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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경제 서일범 기자입니다.
여명
잘나가는 반도체에 가려져 있지만 우리 경제의 가장 아픈 손가락은 배터리 산업이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은 시장점유율 70%를 넘겨 사실상 독점 체제로 진입했다. 가성비는 물론이고 본원 기술력조차 중국보다 별로 나을 게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뼈 아픈 고백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신 성능이 뛰어난 삼원계에 집중 투자했던 결정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반도체처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 한국에 우산을 씌워주는 운도 없었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산업 견제가 없었다면, 한국이 미국의 실리콘 동맹에 끼지 못했다면, 우리 경제는 어쩌면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직 배터리 경쟁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살아 있고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소듐(나트륨)이온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 경쟁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짧은 주행거리, 겨울철 성능 저하 등 LFP의 단점까지 감안하면 향후 휴머노이드나 도심항공교통(UAM) 등 첨단제품에서는 삼원계 배터리가 다시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생
8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휴게소 주유소에 싼 기름을 넣기 위한 차량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왼쪽 사진). 반면 같은 날 휘발유 가격이 ℓ당 2600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가격을 게시한 서울의 또 다른 주유소에는 차량들이 발을 끊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조태형기자
요즘 경제 부처 관료들을 만나면 꼭 테이블 위에 오르는 화제가 있다. 바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언제쯤 꺾일 것으로 보느냐”이다. 불과 2~3년 전 ‘삼성 걱정’이 국민 스포츠와 같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외계어처럼 느껴졌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이제 그 이름을 딴 과자가 편의점에 나올 정도로 일반명사화됐다. 그동안 반도체 업황은 경기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게 상식처럼 여겨졌다. 삼성이 만들든 마이크론이 만들든 규격이 같으면 제품의 질에는 차이가 없는 반도체의 특성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공장 수율이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결정했다. 반도체를 상품(commodity)의 일종으로 봤던 이유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게임의 법칙이 달라졌다. AI 칩을 얼마나 많이 확보해 얼마나 강력한 연산·추론 능력을 확보하느냐가 한 기업의 생사를 가를 기준점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기업들이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소위 빅테크들이다. 이들이 연간 수백조 원씩 쏟아부어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반도체가 귀한 몸이 됐고 이 과정에서 메모리 병목현상이 나타
최근 마무리된 이재명 대통령의 생중계 업무보고는 일종의 ‘극장(劇場) 정치’로 보였다. 이 대통령 스스로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다는 이야기도 있더라”라고 했듯이 업무보고가 국민들에게 서사를 통한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직접 제공해줬다는 점에서다. 청와대는 생중계 업무보고가 재미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국정 이해도까지 높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기대와 다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업무보고를 소재로 만들어지는 유튜브나 릴스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짧으면 1~2분, 길어야 5~10분 정도로 축약되는 이 영상들에는 대부분 이 대통령에게 흠씬 혼나는 관료 또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장면들을 본 국민들 상당수가 ‘대통령 한번 잘 뽑았다’는 정치적 효능감 또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도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본다면 업무보고는 그 자체로 괜찮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대통령의 발언과 그 수위다. 과거 명작으로 평가받았던 영화들이 2탄·3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리멸렬해지는 것은 대부분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가 본질적인 감동을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최대 맹점은 새 집을 더 좋아하는 국민들의 심리가 제대로 존중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불 펴고 누우면 신축이나 구축이나 똑같은데 왜 새 집에 집착하느냐는 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서울도 주택 부족 단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3년 말 기준 서울의 가구 수는 약 414만 1700가구인데 주택 수는 387만 5000가구로 주택보급률이 93.6%에 이르기 때문이다.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오피스텔(26만 실, 2024년 기준)을 더해 단순 계산하면 주택보급률이 거의 1대1 수준까지 상승한다. 주택 수를 따질 때 다가구나 원룸을 쪼갠 쪽방 같은 곳도 포함된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통계로만 봐서는 주택이 심각한 부족 단계에 놓여 있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새 집, 그중에서도 아파트를 따져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입주 10년 차 새 집에 포함되는 2015~2024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모두 더해보면 30만 가구 안팎에 불과하다. 극단적 가정이지만 서울 414만 가구가 전부 새 집을 원한다고 상정하면 주택보급률이 7%대에 불과한 셈이다. 그나마 서울 밖 지방의 잠재수요는
불안한 환율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 23일 주요 국가별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441.5원까지 올라 4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성형주 기자
이번 주 발표될 3차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12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문한 탓일지는 모르나 우리나라 경제를 구성하는 핵심 중 핵심인 부동산 대책을 다루는 자리에 경제부총리가 빠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당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부동산 세금 문제를 두고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사이에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장관에게 부총리를 겸임하게 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기재부의 나라(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여서가 아니라 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 교통 정리를 하라는 취지다. 기재부의 정책 조정 기능이 삐걱대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구 부총리가 불참한 이날 부동산 대책 협의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하에 진행됐다. 정부는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번 주 3차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우리 경제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르는 한미 통상 협상에서도 구 부총리의 존재감은 흐릿하다. 총괄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에 내주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 사이에 끼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의 어느 날,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의 한 이사회 멤버에게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이 인사는 당시 한국과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검토하고 있는 비밀 합의의 골자에 대해 “기술 수출 제한 및 시장 분할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해 우리가 불리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피력해왔던 인물이다. 전화를 받은 뒤 용산에 들어갔다 나온 이 인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주변의 물음에 “혼나고 왔다”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올 1월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IP) 관련 합의에 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7개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합의문의 원문을 최초로 취재해 공개한 것이 최근 서울경제신문 원전 관련 보도의 핵심이다. 이번 원전 보도 과정에서 담당 데스크로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국가 에너지의 핵심인 원전 산업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보도를 할 수 있느냐”였다. 체코 원전 수출을 포기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을 중단했어야 했느냐는 질타도 있었다. 심지어 “친시장 언론인 줄 알았
정부가 내놓는 경제 대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뭘까. 상황에 따라 답이 갈릴 수 있겠으나 정책의 정당성, 실효성, 수용성, 지속 가능성 등 네 가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 같다. 정부 정책에 명분(정당성)이 있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수용성) 동시에 실질적 효과를 내야 하며(실효성) 무엇보다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6·27 부동산 대책은 최소한 80점은 되는 대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더 이상 집값이 올라가서는 안 된다는 전 국민적 기대감 속에 대책 발표 직후 전체 시장이 안정되는 강력한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을 주도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관료적 역량도 주효했다. 그는 6월 6일 실장 자리에 오른 뒤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기까지 20여 일의 기간에 매일 집값 동향과 부동산 정책 방향을 직접 보고받으면서 정책 설계를 주도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연이어 지내면서 ‘찔끔’ 대책으로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학습 효과를 체득한 것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남은 한 가지 문제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다. 주택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어버린
이르면 내일 밤 자정쯤이면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새 대통령은 6월 4일부터 곧장 대통령 업무를 시작한다. 역대 대통령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던 고위 관료와 정치권 인물들에게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고 물었던 일이 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냉소적이었다. 어떤 대통령이든 앞으로 한 달가량은 구름 위에 올라탄 듯 정서적 흥분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일단 대통령이 되면 대법원장, 장차관, 공공기관 임원 등 줄잡아 1000명 이상에 대한 슈퍼 인사권이 손안에 들어온다. 대통령의 직접 인사 명령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도합 1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추는 임기일치법을 추진하고 있다. 6월 초순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 G7 멤버는 아니지만 주최국인 캐나다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을 이미 초대한 상태다. 한국프로야구(KBO)에서 뛰던 선수가 단숨에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초청을 받아 꿈의 무대에 서는 격이다. 통 큰 당선 잔치도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 세계에 수많은 폭탄을 던졌다. 펭귄만 사는 무인도에 25% 관세를 물리거나 멀쩡한 남의 영토(그린란드)를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는 식이다. 중국에 물린 145% 관세는 전 세계 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모두 자국 질서와 국제 규범을 흔드는 행동들이다. 트럼프의 행동들은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불길한 전조다. 당장 법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런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FTA를 아무 때나 걷어차도 되는 헌신짝처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사실상 미국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미국이 맺은 국제조약은 헌법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 1조 8절은 “외국과 통상에 대해 규제할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FTA 역시 의회 비준이 있어야 비로
다시, KOREA 미러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원로와 청년들은 “이대로는 국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가난을 딛고 일어선 70대 원로부터 배고픔을 경험하지 않은 20대 청년들까지 입을 모아 ‘불안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의 성장 엔진이 이대로 멈출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1%대로 낮아진 잠재성장률, 추월당하는 기술 경쟁력,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생 등이 뚜렷한 위기의 징조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빅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AI 혁명은 과거 우리가 추격했던 산업화·민주화와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 선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그 격차를 좁힐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는 출발 총성이 울린 지 오래다. 심지어 미국·중국은 이미 글로벌
누가 인공지능(AI) 산업의 승자가 될 것인가. 현시점에서 경제학자들의 대답은 대체로 미국으로 좁혀진다. 단순히 오픈AI나 엔비디아와 같은 ‘챔피언’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AI라는 산업이 국가 잠재성장률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사정은 다르지만 막대한 보조금을 쥔 중국도 유력한 승자 후보 중 하나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의 자본과 노동으로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강력한 재정지출로 단기간 국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으나 이 경우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이야말로 ‘일회성 진통제’ 효과를 제거한 국가 경제의 진짜 실력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실력은 이미 전 세계 바닥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자
‘15만7274 명’ 미국 테크기업들의 정리해고 동향을 추적하는 웹사이트(layoffs.fyi)가 추적한 지난해 이후 미국 해고자 숫자입니다. 2023년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가 약 12만5000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해고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반드시 사업이 기울어서 해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기술 경쟁의 최선단에 서 있는 기업들도 무더기로 직원들을 잘라내고 더 능력있는 인원들을 충원하는 게 미국 빅테크의 문화입니다. 인공지능(AI)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메타는 연말 휴가가 끝나자마자 성과가 낮은 직원을 대상으로 5% 인력 감축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메타 직원 7만2000여 명 중 3600여 명이 짐을 싸야 한다는 뜻입니다. 메타는 2023년을 ‘
Biz 플러스
'트럼프에게 날리는 시진핑의 묵직한 한방'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 Seek)가 문자 그대로 하룻밤 만에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이 회사가 만들어낸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 때문인데요. 현재 공개된 성능비교 모델에 따르면 현재 AI의 왕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오픈AI의 최신모델인 o1과 성능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정도 성능을 뽑아내는 데 들어간 비용입니다. 딥시크는 이번에 R1을 공개하면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훈련에 들어간 비용이 약 558만 달러(약 78억원)였다고 밝혔습니다. 더욱 인상적인 대목은 따로 있는데요. 딥시크는 미국의 대중 제재 때문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AI가속기인 H100 대신 성능을 다운그레이드 시킨 H800을 훈련에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