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선거대책위원장, 하승창 대외협력실장을 각각 팀장으로 하는 문ㆍ안 단일화 협상단은 21일 오전9시부터 재개된 협상에서 장시간 논의를 이어갔으나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에서는 전날 양측이 각각 제시했던 방안을 되풀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단일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을 내놓았던 문 후보 측은 '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구를 단일후보로 지지하십니까'라는 문구를 여론조사에 사용하자고 수정 제안을 했다. 후보 적합도나 본선 경쟁력을 표현하는 문구를 쓰지 않는, 단순 지지도 방식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박근혜 대 안철수' '박근혜 대 문재인'의 가상 대선 대결을 실시, 상대적으로 앞서는 후보를 최종 단일후보로 뽑자고 주장했다. 현 시점에서 박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방안이다.
양측은 이 같은 방안에서 한치의 물러섬 없이 대치했고 대신 장외에서 각자의 안이 왜 적합한지, 상대방의 안이 왜 부당한지 난타전만 했다.
문 후보 측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이기는 결과를 받아들고 있는 만큼 '문 대 안'이라는 양자대결로 문구 범위를 한정시키려 한다. 이에 반해 안 후보 측이 제안한 가상대결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내지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응답이 필연적으로 포함돼 있어 이들의 전략적 역선택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단일화 경선은 문ㆍ안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더 나은지를 가리는 것"이라며 "가상대결 방식은 박 후보 지지자들의 전략적 역선택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보다는 비박 새누리당 지지자나 중도ㆍ무당층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지만 문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층'이 많아 박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는 번번이 문 후보의 경쟁력이 약하게 나오고 있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후보 측은 가상대결 방식이 정권교체라는 단일화 목적에 가장 부합하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떤 방식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을 때 결국 박근혜ㆍ문재인 후보의 대결, 박근혜ㆍ안철수 후보와의 대결에서 나타나는 지표가 가장 객관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새누리당 및 박 후보 지지자 등 반야권 진영의 지지자들에게도 반드시 의사를 묻게 돼 있어 필연적으로 역선택의 위험에 노출된다.
안 후보 측이 그동안 "박근혜ㆍ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막아야 한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안 후보 측 제안 역시 '문 후보와의 1대1 대결'을 피하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