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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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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경제 문화부 기자입니다.
길리어드의 어둠 속에서 다음 세대는 어떤 혁명을 써 내려갈 것인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구축한 디스토피아의 정점, ‘시녀 이야기’의 세계관이 마침내 그 이후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2019년 출간과 동시에 부커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애트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훌루 신작 ‘증언들’이다. 지난 8일 훌루와 디즈니 플러스에서 첫 3화가 선공개된 후 5월27일 피날레까지 매주 시청자들을 길리어드의 서늘한 풍경 속으로 초대한다. ‘증언들’의 시간적 배경은 ‘시녀 이야기’ 시즌 1의 충격적인 엔딩으로부터 약 15년이 흐른 시점이다. 여전히 길리어드는 신권 정치라는 명목 아래 견고한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회 내부의 공기는 미묘하게 변해 있다. 전작이 자유를 빼앗긴 성인 여성들의 고통과 저항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시리즈는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디스토피아 장르에 하이틴 로맨스와 성장물의 에너지를 수혈했다. 사춘기 소녀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과 관계의 역동성이 길리어드라는 거대한 체제와 충돌하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야기
강은 우리의 영혼을 관통해 흐른다. 파라마운트 플러스 시리즈 ‘더 매디슨(The Madison)’은 강이 흐르듯 삶이, 기억이, 사랑이 지속됨을 격조있게 그린다. 몬태나의 강가에서, 그리고 뉴욕이라는 잿빛 도시에서, 조용하고 깊은 언어로 말을 건다. 전설적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헌정된 이 시리즈는, 그가 감독했던 명작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상실과 치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더 매디슨’은 유명 각본가이자 감독, 제작자인 테일러 셰리던의 신작이다. 셰리던은 두 공간을 등장인물로 만들었다. 뉴욕과 몬태나. 도시의 역동성과 자연의 고요가 대조를 이룬다. 클라이번 가의 여성들은 맨해튼에서 단련된 예리함을 지니고 있지만, 광활한 초원과 빠른 물살 앞에서는 철저히 이방인이 된다. 이 불일치에서 드라마는 유머를 끌어내고 그 유머는 항상 비통함이라는 배경 위에서 달콤씁쓸하게 빛난다. ‘더 매디슨’은 주인공인 프레스턴 클라이번(커트 러셀)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시작된다. 이 구조적 선택은 곧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적 프레임이 된다. 미망인 스테이시(
2020년 초 전 세계가 멈춰 섰던 그날, 라이언 고슬링의 앞으로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앤디 위어가 보낸 미출간 소설 원고, 바로 ‘프로젝트 헤일메리’였다. 위어의 제안은 간결했지만,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주인공 라일런드 그레이스 역을 맡아달라는 배우로서의 요청인 동시에, 이 거대한 우주 서사의 제작자로 함께해달라는 무거운 제의였다. 라이언 고슬링은 그의 손에 원고가 들어온 시기를 두고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마주한 ‘불가능’이었다고 표현했다. 개봉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제 눈앞에는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웅장하고 압도적인 극장용 콘텐츠가 펼쳐져 있는데, 정작 사람들은 그 어디에서도 영화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가장 절망적이기에, 가장 희망이 필요했던 완벽한 타이밍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야기의 주인공 라이랜드 그레이스는 전형적인 SF 영웅이 아니다. 인류의 운명을 짊어지고 우주로 향하는 중학교 과학 교사다. 그는 용감하지도, 특별한 초능력이 있지도 않은 그저 평범하고 겁 많은 인간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바로 그 점에 매료되었다. 그는 “그레이스는 영웅이라는 환상을
치매라는 질병이 가족의 울타리를 침범할 때, 우리는 흔히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 믿고 싶다. 하지만 랜스 해머 감독은 이 보편적인 믿음에 균열을 낸다. 2008년 데뷔작 ‘발라스트’로 최우수 감독상과 촬영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던 그가 17년의 침묵을 깨고 영화 ‘퀸 앳 씨’로 돌아왔다. 제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돌봄’이라는 숭고한 성역 아래 가려진 잔인한 민낯을 서늘하리만치 정교하게 파헤친다. 영화 제목 ‘퀸 앳 씨’라는 표현은 중의적이다. 영국식 영어인 ‘바다 위에서(at Sea)’는 표류하며 길을 잃거나 혼란에 빠진 상태를 뜻한다. 여기에 거대한 전함 갤리온 위에서 전쟁터로 향하는 ‘여왕(Queen)’의 이미지를 중첩시킨다. 랜스 해머 감독은 이 제목 하나로 치매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 존엄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투쟁을 역설적으로 압축해낸다. 영화는 치매가 깊어지는 아내 레슬리(안나 칼더 마샬)와 그녀를 끝까지 곁에서 돌보려는 두 번째 남편 마틴(톰 커트니), 그리고 노부부의 상황을 걱정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딸 아만다(줄리엣 비노쉬)를 중심
로터리
구순의 어머니께서 며칠 다녀가셨다. 혼자 거동하시고 식사도 잘하시는지라 늘 감사하다. 그런데 어머니는 짬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무언가 열심히 듣고 계셨다. 알고 보니 유튜브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사연이었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디고, 배신과 이혼을 딛고, 자식에게 상처받고도 삶의 자리를 되찾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물론 유사한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생성해내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유혹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어머니는 주인공과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기뻐하셨다. 여자들은 혼자 등산을 가도 정상에 오르면 금세 서너 명이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고 남자들은 건너편 산을 바라보며 혼자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능력이 여성이 더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같은 세대를 통과한 여성들의 서사는 감정의 지층을 건드리며 어느새 연대 의식마저 느끼게 한다. 어머니의 저녁 풍경은 인간이 이야기로 서로를 붙들어온 오랜 방식의 또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 문명을 가능하게 한 핵심으로 ‘서사’를 지목한다. 인간은 실재하지 않는 질서와 상징을 함께 믿고 그 믿음 위에 공동체를 세웠다. 그러나 이야기가
도시의 문화 경쟁력은 더 이상 거대한 유산이나 유명 인물의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문화관광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갖고 있는가’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어떻게 해석하여 이야기하는가’이다. 싱가포르 페라나칸박물관 계단에 놓인 작은 고양이 조각상은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박물관 주변을 오가며 직원과 방문객의 사랑을 받았던 길고양이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이 조각상은 대규모 예산이나 화려한 연출 없이도 방문객의 마음에 남는다. 이 소소한 이야기는 박물관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감성 콘텐츠로 기능한다. 페라나칸박물관은 싱가포르 다문화 사회의 뿌리를 보여주는 문화인류학 박물관이다. 이곳은 페라나칸 문화를 체계적으로 전시하지만 고양이 조각상 같은 일상의 서사를 통해 ‘살아 있는 문화’도 구현했다. 고양이 조각상 설치를 위해 박물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을지 눈앞에 그려진다. 단순한 전시 연출을 넘어 도시가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 어떻게 관람 경험과 관광 만족도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다. 작은 이야기가 도시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리브랜딩’한 경우다.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
미술대학원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물었다. “잘 팔리는 그림이 좋은 그림 아닌가요?” 훅 들어온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대중의 선호와 시장, 예술적 가치의 관계를 설명하며 그날 수업을 마무리했다. 시간이 지난 뒤 정반대의 장면을 마주쳤다. 한 갤러리에서 전시된 그림의 가격을 물었더니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그림을 꼭 팔아야 하나요”라고 되묻는 것이다. 하나는 지나치게 시장 중심적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을 밀어내는 듯 보인다. 그러나 두 발언은 사실 같은 틈에서 나온다. 예술과 대중성, 가치와 가격 사이에 존재해온 오래된 긴장이다. 가격은 시장이 즉각적으로 보내는 신호인 반면 가치는 제도와 비평·시간이 함께 검증하는 ‘지연된 결과’에 가깝다. 주식시장처럼 예술에서도 가격과 가치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긴장은 예술사 전반에서 발견된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오늘날 근대 영어의 기준으로 평가되지만 16세기 당대에는 고급 문체라기보다 저잣거리 말에 가까웠다. 박지원의 ‘열하일기’ 또한 생동감은 있으나 당시 기준에서는 비정통으로 여겨져 시비가 벌어졌다. 대중의 언어가 표준말이 되기까지는 사회 문화의 변화와 권
디즈니 픽사가 동물 보호와 생태계 보존의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강렬하게 담아낸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오는 3월 극장 개봉하는 기대작 ‘호퍼스(Hoppers)’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간과 자연, 동물 사이의 공존과 생태계의 균형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특히 ‘비버’라는 동물을 통해 생태계 엔지니어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주인공 메이블은 동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19세 소녀로 할머니와 함께 자주 찾던 고향 비버튼의 평화로운 습지를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비버튼 시장 제리 제네라조가 재선 캠페인을 위해 그곳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면서 습지는 파괴의 위기에 처한다. 인간의 개발 욕심이 자연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갈등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메이블은 이 위기를 막기 위해 대학 교수 샘 박사가 개발한 최첨단 비밀 기술을 이용한다. 이 기술은 인간의 의식을 생생한 로봇 동물 몸체로 ‘호핑’시켜 동물의 시각과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 메이블은 망설임 없이 로봇 비버의 몸으로 의식을 옮기고 비로소 동물들의 세계에 진입한다. 비버의 몸으로 변신한 메이블은 매력적인 비버 왕 ‘킹 조지’를 만나 동물 왕국을 이끌며
“인공지능(AI) 아트는 과연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미술계의 논쟁거리가 아니다. AI로 제작된 작품이 이미 세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 등장하면서다. 질문은 이제 “우리는 이 새로운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2016년부터 AI 기반 체험형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관객 움직임을 시각화하거나 대화를 주고받는 작품들이 예술 안에서 기술과 인간이 결합하는 방식을 실험해왔다. 아트센터나비와 아시아문화전당이 개최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등이 AI 아트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현대차의 지속적 후원도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예술적 책임을 실천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해외는 새로운 변화에 더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모마)은 엔비디아의 후원을 받아 AI로 미술관 소장품 데이터를 학습시켜 제작한 레픽 아나돌의 작품 ‘감독받지 않은’을 2022년 선보였고 이듬해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했다. 관람객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이미지를 경험하도록 설계된 작품이자 디지털 알고리즘을 하나의 미적 체험으로 작동하게 만든 사례다. 세계 최초 AI 아트 미술관을 표방하며 올해
미술 시장에서 작품의 명성과 가격을 움직이는 힘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거래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작품을 해석하고 역사 속에 위치 짓는 학문적 비평 연구의 언어가 존재해왔다. 뉴욕과 런던, 베를린의 미술 시장은 단순한 자본의 집합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비평과 연구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반면 오늘날 한국 미술계에서 이 중요한 매개의 역할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술 관련 연구는 미술 시장의 외곽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아트포럼’과 ‘옥토버’가 더 이상 시장을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매체는 아니지만 작가와 작품을 제도와 역사 속에 위치시키는 영향력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민간 미술관의 소장품 연구에 관한 열의와 그 규모 또한 말할 나위가 없다. 독일 역시 미술관 큐레이터와 미술사가의 연구가 전시 기획과 출판으로 이어지며 작가의 위치를 장기적으로 안착시키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작품의 가치는 단기적 유행이 아니라 해석의 축적을 통해 형성돼간다. 일본 또한 미술관과 대학, 출판계가 긴밀히 연결된 연구 구조가 기본이다.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장기간 연구
숨 죽인 사막, 끝없는 모래 언덕 위로 테크노 비트가 울려 퍼진다. 스피커가 세워지는 순간, 세상이 깨어난다. 올리베르 라세의 영화 ‘시라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아랍어로 ‘길’을 뜻하는 시라트. 그러나 이 영화에서 길은 단순한 물리적 경로가 아니다. 지옥 위에 놓인 가느다란 다리, 지옥과 천국을 잇는 통로다. 추락과 구원이 동시에 가능한, 위태롭고도 필연적인 경계다. 변화와 빛을 품은 이 단어를 사랑한다는 라세 감독의 해석처럼 “지옥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며 이 영화는 그 변화와 변신을 탐구하는 대담한 여정이다. 루이스(세르지 로페스)는 아들 에스테반과 함께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스페인을 떠나 모로코의 사막을 향한다. 지도에도 남지 않은 산맥을 향해 레이브의 심장부로 향하는 트럭 캐러밴에 그들은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없다. 오직 춤과 분노와 자유만이 그들을 이끈다. 트럭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행진하는 장면은 압도적이면서도 기이하게 아름답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로드 트립의 서막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인물들은 내면의 심연으로 떨어진다. 모래폭풍이 장비를 부
지난 연말 영국 런던 베이스워터 지역과 토트넘 코트 로드역 부근에 새로 등장한 뱅크시의 벽화가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건물 벽과 담장 위에는 부츠와 코트, 겨울용 털모자를 착용한 두 아이가 땅에 누워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노숙 아동 문제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얼굴 없는 예술가’로 불리는 뱅크시는 늘 그렇듯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허가받지 않은 공공의 공간에 노숙 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그림을 남기고 사라졌다. 뱅크시는 전통적인 ‘소유’ 개념을 전제로 한 작업 방식을 거부해온 작가다. 미술관이나 미술 시장의 틀 안에서 작품을 유통하기보다 거리와 공공장소에 흔적을 남김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해왔다.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을 보며 마음은 유난히 무거워졌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장식이 넘실거리는 시기에 등장한 거리의 아이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와 대비되며 결핍을 더욱 또렷이 부각하는 듯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사에 첨부된 두 장의 자료 사진이었다. 내가 주목한 것은 벽화 그 자체보다 벽화와 함께 포착된 이미지의 의미였다. 한 장
인생의 굴곡진 마디마다 음악이 흐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팝송일지 모르나,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크레이그 브루어 감독의 신작 ‘송 썽 블루(Song Sung Blue)’는 삶의 벼랑 끝에서 마이크를 잡은 평범한 이들의 눈부신 분투를 그린다. 1972년 발표된 닐 다이아몬드의 히트곡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이 영화는 “슬픔을 노래로 풀어내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치유의 철학을 담았다. 2008년 공개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모티프로, 밀워키의 평범한 부부가 닐 다이아몬드 트리뷰트 밴드를 결성하며 겪는 사랑과 비극, 그리고 종국에 마주하는 구원의 서사가 영화의 핵심이다. 트리뷰트 밴드라는 소재는 자칫 우스꽝스러운 ‘키치’로 보일 위험이 있지만, 두 주연 배우의 진정성은 이를 예술적 승화로 이끈다. 휴 잭맨은 베트남전의 상흔과 알코올 중독을 딛고 일어선 자동차 정비공 ‘마이크(라이트닝)’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의 닐 다이아몬드 ‘인터프리터’ 퍼포먼스는 단순한 흉내를 넘어 원곡의 에센스를 재현한다. 특히 ‘스윗 캐롤라인’ 같은 명곡에서 터져 나오는 그의 보컬은 극장 전체를 진동시키며 관객들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다시 한 번 관객을 ‘판도라’로 초대한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인 가상의 외계 행성 판도라는 지구와 유사한 중력을 지니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대기를 지닌 곳이다. 카메론 감독은 이 행성(판도라)을 인간의 탐욕과 자연 파괴를 비추는 거울로 삼아 식민주의, 환경 파괴, 그리고 가족과 공동체의 본질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번 주말 극장 개봉한 신작 ‘아바타: 불과 재’는 전편 ‘아바타: 물의 길’ 이후 몇 주 뒤를 배경으로 설리 가족이 상실과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 겪는 균열과 성장을 그린다. 카메론 감독은 이 작품을 “전쟁 한복판에 놓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3편은 전작들과 명확하게 다르다. 1편이 새로운 세계의 발견과 순수한 사랑에 집중했다면, 2편은 초대형 수중 생물 툴쿤과 ‘물의 부족’ 리프 피플(메트카이나 부족) 같은 신선한 요소를 소개하며 서사의 복합성을 더했다. 3편은 ‘재’의 부족이라는 새로운 종족을 선보이는 동시에 2편에서 장남을 잃은 비극적 사건의 여파를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지난 2일 베버리힐스 골든글로브 간담회에서 카메론 감독은 “최근 10년간 개인적
글로벌 팝스타 샤키라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로 컴백했다. 무대는 콘서트홀이 아닌 애니메이션의 세계, 역할은 다시 한 번 관능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 ‘가젤’이다. 역대 여성 아티스트 가운데 최고 수익을 올린 라틴 투어로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 이름을 올린 그는 이번 컴백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깃든 작업”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개봉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샤키라는 전편 ‘주토피아’와의 인연을 먼저 언급했다. 당시 주제가였던 ‘트라이 에브리씽(Try Everything)’은 그의 음악을 몰랐던 아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한 결정적 계기였다. 샤키라는 “세상은 지금 긍정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며 “이 노래가 아이들의 세상에 기쁨을 주고 춤추며 웃게 만드는데 작은 기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항이나 공연장에서 어린 팬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는 샤키라는 “어린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주토피아’를 통해 세대가 연결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샤키라는 가젤이 활기차고 정직하며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라는 점에 자신과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