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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들의 세계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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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의 덕후 계산기
104명의 남녀 중 20쌍 매칭. 무려 40명의 남녀가 인연을 찾았다.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웬만한 소개팅 프로그램도 쉽게 내기 어려운 성적표를 한화 이글스 팬 두 명이 써 내려갔다. “취미가 뭐예요?” 같은 뻔한 질문 대신 “유니폼 몇 벌 있으세요?”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첫 대화가 오갔다. 오로지 한화 이글스 하나로 104명의 솔로를 불러모은 ‘한화팬 SOLO’(이하 한화솔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신동현(32·직장인) 씨와 문혜성(31·콘텐츠 크리에이터) 씨의 인연부터 한 편의 드라마다. 두 사람은 신 씨가 진행하던 단체관람(이하 단관) 행사에서 주최자와 참가자로 처음 만났다. 신 씨는 매달 식당을 통째로 빌려 12~40명 규모의 팬들과 함께 경기를 응원해온 베테랑 주최자였다. 지난해 3월 이 모임에 참여한 문 씨는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두 사람은 만난지 단 3주 만에 결혼을 결심했고, 올해 1월 화촉을 밝혔다. 문 씨의 실제 성공 사례가 이번 행사의 강력한 동력이 된 셈이다. 신 씨와 문 씨는 “야구팬은 야구팬을 만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야구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상이 된다
“너 스포츠토토 하냐? 뭘 그렇게 징하게 챙겨봐.” 밤마다 듀얼 모니터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고 해외 축구 경기를 보는 민태성(46) 씨. 그에게 지인들은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묻는다. 그럴 때마다 민 씨는 호쾌하게 웃으며 답한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그냥 축구가 좋아서 보는 거야!” 그에게 축구는 밤을 새워도 피곤함을 잊게 하는 아드레날린의 원천이다. 게임을 해도 축구 게임 ‘위닝 일레븐’을 제일 좋아하고 일상 속 모든 대화가 축구로 통한다. 지금은 9년 차 카페 사장에서 바리스타 겸 창업 어드바이저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심장 한켠엔 언제나 축구가 뛰고 있다. 민 씨가 축구에 빠져든 건 어린 시절 아버지 덕분이었다.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찾거나 생중계를 빠짐없이 챙겨보며 자연스레 축구 팬이 됐다. 지금도 그는 이정효 감독을 좋아해 수원삼성 경기를 챙겨보고,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태극전사들의 경기도 빠짐없이 본다. 그렇게 싹튼 축구 사랑이 ‘붉은악마’와의 인연으로 이어진 건 1997년이었다.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 PC통신이 세상을 연결하던 시절, 그는
40대. 남성. 외국계 기업 개발자. 그리고 헬로키티. 언뜻 들으면 좀처럼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조합이지만 게임 개발자 오지현(46) 씨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오 씨는 분홍색으로 전신 래핑된 헬로키티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며 인생의 굴곡마다 키티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세상이 정해놓은 ‘아저씨 이미지’ 대신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법을 택한 셈이다. 오 씨와 헬로키티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 다이어리 꾸미기 열풍이 불던 시절, 또래 친구들이 연예인 사진을 오려 붙일 때 그는 헬로키티 스티커를 골랐다. 당시 유행하던 ‘우비소년’이나 ‘마시마로’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헬로키티 특유의 귀여움이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작은 스티커 한 장이 지금은 도로 위를 달리는 분홍색 자동차로 이어졌다. 도로에서 분홍색 헬로키티 차량을 마주하면 대개 운전석에는 여성이 앉아 있을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내리는 이는 탄탄한 체격의 40대 남성 오 씨다. 그는 차량 두 대를 모두 키티 스티커로 꾸몄다. 심지어 헬로키티 콘셉트의 바디프로필까지 찍을 만큼 키티에
“와, 이게 아직도 굴러가?” “이거 옛날에 내가 타던 차인데!”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우면 15분은 기본으로 붙잡힌다. 10·20세대는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디자인이 신기해 핸드폰을 꺼내 들고, 50·60세대는 잊고 지낸 첫차의 추억이나 부모와의 드라이브를 떠올리며 차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40년도 더 된 1985년식 ‘포니2 CX’(Canada export). 누군가에겐 낡은 차지만, 자영업자 김상국(49) 씨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같은 존재다. 김 씨가 포니를 처음 구매한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오디오 매장의 홍보였다. 독특한 디자인의 올드카를 매장 앞에 세워두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좋겠다는 계산이었다. 여기에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뿌리’라는 상징성도 마음을 움직였다.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차량이자 ‘한국 최초의 국산차’로 불린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고(故)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창업회장의 독자 모델 개발 선언 아래 1975년 양산에 들어간 포니는 ‘아리랑’, ‘무궁화’를 제치고 여대생들의 투표로 이름이 정해졌다. 이 ‘조랑말’은 곧 대한민국 마이카 시대를 연
“이 동네엔 뭐가 있으려나?” 낯선 동네에 발을 들이자마자 직장인 A씨(29)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맛집 검색이 아니다. 바로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 ‘당근’을 켜는 것. 지역마다 올라오는 매물이 달라서다. 이런 습관 덕에 지난달에는 해외 출장을 위해 찾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소 눈독 들여온 브랜드의 가방을 발견하는 수확을 거두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중고는 그저 남이 쓰던 물건일지 모르지만, A씨에게는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가장 똑똑한 통로다. 초등학생 시절 미국 개러지 세일(Garage sale)에서 시작된 그의 중고거래 인생은 어느덧 누적 거래 500회 이상, 거래액은 1억원에 육박하는 ‘중고 고수’ 수준에 이르렀다. A씨가 초등학생 무렵,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하며 중고 거래의 신세계를 만났다. 당시 어머니와 함께 드나들던 앤티크숍(골동품 매장)과 이웃집 앞마당에서 열리는 ‘개러지 세일’을 접하며 중고 거래의 묘미에 눈을 뜬 것. 개러지 세일은 필요 없어진 물건을 차고나 마당에서 판매하는 일종의 벼룩시장으로, 미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중고거래 문화다. 물건을 비우려는 집주인과 좋은 물건을 헐값에 잡으려는 구매자
지금까지 수집한 유니폼만 약 550벌. 유니폼에 들인 비용만 무려 1억원대다. 여기에 모자와 사인볼, 응원도구 등 각종 굿즈 700여 점을 더하면 지금까지 모은 굿즈는 1200점을 훌쩍 넘어선다. 박물관 수준의 어마어마한 컬렉션의 주인공은 LG트윈스 팬 최용규(53) 씨다. 최 씨의 창고는 그야말로 LG트윈스의 역사다. 가장 왼쪽에는 1982년 MBC청룡의 창단 유니폼을, 오른쪽으로 갈수록 해를 거듭하며 변화한 LG트윈스의 유니폼을 걸어놨다. 나열한 유니폼을 따라가면 LG트윈스가 걸어온 유니폼의 역사를 단번에 읽을 수 있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40벌 정도였는데 야구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자 본격적으로 유니폼 수집을 시작했다”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과거 매물을 찾는 등 갖은 노력을 통해 지금의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 씨의 인생이 야구로 물든 건 1982년 3월 27일.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이었던 그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집에서 TV를 봤다. 당시만 해도 흑백TV였다. 때마침 동대문야구장에서의 MBC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이 한참이었다. 7대7로 맞선 연장 10회말.
바다와 거리가 있는 전남 여수 산동네 소년의 마음을 흔든 건 수산시장의 ‘가오리’였다. 그로부터 20년 뒤, 소년은 전국 위판장을 누비며 국내 미기록종을 기록하는 ‘해양생물 덕후’로 성장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대학생 채유민(25) 씨 이야기다. 채 씨는 아르바이트비와 용돈을 쪼개 만든 ‘덕질 자금’ 500만 원을 지난 3년간 해양생물 덕질에 쏟아부었다. 남들에게는 시장 바닥에서 버려지던 이름 없는 물고기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아직 기록되지 않은 우리 바다의 생물이다. 채 씨가 해양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7~8살 무렵. 수산시장과 아쿠아리움은 어렸던 그에게 특별한 놀이터였다. 그는 “시내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바닷가 근처 수산시장을 돌아다니며 물고기를 구경했다. 그때부터 해양생물에 관심갖기 시작했다”며 “특히 여수는 노랑가오리가 유명한데, 아쿠아리움에서 본 가오리들이 너무 귀여워 마음을 완전히 뺏겼다”고 말했다. 채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역시 가오리였다. 그중에서도 몸 너비가 최대 9m에 달하고 체중도 2톤(t)까지 나가는 ‘대왕쥐가오리’를 가장 좋아한다. 입 양쪽에 뿔처럼 생긴 독특한 지느러미를 가진 모습으로 채
2016년 57.1% 대 42.9% → 2025년 43.3% 대 56.7%. 각각 KBO 리그 홈 경기 관람객 성비(남성:여성)다. 불과 8년 만에 야구장의 주도층이 달라졌다. 맥주잔을 들고 고성을 지르던 ‘아재’들의 전유물이었던 야구장 직관 풍경은 이제 옛말이다. 응원 배트와 포토카드를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2030 여성 팬들이 그 자리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KBO 리그의 주도층은 불과 몇 년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지난해 8월 9일부터 9월 26일까지 프로야구 각 구장을 방문한 15세 이상 구단별 홈팬 93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보고서는 이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2024년 55.5%였던 전체 여성 관람객 비중은 2025년 56.7%로 상승하며 여성 팬의 화력을 입증했다. 구단별로 살펴보면 변화의 양상은 더욱 뚜렷하다. 두산 베어스는 2024년 53.8%였던 여성 비중이 2025년 62.5%로 급증하며 리그 내 여성 비중 1위로 올라섰다. SSG 랜더스 역시 55.1%에서 61.8%로 여성 팬이 크게 늘며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삼성
“보이면 일단 멈춰 서게 돼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20대 김모씨(닉네임 ‘교동이네’)는 자신의 일상을 바꾼 ‘푸른 물고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산리오 캐릭터 ‘한교동’에 푹 빠진 그는 어느새 400개가 넘는 굿즈를 수집했다. 지금까지 쓴 돈만 약 1000만 원.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된 그의 덕질은 현대 소비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본래 무언가에 깊게 몰두해 본 적 없던 김 씨가 ‘한교동’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은 우연이었다. 영화 ‘슬램덩크 더 퍼스트’가 흥행하던 당시 친한 친구가 작중 캐릭터 ‘이명헌’의 별명이 한교동이라며 피규어 하나를 회사에 가져왔다. 그 푸른 물고기를 마주한 순간, 김 씨는 그대로 마음을 빼앗겼다. 김 씨는 “처음 본 순간 이유 없이 끌렸다“며 “‘아, 얘다’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985년 탄생한 한교동은 중국 태생의 반어인(半魚人)이다. 사람들을 웃기는 게 특기지만 정작 본인은 외로움을 잘 타는 로맨티스트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튀어나온 입술과 멍한 눈, 어딘가 어설픈 인상은 ‘전형적인 귀여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