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서비스는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님
김수호의 리캐스트
연재중
기사 13개
2011년 8월 31일. 연년생 두 아이를 둔 채경선(51) 씨의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그날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날이었다. 2009년 1월 아들을 출산한 채 씨는 산후조리원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접한 후 2011년 8월까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라벤더향’을 사용했다. 라벤더향이 은은히 퍼지는 방 안에서, 채 씨 가족은 매일 밤 한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아, 이래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아팠구나, 그때 알았어요.” 채 씨의 아들은 생후 3개월부터 기침과 폐렴을 앓기 시작했다. 연년생인 딸도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채 씨도 픽픽 쓰러지곤 했다. 채 씨와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응급실을 밥 먹듯이 오갔다. 채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당시 아기를 키우는 집에는 가습기가 설치된 경우가 흔했고, 세척을 위해 살균제를 사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임산부와 아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썼던 가습기살균제가 독약이었을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 처음 출시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사용자들의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어린이와 임산부를 중심으로
“한국인들은 해외입양인이 돌아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화 ‘케이 넘버’ 中) 723915. 1974년 8세(추정) 때 길에서 발견돼 미국으로 입양 간 미오카 밀러(한국명 김미옥) 씨의 ‘케이 넘버’다. 한때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썼던 우리나라는 입양아 서류에 저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케이 넘버’가 붙여진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기도 전에 미국으로, 프랑스로, 덴마크로 내보내졌다. 1950년대부터 70여 년간 해외로 입양 간 아동 수는 약 17만 명. 이들 중 친생가족과 재회한 경우는 3%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개봉한 해외입양 다큐멘터리 영화 ‘케이 넘버’(감독 조세영)에는 미옥 씨의 지난한 ‘가족 찾기’ 여정이 담겼다. 미옥 씨처럼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 땅을 밟는 해외입양인은 매년 수백 명에 달한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문을 두드리는 곳이 있다. 해외입양인 뿌리 찾기 모임 ‘배냇’이다. 김유경(55) 사회적협동조합 배냇 대표는 9년째 이들을 돕고 있다. 배냇의 시작점은 20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미국에 거주했던 김 대표는 입양인 친구 쥴리를 알게 됐다. 2016
대전역에서 걸어서 3분이면 세월의 더께가 쌓인 철거 예정지, 여인숙 밀집 골목이 나온다. 200여 명이 살고 있는 대전시 동구 정동의 여인숙 달방 평균 월세는 약 20만 원이다. 대개 하나의 여인숙 건물 안에는 1평 남짓한 쪽방 10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화장실은 공동이며, 일부 여인숙은 냉난방도 안 된다. 이곳 세입자들은 폭염 땐 꽁꽁 언 물통을 껴안고 한파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켜 손을 녹인다. 방 한 칸에서 애면글면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가 이강산(68)씨를 만나 ‘여인숙 다큐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적 소외와 외면의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인권과 생명의 가치를 환기하고 공존과 상생을 도모함.” (이강산 작가의 ‘여인숙’ 다큐 기획 의도) 이 작가는 2020년 7월부터 대전역 인근 여인숙에 들어가 살고 있다. 그가 몸을 누이는 1.2평 크기의 달방 월세는 20만 원이다. 둘이 앉아 있기도 비좁은 공간이지만 이 근방에선 넓은 편에 속한다. 그는 ‘인간의 생존 공간’으로서 여인숙이 지니는 존재 의미를 조명하고 여인숙 사람들의 삶을 탐사하기 위해 이곳에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1991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인천 월미도에서 각설이 타령을 부르던 나주봉(68)씨의 귀에 애끓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아이들 좀 찾아주세요.” 뉴스에서만 보던 ‘개구리 소년’ 부모들이 실종 아동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었다. “저도 한 움큼 받아볼 수 있을까요? 공연하면서 나눠주게요.” 그 물음을 시작으로, 나씨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각설이 분장을 하고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던 나씨는 이후 3년이 넘도록 개구리 소년 부모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 전단지를 돌렸다. 또 다른 실종아동 부모들도 나씨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 아이도 찾아달라’며 건네받은 전단지가 하나둘 쌓이더니 280명 정도 됐죠.” 모른 체할 수 없었던 나씨는 2001년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모임(전미찾모)’을 결성해 수많은 실종자 가족의 지원군이 돼줬다. 2002년 대선 기간에는 노무현·이회창 후보자들의 공보물 뒷면에 40명 가까운 실종 아동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로 살아간다는 것” 서혜진(44)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저서 ‘법정 밖의 이름들’ 첫 문장이다. 법정 안팎에서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는 서 변호사는 연출가 이윤택 성추행 사건,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고(故) 박원순 성폭력 사건, 텔레그램 N번방 등 굵직한 사건마다 피해자 곁에 섰다.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씨 재심이 열리도록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 8월 서혜진 변호사는 범죄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법정 밖의 이름들'을 펴냈다. 젠더폭력, 아동학대 피해 사례부터 법과 제도의 허점까지 낱낱이 담겼다. 그는 “범죄 피해자들이 형사 절차에서 배제된 역사가 길었다”며 “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피해자가 찾는 변호사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먼 길 오느라 힘드셨죠.” 충북 청주시 아파트에서 만난 윤성여(58)씨가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윤씨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 누명을 쓰고 20년간 옥살이를 했다가 2020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 과정에선 당시 경찰의 불법체포와 감금행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조작 등이 밝혀졌다. 5년 전 ‘화성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종덕(59) 교도관은 윤씨에 대해 “수감생활 중에도 모두에게 먼저 인사하는 등 구김살이 없었다”며 "그 (8차)사건의 진범이 맞나 의심할 정도로 밝게 지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말 그랬다. 그때도, 지금도 인사성이 밝은 윤씨를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피고인에서 장학회 이사로 “나도 못 배웠으니까, 배움이 짧은 게 늘 아쉬웠거든요. 옛날이면 몰라도 지금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CCTV 영상을 돌려보면 맞는 순간에 나도 가해자를 공격하려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 영상을 볼 때면 남들은 마음이 아프다고 하지만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해진다.”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中) 2022년 5월 22일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 현관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가 공개된 후 국민들이 분개할 때 피해자 김진주(필명·29)씨는 당시 가해자를 반격하려 했던 스스로를 기특해 했다. 그가 ‘피해자다움’이란 편견을 깨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사건 이후 3년여가 흘렀다. “매일매일이 재밌고 소중하다”는 진주씨는 “이제 즐기면서 싸우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30대 남성 이모씨가 새벽 시간대 혼자 귀가하던 진주씨를 뒤따라가 폭행해 의식을 잃게 만든 사건이다. 당초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더 무시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써” (영화 ‘다음 소희’ 中)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2023)는 지난 2017년 전주의 한 콜센터 해지방어부서에 현장실습을 나간 홍수연(당시 18세)양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수연양의 아버지 홍순성(66)씨는 “제목처럼 ‘다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소희’ 제작을 허락했다. 영화 개봉 후 2년이 흐른 지금, 홍씨는 “여전히 현장실습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3년 ‘다음 소희’가 나오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이제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영화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같은 해 3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다음 소희 방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법률은 근로기준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산쟁이들은 정복이란 말 안 씁니다. 운 좋게 산이 허락해서 산에 잠깐 머물다 내려가는 거죠.” (영화 ‘히말라야’ 中 엄홍길 산악인) 1988년 에베레스트(8850m)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샤르(8400m)까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를 등정한 엄홍길 대장(65·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은 여전히 1년에 6번씩 네팔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제는 히말라야 꼭대기가 아닌 산 아래서 ‘인생 17좌’를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다. 엄 대장의 17번째 산봉우리는 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로서 네팔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짓는 것이다. “산 정상만 바라봤던 제 눈에 어느 순간 산 아래가 보이더라고요. 산 아래에 있는 아이들의 세상이 말이에요.” 산은 정복하는 게 아니라던 엄 대장은 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짓는다. 2007년 엄 대장은 마지막 16번째 고봉이었던 로체샤르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겪었다. 살을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책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이렇게 글을 쓰는 한 가지 이유는, 내 딸 이윤희가 어딘가에 살아 있건, 죽었건, 2006년 6월 6일 이후에 왜 사라지게 되었는가를 밝히기 위해서다.” (책 ‘이윤희를 아시나요?’ 中) 2006년 6월 6일, 학교 종강 모임 후 행방이 묘연한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당시 29세)씨가 이날로 실종 19년을 맞았다. 딸이 실종된 그날 이후 시간이 멈춘 윤희씨의 아버지 이동세(88)씨는 지난해 ‘이윤희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는 등 여전히 발로 뛰며 딸을 찾고 있다.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이었던 윤희씨는 2006년 6월 5일 저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자신의 원룸에서 1.5㎞가량 떨어진 음식점에서 교수, 학과 동료 40여 명과 종강 모임을 가졌다. 그는 모임이 끝난 다음 날 6일 새벽 2시 30분께 원룸으로 귀가했다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문학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달에도 소리(가명)가 사무실에 찾아왔어요. 어느덧 밝고 예쁜 대학생이 됐죠. 저희 사무실 갤러리에서 소리가 그린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 예전엔 다소 어두웠던 그림이 지금은 몰라보게 밝아졌어요.” 2014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영화 ‘어린 의뢰인’의 모티브가 된 사건)의 피해자인 소리와 10년이 넘도록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 있다. '아동·여성 인권의 대모'라 불리는 이명숙(62) 변호사다. 11년 전 ‘어린 의뢰인’ 소리의 손을 잡아준 변호사, 이명숙 법률사무소 나우리 대표를 만나 이야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문학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덕희 일억 주라고 왜 안 줘”ㅡ영화 ‘시민덕희’ 네이버 관람평 중 1000개 이상의 추천을 받은 코멘트 2025년 4월, 시민 덕희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룬 영화 ‘시민덕희’의 실제 주인공 김성자(51)씨는 2016년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후 조직 총책을 잡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총책이 잡힌 지 9년이 지났지만 김씨는 아직까지도 신고 포상금 1억원은커녕 피해 원금 3200만원도 받지 못했다. 사건에서 완전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검찰로부터 ‘범죄피해재산 환부’가 불가하다는 통지를 받은 김씨 측은 7일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문학 등 콘텐츠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양한 작품 속 실제 인물들을 ‘리캐스트’하여 작품에는 미처 담기지 못한 삶과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한평생 바다를 믿고 사는데 바다가 죽어가고 있어요. 바다도 지고 나도 지고...바다만 살아있다면야 계속 물질하고 싶지요. 바다에는 희노애락이 다 있거든요.” (물질 경력 12년차 채지애 해녀) “(옛날엔) 나도 물속에 살고. 물꽃도 물속에 살고. 아까워, 아까워. 바다를 보면 아까워…” (영화 ‘물꽃의 전설’ 中 당시 경력 87년차 현순직 해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는 여전히 바다가 애틋한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 쉬고 있다. 지난 202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감독 고희영) 안에선 신입 해녀였던 채지애(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