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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고] '삼위일체 재정개혁' 나서라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는 '재정을 알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재정은 한 나라의 국정 기조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이자 국가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정 삼중고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며, 국가 재정력을 튼튼히 하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ㆍ강화해야 하는 '3차원 재정 퍼즐'을 풀어가야 한다.

지출ㆍ조세ㆍ전달시스템 대수술 필요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성장ㆍ효율성보다는 분배ㆍ공평성 측면에 정책의 무게를 둬야 한다. 반면 저성장ㆍ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분배보다는 생산성 촉진 위주의 잠재 성장력 강화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또 재정 지출 과정에서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국가 파탄을 겪지 않으려면 재정 준칙을 수립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3차원 재정 퍼즐을 풀려면 '삼위일체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지출제도 개혁이다.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고 재정 지출을 늘리려면 모든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 대선 공약 수행을 위해 무작정 재정 지출 총량 증대 대신 가용재원으로 복지와 경제 활성화에 지출하고, 지출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를 선별하는 '현명한 지출' 정책이 요구된다. 대략 연간 10조~30조원의 세출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정책을 통해 지출의 합목적성을 높이고 부처의 중복적 복지 지출을 기능별로 통합ㆍ단순화해야 한다. 가용재원이 부족해 단기적으로 국가 부채비율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향후 PAYGO(Pay As You Goㆍ새 재정 지출 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 사업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라는 재정 준칙) 의무화와 함께 지속적 부채 감축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조세제도 개혁이다. 세율을 인상하지 않고 조세 감면, 비과세(현재 약 30조원) 축소로 거둘 수 있는 세금을 측정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경우 세원 확대 및 세율 인상 방안에 대한 면밀한 세수 추계, 직ㆍ간접세 비중, 세율 인상 등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낮다고 하지만 근로소득자의 39%, 자영업자의 41%, 법인의 34%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상위 20%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95%를 부담하며, 법인의 46%가 법인세를 내지 않고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86%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고소득층ㆍ대기업에 추가 조세 부담을 집중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면밀히 따져 과세의 공평성과 세수,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합리적인 조세 개혁 방향을 찾아야 한다.



연내 개혁방향 정해 청사진 제시를

셋째, 재정 전달 시스템과 조세행정의 개혁이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감사원에 적발된 복지ㆍ의료급여 부정 수급 및 보조금 부당 수령 사례를 줄이려면 재정 지출 모니터링을 강화해 재정 전달 체계의 비효율성과 낭비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세 징수 체계를 효율화해 걷히지 않는 세금을 확실히 거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르는 지하경제를 최대한 양성화해 탈세를 줄이고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조세 체납액, 연평균 7조원에 이르는 불납결손액을 줄이기 위한 행정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개혁은 가급적 새 정부 임기 초반에 이뤄져야 한다. 인수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올해 안에 재정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새 정부는 재정 개혁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 그동안 땜질식 손질만 해온 재정 제도ㆍ시스템 전반을 국민의 합의를 거쳐 수술하고 미래지향적인 새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염명배 한국재정학회장·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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