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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부족해 필수의료·지역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매일 20명이 넘는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겪고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24시간 소아 응급 환자를 볼 수 있는 곳은 4곳 중 1곳에 불과하다. 지방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의사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수도권 병원으로 옮겨가면서 남아 있는 의사들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응급 환자와 중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니 필수의료 분야의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한다. 응급·중증·소아·분만 같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낮은 것은 맞지만 수가만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면서 20년 넘게 방치한 기형적인 우리나라 의료 체계를 함께 고쳐야 한다. 첫째, 의사 배출을 많이 늘리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사협회의 주장대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대략 더불어민주당 의원 167명과 정의당 의원 6명이 거의 다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임명동의안 표결 직전에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들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부적격이라고 판단하면서 내세운 근거들을 보자. 부족한 공직자 윤리 의식, 시대에 뒤떨어지는 성인지감수성, 부적절한 역사 인식, 가치관의 우편향,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 등이다. 우선 윤리 의식이나 역사 인식은 그야말로 보기 나름이다. 일반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윤리 의식이 경직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낙태를 허용함으로써 생명을 함부로 침탈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이 존귀하다면서 태아의 생명은 그렇지 않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라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태아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개발자로 일하는 제자가 찾아왔다. 대학 다닐 때 내 수업을 듣고 졸업 이후에도 청강생 겸 조교 역할을 했던 제자였다. 그는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된 ‘덕업일치’의 길을 걸어왔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 중에서는 무엇이 현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몇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 교과서나 수업을 통해 전달받은 지식보다 직접 해본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과학기술원(GIST) 초창기에 수업용 온라인 게시판을 자발적으로 만들었던 선배가 그 후 잘 풀렸고 후배들에게도 영감을 줬다고 했다. 내 제자 역시 대학생일 때 수업 시간표 짜기, 택시 함께 타기 등의 앱을 만들어 주변에 공개한 바 있다. 둘째, 모르는 것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찾아서 배워나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AI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분기 말 기준 101.7%로 세계에서 스위스·호주·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은 7월 5조 9000억 원, 8월 6조 9000억 원, 9월 4조 9000억 원이었다.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여러 방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로 차주의 부실 위험이 커져 금융 시스템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2008~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서브프라임 대출의 지나친 확대였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핵심은 그것이 대출의 질 악화를 동반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결국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데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대출 증가 시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가 7일 이스라엘과의 경계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한 기습 공격을 단행했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8일 전쟁을 선포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9일째인 15일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사상자는 총 1만 5000명을 넘어섰다. 국제 유가는 일시적으로 흔들렸다. 주말이 끝난 9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전일보다 4% 이상 상승해 배럴당 88.15달러와 86.38달러를 기록했다. 10일에는 가격이 소폭 떨어지면서 약보합세를 보였다. 국제 금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위험 회피를 위한 안전 자산 선호 경향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쟁 지역인 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가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생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
연금 개혁의 요체는 연금 혜택을 줄이고 연금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연금 개혁이 국민 대다수의 고통을 수반하는 이유다. 웬만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다수 선진국은 정치적 명운을 걸고 고통의 연금 개혁을 결단했다. 국민들은 왜 고통의 연금 개혁을 끝내 동의하고 수용할 수 있었는가. 연금 개혁 과제를 앞에 두고 있는 2023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질문이다. 그 답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역사적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받는 연금 혜택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세대 공생 의식에서 출발한다. 자연스러운 자기중심적 이해에 기반한 판단을 뒤로하고 세대 공생 의식을 앞세워 연금 개혁의 고통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게 한 마법의 정치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속 가능성이라는 거대 담론을 개인적
일본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한일 경제성장률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월 발표한 최신 경제 전망에서 일본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 한국을 1.5%로 각각 예상했다. 일본은 코로나19 회복 수요가 한국보다 뒤늦게 확대돼 올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한국은 2021년 4%를 넘는 성장세를 보인 후 2022년 2%대로 둔화됐고 올해 주요국 및 한국의 금리 인상 여파도 겹쳐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인다. 잠재 성장 능력이 1% 미만으로 추정되는 일본이 올해 2% 가까이 성장하는 것은 소비와 설비투자의 견실한 확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일본 춘투(매년 봄에 이뤄지는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투쟁) 임금 인상률은 3%를 넘었으며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도 올해에는 1
계량 분석을 주로 이용하는 필자의 연구실에 신입 대학원생들이 들어오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통계와 숫자를 해석해본 경험이 없어 통계 패키지를 무작정 돌려 나온 결과를 연구실 세미나에서 자신 있게 발표한다. 그리고는 그 숫자들의 현실적 의미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해석하기 급급했다는 필자의 공격에 상처를 입는다. 세상에서 파악되는 숫자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과도하게 왜곡되거나 조작된 숫자들은 어딘가 주위의 숫자들에 어색함을 만들어 그 숫자의 비합리성에 관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번 부동산 통계 조작과 관련된 감사원의 발표를 보면 청와대 정책 결정자들은 통계를 자신의 판단을 돌이켜 검증하는 과정이 아닌 자신의 욕심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가득했다. 청와대의 욕심을 가상현실로 만드는 해결사 역할이
린치핀(linchpin)은 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을 지탱한다. 린치핀 없이는 자동차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복지에서 중요한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를 지원하는 기준이다. 그런 측면에서 ‘건강보험료 수준’은 복지 지원 기준선으로서 중요한 린치핀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는 임신·출산 등 의료비 지원부터 아동·장애인·노인 돌봄, 청년 취업 지원까지 핵심 복지 사업에서 지원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지원금 역시 건보료를 기준으로 정했다. 또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할 때 필수 서류 중 하나가 건보료 납부 증명서다. 이렇듯 현재 건보료는 국민 소득·생활 수준을 판단하는 대표 기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다. 과연 건보료는 실제 납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산정되고 있는
최근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을 또 한번 흔들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예치 때 연 10~12%의 고율 이자를 지급하는 중앙화금융(CeFi·시파이) 서비스로 인기를 끌던 두 업체는 올 6월 13일과 14일 하루 간격으로 ‘출금 정지’ 조치를 단행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루는 출금 정지 조치 이후 불과 9일 만에 직원 100여 명을 전원 해고했다. 투자자들은 두 업체 대표를 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두 업체에 대한 회생 신청도 했다. 델리오는 그동안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보관관리업 라이선스를 받은 유일한 업체라는 점을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하루는 싱가포르 기업 블록크래프터스의 자회사로 총거래액이 22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안전한 글로벌 가상자산 운용 플랫폼이며 세계 정상급 내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의 가장 큰 동력은 두 체제 모두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다는 공통분모일 것이다. 푸틴과 김정은 모두 국제사회와 그들의 주민을 향해 자신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핵무기 집착으로 인한 고강도 국제 제재와 3년여의 코로나19 국면 등으로 체제 내구력이 심각하게 고갈됐을 평양으로서는 중국 외에 러시아라는 또 다른 후원자를 내세워 주민들에게 ‘희망 고문’을 강요할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과 러시아 간의 거래는 우선 포탄·야포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수 있는 북한산 무기에 대해 러시아가 미그29 등의 부품과 신형 재래 무기 기술을 교환하는 한편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식량 및 에너지를 제공하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생각해볼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한류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반 차트 상위권에는 우리나라 드라마·영화와 가수들이 즐비하다. 한때의 반짝 열풍이 아니라 엄연한 문화적 주류로서 한류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류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벤치마킹하는 정책에서도 한류가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정책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글로벌 언론사인 블룸버그가 꼽는 세계 1~2위의 혁신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들은 우리나라의 놀라운 성장과 혁신의 저변에 아끼지 않는 R&D 투자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중국 정부의 의욕적인 리오프닝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 3대 경제 축인 소비·투자·수출 지표가 부진한 것은 물론 소비자물가도 30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공포마저 엄습하고 있다. 특히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부동산 분야의 디폴트 위기로 금융시장마저 위축되자 ‘차이나 피크론’을 넘어 본격적인 ‘경제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중이다. 사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 부동산 개발 정책의 한계는 진작에 지적됐다. 중앙정부의 지도하에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 업체에 토지 사용권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재정과 인프라 건설 비용 등을 충당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공급 과잉으로 거품이 꺼지자 이 자금은 악성 부채가 됐다. 해외 파생상품도 없고 자금 흐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통제 범위에 있다는 중국
국토교통부가 최근 건설 경기 전망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영업용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등록을 2025년까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신규 등록 제한이 2년 더 연장된 것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레미콘을 굳지 않게 섞으면서 운송하는 믹서트럭은 대체 불가능한 필수 건설기계다. 운송 시간이 90분을 넘으면 굳기 때문에 운송 반경도 제한된다. 레미콘 회사들은 대부분 소기업이어서 믹서트럭을 직접 운용할 여력이 없다. 전체 믹서트럭의 86%인 2만 2645대는 차주가 따로 있는 영업용이다. 영업용 믹서트럭의 차주들은 사용자성이 농후한데도 노조를 결성해 단체행동을 하면서 운반비를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7월 레미콘 운송노조가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했고 10월과 12월에도 파업으로 건설 공사를 중단시켰으며 현재도 경남 서·남부
탄소 중립 시대에는 어느 때보다 원자력의 역할과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일례로 소형모듈원전(SMR)은 안전성이 강화되고 입지가 자유로운 장점 덕분에 전력,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지역난방 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래 수소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섭씨 600도 이상의 고온 열원을 생산할 수 있는 액체금속로·초고온가스로·용융염원자로와 같은 4세대 원전을 이용할 경우 경제성과 효율성이 탁월한 수소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원자력 선진국들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2050년 탄소 중립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역시 탄소 중립에 대비해 SMR과 4세대 원전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 가능하고 견고한 원자력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지난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의 후유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