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정치권이 중구난방으로 포퓰리즘적인 공약을 내놓다가는 국민소득 3만달러는 멀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이만우(61ㆍ사진) 고려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 창간 51주년을 맞아 지난달 19일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는 서비스 산업 활성화가 더딘데 정치권은 서비스 산업보다 더 낙후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장기적인 안목 없이 공약을 남발할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진정으로 무엇이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며 "국민소득 3만달러를 위해서는 정치 선진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고 저출산ㆍ고령화 등으로 성장잠재력은 낮아지고 있다"며 "이대로 오는 2020년까지 가면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2%대 성장으로 떨어질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창의력 향상 등 교육개혁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및 유럽의 경제침체, 물가불안,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 속에 이 교수는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과감하게 제시했다. -우리 경제는 성장과 물가 사이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어디에 맞춰야 할까요.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힘든데 물가 문제는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거시정책으로 물가안정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로존 경제불안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이미 상수화됐고 미국도 흔들리지만 수출이 예상 외로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예산편성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요.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 학계의 시각과 재정 측면에서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재정적 측면에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여력은 없다고 봅니다.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정부 부채는 현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에서 오는 2050년 140%까지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본다면 재정건전성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고령화 외에 남북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10~15% 등록금을 인하해서는 '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이 문제는 일회성으로 접근하기 힘들고 장기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정원 외 기여입학제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 외 1%만 허용해도 상당한 등록금 인하요인이 있습니다. -정권말기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무상복지 등 포퓰리즘성 발언이 많이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모든 복지는 '투트랙'으로 가야 합니다. 무상으로 해줄 계층은 무상으로, 반대로 소득에 따라 자기 부담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은 늘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어렵습니다. 내년만 보면 등록금도 무상으로 해주면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정부 재정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해야 합니다. -내년 선거와 예산수요 등을 감안할 때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정부 목표가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올해까지는 계획대로 잘 가고 있습니다. 세금이 잘 걷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내년입니다. 내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얼마나 정치 수요를 잠재울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죠. 저는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분명히 각종 공약들을 집어넣으려 할 것입니다. -감세 논란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법인세와 임시투자세액 공제는 연계시켜야 합니다. 임투를 폐지하면 법인세를 인하해서 투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임투를 존속시키면 법인세 인하를 제고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소득세나 법인세 인하를 철회한다면 요즘 물가도 불안하니 부가세를 1% 정도 내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안정뿐 아니라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부가세 1%와 법인세 2%의 세수효과는 중립적이기 때문에 세수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없습니다. -내수 활성화는 해묵은 과제인데 잘 해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는데 내수로 연결이 잘 안 됩니다. 수출이 늘어나면 부품을 조달하는 내수도 활성화되고 고용도 같이 가야 하는데, 현재 많은 부품이 해외에서 조달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품 국산화율이 아주 저조합니다. PC도 마찬가지죠. 일본에서 주요 부품을 가져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러한 요인들로 수출이 늘어도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해 우리 기술로 부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 대지진이 우리에게 기회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외국 투자유치가 잘 안 돼 빈사상태에 있는 6개 경제자유구역의 일부 땅만이라도 부품소재 전용단지로 조성해나가야 합니다. 외국 기업만 유치할 것이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 국내 기업에도 싼 값에 토지를 내주고 지원해야 합니다. -공기업 민영화가 사실상 용두사미에 그치게 됐습니다. 선진화 효과도 차츰 미진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초창기에는 과거에 없었던 사장단 평가도 따로 하고 자율경영도 활성화하는 등 의욕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증시가 침체되다 보니 민영화가 더디게 됐습니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라도 초창기부터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시작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 정권에서라도 가능하면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해 경영 효율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나오게 되면 정부가 일일이 평가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효율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요금인상 등의 우려로 민영화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아직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민영화는 필요합니다.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에 학점을 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B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국제유가가 2년 전에 비해 30~40% 증가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구제역, 한파, 일본 대지진 등 대외적인 요인이 참 컸는데 비교적 빠르게 잘 극복했습니다. 그런데 물가 때문에 결과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역대 정권에 비해 열심히 한 점에는 A를 줄 수 있으나 물가불안이 크니 B를 주겠습니다. -하반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물가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수출은 대ㆍ중기 모두 업계에서 낙관적인 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계부채인데 단시간에 극복되기 힘든 만큼 한계계층에 대해 미시적으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린다거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확대해 부분적으로 가계빚을 내리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가계부채가 겁나 물가안정을 더디게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에 서로 배타적일 수 있는 물가안정과 가계빚을 잘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제는 새로운 것을 추진하기보다 마무리를 잘해야 할 시기입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을 제대로 정착시켜 양극화를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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