 논리 검증이 아니라 논의 차단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순간 논쟁의 기준은 근거와 데이터가 아니라 이력서

  • [기고] 한·유럽 혁신기업 간 협업이 필요한 이유

    기고

    한·유럽 혁신기업 간 협업이 필요한 이유

    기술이 곧 국가경쟁력이자 안보가 된 시대다. 과거의 자립형 개발 방식만으로는 급격한 기술 변화 속도와 한층 높아진 공급망 장벽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과의 개방형 혁신을 통해 기술 자립을 넘어선 연구개발·생산·마케팅을 잇는 통합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됐다. 한국 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입증해왔다. 반면 원천 기술과 고부가가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기술 강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독보적 원천 기술을 보유한 유럽 강소 기업들은 정밀 공정과 상용화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에 최적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유럽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며 즉시 상용화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유럽연합(EU)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녹색 저탄소 기술, 디지털 솔루션, 헬스케어 분야는 한국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특히 디지털 솔루션 분야는 인공지능(AI), 슈퍼컴퓨팅, 사이버 보안 등에서 원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EU의

  • [기고] 수도권 에너지 공급을 위한 발전 공기업의 역할

    기고

    수도권 에너지 공급을 위한 발전 공기업의 역할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에너지공사가 서남집단에너지 건설 사업의 최종 발전사로 한국남동발전을 선정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기후환경에너지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아 남동발전과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서남집단에너지 시설 건설 사업은 서울 강서구 마곡 도시개발 구역에 전기 285㎿, 열 190Gcal/h 규모의 최첨단 친환경 열병합 발전 설비를 구축해 약 7만 4000가구와 430개 건물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총 7000억 원 규모의 도시 기반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2030년까지 급증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 도시개발구역의 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사업으로, 서울시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다. 남동발전은 올해까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가스 터빈 발주와 시공사 선정을 거쳐 하반기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가 남동발전을 선정한 이유는 제안서 평가회에서 기술 능력, 재무 건전성, 사업관리 역량, 운영 계획 등이 다른 제안사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 전기에너지는 더욱 더 수요가 늘어난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기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당장 대부분의 일상

  • [기고] 투자 새 지평 구축한 한영 FTA 2.0

    기고

    투자 새 지평 구축한 한영 FTA 2.0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계기로 체결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은 그간 한·유럽연합(EU) FTA를 대체하며 양국 간 교역과 투자의 연속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기존 협정은 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관세 철폐 중심의 협정 구조와 엄격한 원산지 기준은 글로벌 분업 체계 속에서 생산과 조달을 운영해온 기업들에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지난달 이뤄진 한영 FTA 개선 협상 타결은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 협정을 ‘FTA 2.0’으로 고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정의 핵심은 영국 진출 초기 투자 기업들이 겪어온 비자 관련 불확실성을 제도적으로 해소했다는 점이다. 제조업과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은 공장 설립 초기 단계에서 엔지니어와 설비 설치 및 유지 보수 인력, 협력 업체 전문인력 투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간 비자 요건과 절차의 불확실성은 투자 결정의 리스크로 작용해왔다. 이번 협상 타결로 영어 능력 입증 부담이 없는 비자 유형 활용이 가능해졌고 협력 업체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

  • [기고] 韓·덴마크, 가치로 잇는 녹색성장 동반자

    기고

    韓·덴마크, 가치로 잇는 녹색성장 동반자

    덴마크는 우리에게 오래전부터 친숙한 나라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유년의 밤을 밝혔고, 아이들의 손끝에서 조립된 레고는 상상력에 형체를 부여했다. 여백을 사랑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비움 속에 담긴 충만함을 일깨운다. 바이킹으로 상징되는 고대 덴마크인들의 강인한 모습은 오늘날 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의 자율성이 조화롭게 작동하는 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덴마크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라는 평가는 단지 수치가 아니라 이들이 선택해온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글로벌 인재 유입 지수 등에서도 최상위를 기록하는 이 나라는 단지 부유하거나 편리해서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천해온 발자취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휘게(Hygge)’라는 덴마크 특유의 감성으로 응축된다. 촛불 하나, 따뜻한 담요, 이웃과의 소박한 식사처럼 작지만 충만한 순간들.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도 휘게의 정신과 이어져 있다. 효율이나 경제성을 넘어 일상의 지속 가능성과 지구를 위한 배려가 스며 있는 선택들이다. 덴마크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 해법이 아닌 더디지만 구조적 전환의 길을 선택

  • [기고] 글로벌 시장 여는 韓·UAE AI 협력

    기고

    글로벌 시장 여는 韓·UAE AI 협력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인공지능(AI) 전략적 협력 체결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업무협약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 방향과 향후 양 국가가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방향성까지 포함한 전략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는 한국AI전략위원회와 UAE AI첨단기술협의회(AIATC) 간에 체결됐다. 이를 통해 AI와 관련한 투자와 인프라 구축, 공급망 확대, 첨단기술 채택 가속화, 연구개발(R&D) 등의 전 영역에서 협력을 추진하게 된다. 당연히 워킹그룹도 구성된다.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에 한국이 AI 기술 협력 파트너가 된다는 점도 명시됐다. 메모리 공급과 원전을 비롯한 송배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냉각, 전력 기기, 건설, AI 솔루션 기업들의 참여 기회가 생긴 것이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한국의 부산항과 UAE의 칼리파항을 시범 프로젝트로 삼아 AI 항만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사물인터넷(IoT), AI 솔루션, 에이전트, 로봇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

  • [기고]임도와 산불 진화

    기고

    임도와 산불 진화

    임도(林道·산림내 도로)는 나무를 심고 가꾸고 이용하는 데 필요한 필수 기반시설이다. 산불 진화 시에는 지상 진화 장비와 인력을 신속하게 진입하게 할 수 있다. 임도 시설 자체가 방화선(防火線) 역할을 해 산불 확산을 저지하고 초기 산불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 임도를 통해 산불 발생을 감시하고 민가와 주요시설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역할도 한다. 산불 발생 이후에는 등산객 등 산림내 사람과 동물의 대피로가 되기도 한다. 대형산불은 산림내 도로가 없어 접근이 곤란하고 연료의 연속성이 높은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필자는 산림청장으로 재직할 때 산불현장에서 진화 지휘를 하면서 임도가 야간 산불 진화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실제로 경험했다.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접근성을 높여 주었다. ‘임도의 산불 진화 효과’를 분석한 현장사례를 보면, 임도가 3.92㎞ 시설된 경남 합천지역 산불의 야간진화율(10~92%)과 임도가 없었던 경남 하동지역 산불의 야간진화율(45~63%)은 5배 정도의 차이가 발생했다. 임도를 통해 진화자원투입 시 산불 확산 예측보다 최대 1/3 수준으로 피해면적이 감소했다. 산지 경사 25~45°,

  • [기고] 준비된 동원체계관리로 국가안보를 단단하게 지원하다

    기고

    준비된 동원체계관리로 국가안보를 단단하게 지원하다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우리는 일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상이 곧 평온함 그 자체는 아니다.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수차례 경험해 왔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도심의 지하차도를 순식간에 잠식해 통행을 못하게 하고 정전과 통신망 장애는 몇 시간 만에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의 안전망, 국가의 대응체계 등이 맞물려야만 우리의 일상은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평온과 불안은 얼마만큼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달려있다. 병무청은 바로 그 준비와 노력의 중심에 있는 기관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로마의 격언처럼 진정한 평화는 만반의 준비태세 속에서 가능하다. 병무청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전시 등 국가 비상사태 시에 군에서 요구하는 병력을 차질 없이 동원하는 것이다.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병무청은 단단하게 준비하고 있다. 먼저, 병무청은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한 부대편성이나 군 작전 수요를 위하여 매년 병력동원 소집 대상자를 소집부대별로 지정하고, 통지서를 본인에게 교부하고 있다. 지정

  • [기고] 고려아연 美 제련소 투자와 주주가치의 보존

    기고

    고려아연 美 제련소 투자와 주주가치의 보존

    최근 고려아연이 미국에 약 10조 원 규모의 제련소 투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쟁점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수단인지, 아니면 회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북미 거점 확보를 통한 장기 성장 전략인지에 있다. 전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통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문제 제기이고, 후자는 해당 투자가 오히려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주장이다. 주주가치의 보존은 시장자본주의의 정상 작동을 위한 기본 전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여부는 법원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판단할 사안이므로, 여기서는 회사 측 주장처럼 해당 투자가 기존 주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을 A, 거래 상대방을 미국 정부가 아닌 개인 B, 투자 규모를 억 원 단위로 단순화해 거래 구조를 살펴본다. A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B에게 지분 10.59%와 이사 2인 지명권을 부여하고, 그 대가로 2.85억 원을 조달한다. 여기에 A의 자체 자금 0.85억 원을 더해 총 3.7억 원으로 미국 내 자회사 C를 설립한다. 이후 C는

  • [기고]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안정의 기준은 어떻게 제도가 되었나

    기고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안정의 기준은 어떻게 제도가 되었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을 보지 않았지만, 제목부터 오늘의 한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 이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합의해온 '안정된 삶의 기준'에 가깝다. 서울 자가는 자산 가치 하락에 대비한 안전판이고, 대기업은 예측 가능한 소득과 경로를 의미한다. 이는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선택이다. 투자로 치면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중수익 전략이다. 이러한 선택은 개인 차원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이며, 사회적으로도 오랫동안 미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문제는 이 합리적 선택이 개인의 선호를 넘어, 제도와 평가의 기준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기관과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의 기준은 점점 더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해 왔다. 정량화된 지표, 비교 가능한 점수, 명확한 기준은 책임을 설명하기에 유리하다. 사후 책임이 중요한 구조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진화이기도 하다. 다만 이 시스템은 동시에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과거의 성과를 기준으로 한 평가는 이미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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