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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칼럼] 제 발등 찍은 재정 포퓰리즘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中수요 줄고 공급망 무너져 韓타격

신속·과감한 확장재정 필요하지만

선심성 사업 많아 추가 지출 부담

예상밖 충격 대비할 재정관리 필요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소위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예상치 못한 경제충격의 전형적인 예이다. 올해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방대한 충격을 주는 보건쇼크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의료보건만의 문제가 아닌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으로 발전했다. 몇몇 기관에서는 이번 사태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로 주저앉을 것이고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1%대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나마 이것도 곧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이며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그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가 올바르게 대처하려면 충격의 성격부터 파악해야 한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보자. 중국은 우리의 제1교역국이다. 중국 내에서의 수요 감소는 우리나라의 수출과 생산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14개월째 감소 추세인 수출은 1월 감소폭이 최근 가장 적어 반등하나 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당분간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또 해외여행객이 줄고 내수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반일감정으로 이미 타격을 받은 여행업계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면서 주로 영세 소상공인이 집중된 도소매업·숙박업·요식업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의 문제는 글로벌 공급 체인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국산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이다. 중국이 전 세계 중간재의 수출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와 17%이다. 중간재 투입은 기업의 생산과 투자활동을 결정한다. 이번 사태의 근원지인 후베이성을 비롯한 14개 도시의 폐쇄로 인해 생산 차질이 빚어져 각국 중간재 시장의 공급 체인은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과 중간재 교류 1위 국가인 한국은 생산활동에 있어 엄청난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간재 교류가 많은 전자·전기·금속·화학·기계 등 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분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의 충격은 대부분 단기적이며 이는 정부지출을 적재적소에 과감하게 투입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의 충격은 수요 쪽보다 오래 지속돼 정부지출로 메꾸기 어렵다.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체질개선, 수입국의 다변화나 산업구조의 개편 같은 중장기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로 인한 단기적인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요를 되살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과 지역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는 정부의 과감한 확장 재정정책이 요구된다.

다만 이미 512조원이라는 슈퍼예산을 편성해놓은 가운데 얼마만큼의 예산을 이번 사태로 가라앉은 수요를 되살리고 타격을 받은 영세사업자를 돕는 데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의 수요를 의미하는 민간지출이 통계 작성 후 최장기간인 6분기 연속 감소했다. 경제성장률 2%도 그나마 정부지출로 유지된 수치다. 정부지출은 지난 몇 년간 매년 10%가량 증가했다. 재정 건전성은 줄어든 조세수입으로 인해 급속히 나빠졌다. 지난해 국세가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1조3,000억원 적게 걷혔고 늘어난 지출을 메꾸기 위한 국채 발행량은 166조원으로 전년보다 45% 늘었다. 특히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이미 많은 예산이 선심성 사업에 사용하기로 정해져 있어 추경을 편성해 예산을 더 지출한다는 것은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상치 못한 경제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재정지출인데 이를 위해 평소 정부재정을 튼튼하게 유지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급속히 늘어난 선심성 재정지출로 인한 재정 건전성의 악화는 이번 사태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정부의 장기인 재정 포퓰리즘으로 인해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하는 지출마저도 포퓰리즘으로 보이게 한 정부의 제 발목 찍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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