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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에 이변은 없었다. 여당인 민주진보당이 정권 재창출을 하면서 이례적으로 12년 연속 집권하게 된 사실만이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4년 임기의 총통이 연임은 가능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8년씩 교차 집권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중국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외교적 공세가 2016년부터 나날이 강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대만인의 불신과 불안이 커졌다. 결국 대만인의 이런 심리적 공황이 ‘친미’ 성향의 여당 총통 후보에게 대만의 안보를 담보한 것이다. 2016년 민진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의 군사적 공세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주지하듯 민진당은 대만의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 외교를 구사하는 정당이다. 대만 통일을 국정 최대 목표로 하는 중국공산당에는 눈엣가시일 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통일 논의 포기를 하며 ‘남조선’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 국가로 규정한 데 이어 9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 지도를 하며 직접 주적 규정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의 주적 규정은 곧 당의 방침이자 정책화라는 점에서 군사행동을 비롯한 대남 초강경 행보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북한의 대남 ‘주적화’ 행동 양상은 다양하게 표출될 것이다. 우선 한국(한미)의 훈련이나 군사행동에 대한 비례적 또는 초과 맞대응 양상이다. 특히 2~4월, 8~9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등에 맞춰 ‘작전’ 개념의 공세적 대응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훈련을 명분으로 전술핵무기 보유의 ‘비대칭성’을 과시하는 미사일
세계는 정치·군사·이념적 갈등에 경제 안보를 둘러싼 복합 위기로 신음 중이다. 올해도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될 조짐이다. 북한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로 중동 안보 긴장까지 고조된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북핵으로부터의 안전 보장과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앞에 두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당당한 외교’를 내세우면서 북핵 위협을 구조적으로 억제하는 데 1차 목표를 뒀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 발휘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3각 공조 체제 구축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한국이 대중 압박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한국을 압박했고, 양국 관계는 소원해졌다. 양국은 상호 중요
지난해 12월 28일 건설 업계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신청을 했다. 시공능력평가 16위는 우리나라 건설 업계에서 열여섯 번째로 큰 회사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건설 업계는 물론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건설 업계의 대기업인 태영건설이 문제가 될 정도면 중소 건설사의 경우에는 자금난이 더욱 심화돼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해 태영건설의 매출액은 3분기까지 2조 3890억 원으로 2022년의 2조 6051억 원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915억 원에서 2023년 977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상황이 다르다. 2022년 1조 7460억 원이었던 것이 2023년 2조 1550억 원으로 불어났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2022년 2조 6
예수가 태어난 나라 이스라엘. 크리스마스의 축가가 울려야 할 땅이 죽음과 통곡의 땅이 됐다. 개전 석 달을 향해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하마스의 도발 첫날만 전쟁이었지, 이스라엘의 반격이 시작된 후로는 치고받는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다. 하마스에는 응전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10월 7일 도발 첫날 하마스는 7000발의 로켓과 육해공 입체 침공으로 대부분이 민간인인 1400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의 반격에 의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2월 15일 현재 2만 명이라는 게 하마스 측의 주장이다. 하마스에 희생된 이스라엘인 1400명의 15배에 가깝다. 15배의 인명 피해는 보복의 비례 원칙을 훨씬 벗어난 것이다. 하마스가 요새처럼 만들었던 터널들은 이제 이스라엘이 바닷물로 채우는 ‘충수(充水) 작전’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실추된 법원의 위상을 되찾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6년간의 ‘김명수 대법원’하에서 법원은 존경받지 못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무리한 법 해석을 들이대며 국민의 법 감정과 배치되는 판결을 내는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부적절하게 드러내는 판사도 있었다. 재판이 지연돼 재판받는 국민들의 원성이 높고 담당 판사의 성향을 알아내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열심히 하는 판사를 우대해야 한다. 판사들이 과거처럼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사건의 난도가 높아지고 법관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만을 추구해 칼퇴근하며 판사끼리 담합해 일주일에 몇 건 이상 판결하기를 거부하는 판사보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이 선거제도는 각 당의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전체 의석을 나눠 갖는다. 따라서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만 배분하는 기존의 병립형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일수록 역설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적게 가져가게 되는 허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 의석 획득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치렀다. 선거 후 이들 위성정당을 합당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런 기형적인 제도를 바꾸기 위해 그동안 위성정당 방지법 등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여야가 선거법 합의에 실패해 현행대로 총선이 치러지고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쉬워질 수
지난해 11월 30일 출시된 대화형·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인간만이 가능했던 콘텐츠를 생성하면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에 매주 1억 명의 활성 사용자 기록을 달성했으며 불과 1년 만에 글쓰기·프로그래밍·금융·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지난달 17일 챗GPT 개발·운영사인 오픈AI의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을 이사회와 솔직한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하면서 테크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올트먼이 마이크로소프트(MS) 내 AI 연구팀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뒤이어 오픈AI 직원 대부분이 그를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오픈AI는 5일 만에 그를 복귀시켰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AI가 방치되면 인류에게 실존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믿고 규제
언론의 자유는 민주 체제에 있어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다. 이는 개인의 주관적인 자유인 동시에 사회와 국가의 기본적 가치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하고 있지만 방송은 여전히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공영 지상파 방송은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고 의무 재송신을 통해 유료 방송망으로도 전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존재다. 공영방송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반으로 당시의 시대 가치를 반영해 국민들의 가치 공감대를 제고하는 ‘사회적 접착제’로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방송법에서는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이사회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야당은 공영방송 이사회들의 지배 구조 변경을 위해 단독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영방송의
헌법에 따라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권한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부여돼 있다. 법률은 그 규정이 개정 혹은 폐지되기 전까지 효력이 지속된다. 대부분의 법률은 특별하게 유효기간을 명시하지 않는다. 이같이 그 효력이 영속되는 것을 전제로 제정된 법을 항구법(恒久法)이라 한다. 이에 반해 법률을 제정하는 당시부터 그 법의 존속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법을 한시법(限時法)이라 한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은 1997년 12월 벤처기업으로의 전환과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해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10년의 유효기한이 첨부된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이 법은 제정 후 일몰 기한이 두 차례 연장돼 2027년 소멸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법을 오랫동안
올해 물가 상승률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목표치인 2%보다는 높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년 동안 전기와 가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 있다. 전기와 가스 가격이 추가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며 가격 인상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를 이유로 가격을 통제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작용은 기업들의 경영 악화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원자재 가격이나 노동임금 등 기업의 비용도 덩달아 오른다. 대부분 공산품이나 서비스는 가격을 수시로 조절하지 않고 일단 기존 가격을 유지하다가 일시에 한꺼번에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 비용이 일정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기다리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이는 가격경쟁하는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라
이달 9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일컬어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거대 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노조의 위법한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을 받아들여 현행 노조법 제2조와 제3조를 개정한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우선 ‘법원이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은 사실상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 불법행위와 부진정연대책임에 관해 확립된 법 원칙에도 반한다. 쟁의행위가 집단적인 행위의 형태로 실행된다는 특징을 고려하면 그 책임을 귀책 사유나 기여도에 따라 개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정안은 쟁의행위의 본질에 비춰 옳지 않
중국 정부는 2015년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로봇, 첨단 의료 기기, 바이오, 반도체 등 10대 전략산업을 첨단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반도체는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 선언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15% 수준에 불과하므로 10년 만에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어쩌면 중국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게다가 2018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반도체의 중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이 우리에게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가장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90년대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7.1% 성장했지만 2000년대 4.7%, 2010년대 2.7%로 낮아졌다. 이런 경제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생산 설비 등을 의미하는 자본과 노동 투입의 양적 확대, 그리고 이 두 생산요소를 결합하는 기술의 질적 성장, 즉 생산성의 향상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내 선행 연구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원인으로 주로 자본 축적 둔화와 생산성 저하를 꼽았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노동시간당 GDP 하락 추세를 분석한 필자의 연구도 같은 결론을 얻었다. 과거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견인한 자본 축적의 효과가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 10개월이 지났는데 법 적용 사업장에서 오히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현행 중대재해법의 처벌 규정을 더 강화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형사정책상 형사처벌 만능주의가 과연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재해법상의 형사처벌 규정을 더 강화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원래는 내년 1월 말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산재 사망 건수가 감소했다는 정부 발표 자료가 그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즉 예방적 효과를 이미 보고 있는 만큼 법 적용 필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