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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연재중

기사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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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오르다’라는 동사에 대하여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오르다’라는 동사에 대하여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인 2주 전보다 4%포인트 올랐다.” “부동산은 줄곧 주식을 제치고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꼽혔으나 2025년 7월 처음으로 주식이 1위에 올랐다.” “블랙핑크 로제가 히트곡 ‘아파트’로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최근 뉴스들은 대부분 ‘올랐다’라는 단어로 마무리된다. 물론 지지율이 오르거나 재테크 수단으로 손꼽히는 것과 수상자로 ‘물망에 오르다’는 의미가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 긍정적인 의미의 진행형 동사다. 그 ‘오른다는 것’은 주체인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지만 때때로 주체를 소외시키기도 한다. 특히 수치적 가치로서 ‘오르다’는 적어도 자본주의에 속한 시간에서는 소유의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소유한 사람에게는, 더 큰 여유를 소유하려는 사람에게는 상실을 안겨준다. 그리하여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오른다는 것은 커다란 두려움이자 그보다 더한 열망이 된다. 오른다는 것은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를 점점 벌리며 뒤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오르고 있거나 이미 오른 것에게 다시 내려간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치욕이다. 그래서인

  • [노은주의 건축과사람] 새의 눈으로 도시를 훔쳐보는 자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새의 눈으로 도시를 훔쳐보는 자

    종묘 앞 세운4구역 등 서울 도심 재개발 지역의 용적률이 600%에서 1000%, 1000%에서 1500% 등으로 이전보다 1.5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지금은 논의의 중심에 문화유산 가치와 개발이익의 대립에 있지만 설사 개발이 성사되어도 문제다. 도심부의 한정된 공간에서 마천루 빌딩군에 대한 에너지 공급, 급증할 교통량에 대한 도로 확충, 소방이나 피난 대책, 녹지로 대체한다는 세운상가 철거 보상에 대한 천문학적 비용 등등.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논란이 늘 어떤 그림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 건축가들은 대부분 사무소를 열고 처음 몇 년은 뭔가 해내고 싶다는 의욕과 결기가 넘친다. 집 지을 땅이나 고칠 건물이 있다는 친구, 인척,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등을 두루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려 준다. 관청에 허가를 내고, 시공자에게 견적을 받고, 건물이 지어져 일이 완료될 때까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애쓴다. 때로는 손으로, 컴퓨터로, 요즘은 인공지능(AI) 명령어로 3차원(3D) 모델링을 하며 실제에 가깝게 표현하려 하는데, 어떤 도구를 쓰던 결과

  •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시간이 완성하는 랜드마크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시간이 완성하는 랜드마크

    K팝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국의 민담, 민화와 현대 한국의 풍경을 적절하게 잘 섞어 만든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관심과 흥행을 기록 중이다. 처음 공개될 때만 해도 이렇게 한국 문화에 대한 엄청난 전파력을 담은 콘텐츠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신기한 것은 거기 담긴 내용이 우리에겐 전혀 새로운 것들이 아닌데 갑자기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원래 있던 것들을 새롭게 들춰내 열광하고, 세계인들이 박물관으로 한강으로 북촌으로 찾아온다. 특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적대적 관계의 두 주인공이 교감하며 만나는 낙산공원 장면은 극의 전개와 무척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한양 도성의 일부인 그곳은 원래도 옛 한양사람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던 장소였다. 조선 후기 학자 유본예의 저서 ‘한경지략’에 의하면 “도성 둘레는 대략 40리가 된다. 봄여름 사이 도성 사람들이 짝을 지어 성첩을 따라 걸어가며 성 안팎의 풍경을 즐기는데, 하루 안에 겨우 돌 수 있다. 이를 ‘순성놀이’라 한다”고 했다. 순성(巡城)이란 처음에는 성벽을 돌며 순찰하는 군사적, 행정적 목적이 강했던 활동이다. 한성부, 병조, 공조에서 각각 구역을 맡아 다니다

  •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뜻밖의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뜻밖의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

    410년 로마제국이 멸망하자 지금의 영국 남부 브리튼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인들은 서둘러 철수했다. 그 자리에 게르만족이 들어왔는데, 문제는 그들이 로마인의 유산을 사용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즉 수도나 중앙난방, 온수 목욕 등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로마식 빌라를 비워둔 채 원시적인 형태의 집을 짓고 사용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니 익숙함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막았던 것이라 이해할 뿐이다. 현대건축과 도시는 새로운 기술과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제안에 맞춰 계속 발전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더욱 정밀해져서 인간이 해오던 일을 완벽하게 대신해 준다면 그동안 인간끼리 머물고 지키고 유지하던 공간과 장소의 의미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소도시의 전원주택에서 사는 밀튼은 시의회 회의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완고한 79세 노인이다. 어느 날 밤, 그의 집 마당에 UFO가 추락한다. 당국에 신고했더니 장난전화로 취급받고 시의회에서도 말해보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딸조차 당장 치매 검사를 받아보자고 한다. 그는 우주선에 타고 있던 외계인을 집에 들이고 ‘줄스’라 이름 붙인다. 이웃 조이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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